자전거를 새로 산 아저씨.

2025.11.03

by 최성민

나는 새로운 자전거를 샀다. 세계 1위 자전거 제조사 대만의 자이언트에서 나온 에스케이프3. 가장 편하게 탈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자전거다. 이것저것 해서 81만원 정도 주고 샀다. 생각보다 아주 좋은 자전거다. 로드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안정적이고 미끄러질 염려가 작다. 전에 타던 미니벨로보다는 확실히 빠르다.



새 자전거는 나를 어린아이로 돌려놓았다. 마치 처음 자전거를 샀던 날처럼 나는 마냥 달리고 싶었다. 낡고 느렸던 미니벨로를 뒤로하고, 새로운 자전거와 함께 한강변에 가보니, 나는 내가 초등학생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냥 마냥 쌩쌩 달리고 싶었다. 머릿속에는 언제 또 자전거 타러 나가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우리 집을 출발해 반포대교, 여의도를 거쳐 마포대교를 건너는 50킬로미터의 여정은 이전에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거리였다. 새로운 자전거와 함께하니 그냥 갈만한 여정이었다. 강변을 가로지르는 바람, 귓가를 스치는 속도감, 그리고 생각보다 쉽게 도달하는 목적지들은 나를 즐겁게 했다. 주말에 한 번은 무조건 새벽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고, 평일에는 저녁에라도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고양시로 이사 와서 저녁에 자전거로 한강을 가본 것은 처음이었다. 가는 길이 어두울 줄 알았는데 자전거길에 조명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또 반포대교까지 가고 싶었으나, 날씨도 춥고 시간도 늦어서 오늘은 운동이 될 정도만 탄다는 생각으로 월드컵 대교까지만 갔다.



월드컵대교는 10년 전 결혼하고 회사생활에 적응 못하고, 맨날 저녁마다 자전거 타고 나와서 혼자 앉아 있던 곳이다. 그때는 공사 중이었는데, 이제 다리가 다 완공이 되고 아무것도 없던 자리에는 운동기구와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가 생겼다. 오랜만에 밤에 거기를 가보니 옛날 생각이 났다. 참 시간도 금방 지나가는구나. 서른다섯의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때의 나는 참 많이 찌그려져 있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의 나보다는 지금의 내가 낫다.



한 2주 동안 그렇게 자전거를 신나게 타다 보니, 몸이 으슬으슬한 것이 몸살끼가 느껴졌다. 사실 저번에 우리 딸이 감기에 걸려서 고생을 했는데 내가 딱 바통터치를 한 모양이다. 주중에 콧물이 나고 기침을 했는데, 몸 상태를 가뿐히 무시하고 신나게 달렸더니 역시나 몸살이 온 모양이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고, 종아리에서 윙윙거리는 진동 같은 것이 느껴진다. 몸살의 신호다. 이 정도 컨디션에 이 정도 운동했다고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이렇게 나도 중년이 되어가나 보다.



하지만 몸살은 결국 몸이 보내는 가장 솔직한 편지다. 그것은 그냥 멈추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하라’는 섬세한 조언이다. 윙윙거리는 종아리는 ‘다음에는 충분한 스트레칭과 보온을 해 달라’고 속삭이는 것이며, 으슬으슬한 한기는 ‘계절의 변화를 무시하지 말라’는 따뜻한 경고다.



이제 나는 하루에 농구 시합을 세 게임, 네 게임하던 10대도 아니고, 소주 3병~4병 마시고도 멀쩡했던 20대도 아니고, 그냥 운동 좀 심하게 하면 온몸이 아픈 45세 아저씨일 뿐이다. 이제는 좀 더 나를 돌보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 나이가 돼버린 것이다.



덕분에 이번 주말은 자전거 안 타고 좀 쉬었다. 저녁도 원래 안 먹었는데 저녁도 챙겨 먹고, 잠도 푹 잤다. 그렇게 주말을 다 보내니 몸살끼가 좀 사라진 거 같다. 하지만 날씨가 점점 추워져서 이제 아예 겨울이 되어 버렸다. 이제 너무 추우면 자전거 타기가 힘든데, 나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몸은 아저씨이지만 마음만은 새 자전거를 산 초등학생인 나는 계속 조급하기만 하다.





이번 주 일요일에 또 타러 나가야지. 몸살은 이제 거의 다 나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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