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감마레이를 알고 있는가?

2016.06.21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는가?

by 최성민


당신 감마레이를 알고 있는가?

감마레이를 감마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분명하다. 하지만 락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 확률이 높다. 비루한 이지리스너일뿐인 내가 이런 건방진 말을 하는건 나는 감마레이라는 밴드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때는 1997년, 부산 건국고등학교에 다니던 내가 감마레이를 알게된건 그때였다. 격동의 1997년. 아이엠에프가 우리나라를 덮치고, 신자유주의라는 먹구름이 우리주변을 둘러싸 우리의 목을 조를것이라고 예상하지도 못하던 그때. 나는 창가쪽 교실 뒤쪽 자리에 앉아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음악은 시종일관 빨랐으며, 더블베이스 드럼을 두들겼으며, 주문을 외우는 듯한 보컬은 낮은 음에서 고음까지 아주 자유롭게, 하지만 카리스마 있게 노래를 했다. 그 앨범은 마치 어렸을때 우주를 상상하며 느꼈던, 막연한 '무한'함이란 것에 대한 경외를 표현한 것처럼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고 우주를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게 했다.


그래 그 앨범은 바로 감마레이의 'Somewhere out in space'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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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앨범임. 구글에서 검색해서 캡쳐했음. 저작권에 문제있다면 미안함.





자켓만봐도 뭔가 느껴지지 않나? 저건 뭔가 창조주와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난 이지리스너이기 때문에 가사 따위 검색하지 않는다. 사실 앨범에 있는 영어로 된 가사를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음악을 즐기는데 영어로 된 가사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배철수 아저씨가 말했다...ㅋ)


여튼 이 앨범은 시종일관 빠르고 더블베이스 드럼은 계속 두두두두두두 거리고 기타도 엄청 빨리치고 보컬도 고음이 많다. 카리스마있는, 전형적인 스피드멜로딕메탈이다. 근데 이런 음악은 정말 많은데, 정말 이 음반은 까리하다.


트랙 1번부터 끝번까지 쭉 이어서 뮤지컬을 만들어도 될만큼 노래들이 하나의 통일성을 가지고 있고 빠른 음악으로 긴장이 고조되다가 중간에 Pray라는 웅장한 발라드 트랙이 딱 나와서 뭔가 뭉클하게 해준다. 그러고 또 엄청 빠른 트랙들이 몰아치다가 마지막에 Shine on 이라는 트랙이 나와서 이 웅장한 우주 뮤지컬을 끝내준다. 우리에게 빛이 비춰줄 이라고 하면서.(가사는 모르지만.ㅋ)


이 밴드의 주장은 카이한센이라는 독일 사람이다. 아마 지금이면 할배가 됐을텐데. 고등학교 1학년때 들었던 이 음반이 얼마전에 다시 생각나서 검색을 해봤는데 이 밴드가 2016년까지 신보를 내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거기다가 우리나라의 까다로운 락 매니아들이 아주 좋은 평을 해놓은걸 보고 또 깜짝 놀랐다. 이 카이한센이라는 할배는 정말 대단한 할배구나.


이 카이한센이라는 할배는 원래 헬로윈이라는 스피드멜로딕 메탈을 하는 독일밴드 출신인데 거기서 나와서 감마레이도 만들고 프로젝트로 블라인드가디언이라는 팀도 하고 유스소닉(?)인가 하는 팀도 한다고 했다. (난 비루한 이지리스너일 뿐이므로 헷갈릴수도 있음.) 옛날에 블라인드가디언은 들어봤던거 같은데 별로 기억이 안나는거 보니 내 취향이 아니었나보다. 여튼 이 카이한센이란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이렇게 꾸준하게 음악을 하는데 또 내놓는 음악마다 높은 수준이니. 님 좀 짱인듯.


이 음악을 들었던 1997년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인 때였다. 그때 우리는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가 하나씩 생겨서 모두들 거기에 엄청 몰두하던 시기였다. 그때만 해도 나는 친구들 몇몇과 함께 헤비메탈을 즐겨듣고, 쉬는 시간에 발성을 한답시고 고함을 빽빽 질러대던 놈이었고, 한쪽에서는 헬스 한답시고 아령을 들던 놈들도 있었고, 음악을 탐닉하던 친구들 중에서도 장르가 달라서 나 같이 점점 더 센 메탈을 듣던 친구, 재즈를 듣던 친구, 일본음악에 심취한 친구, 아이돌만 죽어라고 듣는 놈들도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만화, 무협지에 심취해 쉬는시간이고 수업시간이고 맨날 그런 책만 보는 놈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반에는 신앙열풍이 불어 갑자기 신앙을 갖겠다고 교회가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그 중엔 실제로 신앙을 가져서 목사님이 된 친구도 있다. 우리는 다양하게 뭔가를 좋아했고 또 다들 열심히였다. 무협지를 열심히 봤고, 만화를 열심히 그렸고, 운동을 열심히 했고, 노래를 열심히 했고, 음악을 열심히 듣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라는 말이 지금 생각하면 딱 맞다. 난 그때 내가 좋아하는 걸 엄청나게 했고 그게 내가 됐다. 나도 모르게 그때 나는 '나'를 만든거다. 난 농구를 엄청했고 락음악을 엄청 들었다. 인디음악을 좋아했고, 헤비메탈 중에서도 스레쉬를 좋아했다. 고음보컬을 좋아했고 고음보컬을 엄청 열심히 연습했다. 취향은 조금씩 바뀌어 갔지만 그때 내가 좋아했던 것을 열심히 했던 것은 나를 알아가고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는 데 아주 중요했다.


난 감마레이 앨범 중에 이 앨범을 제일 좋아한다. 물론 그 뒤에도 많은 명반을 만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앨범이 좋다. 이 앨범을 들었던 그때. 빌린 워크맨으로 빌린 테이프로 듣던 섬웨얼아웃인스페이스, 프레이, 더가디언오브맨카인드, 밸리오브킹스. 그때 그 장면들이 기억이 난다. 지금은 유행이 조금 지났지만 스피드 있고 멜로딕한 감마레이의 음악이 좋다. 메탈리카, 메가데스도 좋다. 크래쉬도 빠질 수 없고 시나위도 빠질 수 없다. 힙합도 좋아한다. 듀스도 좋아하고 솔리드도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게 '나'다.


당신. 감마레이를 알고 있는가? 당신이 좋아하는 건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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