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 무안 -밀양 - 부산 -고양 1,000킬로미터의 대장정.
이번 추석 연휴는 아주 길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오랜만에 국토 대장정을 해보기로 했다. 나의 고향은 부산, 와이프의 고향은 목포에 가까운 무안. 우리 집 고양시에서 무안, 무안에서 부산, 부산에서 고양시까지의 도합 1천 킬로미터의 대장정을 말이다.
10월 3일 새벽 6시가 좀 넘은 시간. 나는 닝기적 거리며 일어났다. 연휴가 기니까 이렇게 빨리 내려가는 사람이 있겠어? 늦게 일어났다며 투덜거리는 와이프를 지나치며 속으로 중얼거렸던 말이다. 그렇게 나름 얼른 준비해서 7시에 무안으로 출발한다. 고양시에서 무안까지 400킬로가 넘는 구간이다. 예상 운전시간 4시간 반. 성산대교를 거쳐 서부간선지하차도까지는 꽤 쾌적하다. 광명 쪽 서해안고속도로 입구부터 속도가 슬슬 줄어든다. 그래도 80킬로 미터 정도로는 간다. 근데 네비에 뜨는 도착 시간이 자꾸 늦어진다.
문제는 화성부터다. 화성 근처에 왔더니 차가 아예 선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 그러더니 아예 서버린다. 고속도로 옆으로 차들은 계속 들어오고, 앞으로 갈 생각을 안 한다. 그렇게 가다 보니 서해대교 올라가는데 다섯 시간이 지났다. 물론 중간에 아침도 먹고 휴게소도 들렀지만, 고양시에서 충남 당진 서해대교까지 가는데 다섯 시간은 좀 아니지 않나??
다행히 그 이후 구간은 차가 많이 없었다. 군산 지날 때 차가 또 한 번 서서 가슴이 철렁하기는 했다. 그래도 그 이후 구간은 무난하게 지나갔다. 무안 처갓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 집에서 무안까지 9시간이 걸렸다. 아오. 이 고통을 아는 사람. 나에게 위로를 좀 해주면 좋겠다. 고향이 지방인 서울 수도권 사람들에게 축복을!!
처갓집에서 즐거운 3박 4일을 보내고 이제 국토대장정 두 번째 구간이다. 이번에는 부산으로 바로 안 가고 나의 외갓집인 밀양으로 간다. 그래도 부산보다는 가까운 거리 309킬로 미터다. 예상시간은 3시간 반. 저번에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칼 같이 준비해서 출발했다.
무안 일로 쪽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강진 장흥 보성 순천 광양 하동 사천 진주 함안 창녕 밀양을 지나는 구간이다. 전라도 쪽에서는 차도 안 막히고 길도 편해서 편안하게 왔는데, 문제는 광양 지나서 하동 사천 진주까지 고속도로가 너무 꼬불꼬불하다. 차는 별로 없는데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이리저리 커브의 연속이다. 다행히 진주 지나니까 도로도 4차선으로 넓어지고 꼬불꼬불한 길도 없다. 함안휴게소에서 아침 먹고 좀 쉬다가 여유 있게 밀양으로 들어간다. 밀양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반쯤 되었으니 한 다섯 시간 반 정도 걸렸다. 그래도 중간에 많이 쉬어서 운전한 시간은 생각보다 얼마 안 된다.
오랜만에 외할머니와 이모 삼촌들을 뵙게 되었다. 빈손으로 가기 뭐해서 뭘 사갈까 하다가. 처갓집이 목포니까 역시 홍어를 사가야겠다 싶었다. 중간 숙성 홍어를 포장해서 갔는데, 이모 삼촌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나는 경상도 사람들이 이렇게 홍어를 좋아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전부 홍어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음에는 더 삭힌거를 사오면 좋겠단다. ㅋㅋㅋ 그래서 알았다고, 다음에는 아예 썩기 직전의 홍어를 골라서 가져오겠다고 이야기한다.
밀양, 부산에 즐거운 3박 4일을 보내고 이제 우리 집으로 갈 시간이다. 밖에서 10일 가까이 지내니까 우리 집이 너무 그립다. 나의 소파. 리클라이너가 전동으로 되는 나의 소파가 너무 그립다. 거기 다리 펴고 앉아서 보는 유튜브 쇼츠가 너무 그립다. 엄마의 밥도, 이모 삼촌들과의 즐거운 시간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이제 이만하면 되었다 싶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부산 - 고양시 구간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날 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430킬로미터의 거리를 최단시간으로 주파해야 가족들의 고통이 최소화된다. 나이브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이번에는 준비를 잘해서 5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한다.
집에 갈 때는 연휴가 긴 것이 도움이 된다. 경북 구미를 갈 때까지 차들이 별로 없다. 경북 문경까지 2시간 반 만에 주파하고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었다. 문경을 지나면 충북 괴산 충주가 나온다. 여기서부터 차가 슬슬 많아지기 시작한다. 아 그래 이제 수도권이 가까워지는구나 싶다. 여주 이천이 나오면 본격적으로 차가 많아진다. 하지만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속도가 줄지는 않는다.
네비가 처음에는 강변북로를 통해서 서울을 지나가라고 하길래, 이야 이렇게 차가 없나 했는데, 역시나 가다 보니 다르게 안내를 한다. 남양주에서 의정부 쪽으로 돌아가는 수도권 제1순환 고속도로로 우리 집으로 가라고 한다. 그래 역시 그렇지. 서울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 그렇게 나름 스무스하게 집에 도착했다. 시간은 11시 반. 5시간 반!! 주말에 부산에서 우리 집까지 신기록이다. 역시 정신만 바짝 차리면 명절에도 신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집에 와서 외갓집에서 챙겨주신 홍시를 긁어서 그릇에 담아 정리하고, 그동안 쌓여있던 빨래도 정리한다. 명절동안 로봇청소기한테 청소를 시켜놓았더니 집이 아주 쾌적하다. 가족과의 시간들도 좋지만 역시 우리 집이 제일 좋다. 나는 이제 여기가 내 집이다. 그래도 이번 명절 아주 즐거웠다.
무안에 내려갈 때는 내가 타던 미니벨로를 접어서 가져갔다. 무안의 황금빛 넓은 들녘을 달리던 장면이 눈에 생생하다. 영산강 자전거길을 달려 목포 평화광장에서 커피를 마셨고, 다음날에는 처남도 같이 갔다. 장인어른 장모님과 앉아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밀양에서는 오랜만에 구순의 우리 외할머니도 뵙고, 오랜만에 이모 삼촌들 사촌동생들도 만나서 즐거웠다. 오랜만에 이모 삼촌 동생들과 하는 이야기는 아주 재밌었다. 오랜만에 먹는 돼지국밥은 너무 좋았다. 국밥에 머리 고기가 아닌 비계가 적절히 붙은 삼겹살이 들어있는 돼지국밥은 진짜 최고였다. 엄마와 동생과 같이 동네 좋은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좋은 명절이었고, 오랜만에 즐거운 국토대장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