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discussion에 대해서

팀장이 그렇다는데 더 이상 내가 뭐라고 해

by You need me

나는 생각과 표현이 명확한 사람이다.

게다가 행동에도 주저함이 없어서 무난한 사람은 분명 아니다.

팀장이라서 추진력이 좋은 게 아니라 원래 관점이 뚜렷한 편이었던 것 같다.

예상하다시피 이런 성격이라 회사 생활을 스스로 가시밭길로 만들기도 했다.

동료뿐만 아니라, 상사에게도 똑같이 행동했으니까.

이런 성향을 나의 강점으로 높게 평가해 주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무섭고 힘든 상대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나이가 들고서는 이러한 장점이자 단점을 잘 융화하기 위해서(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마인드셋과 스스로의 품격에 대해서 꾸준히 공부하고 자아 성찰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며 주변에 떠오르는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지금 질색팔색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논쟁을 통해야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굉장히 정성적인 판단이 주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결과물과 말에는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가 궁금한 점과 납득되지 않는 부분은 꼭 질문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은 산수처럼 꼭 맞는 답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의 의견을 상대방이 납득할 때까지(또는 왜 반대하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관점을 그렇게 이해하고 배우게 된다.


이런 성향의 내가 직책을 맡았으니 나의 말과 행동은 이전보다 더 많은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당연히 비직책자분들과의 논쟁은 이제 체급이 다르지 않느냐라고 하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나는 2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1.

상대방에게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확신에 차서 끝까지 설득하려고 노력해 본 적은 있는가?

토론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상대에게는 나도 아예 논쟁을 시작하지 않는다. (내 위에도 답정너인 상사가 있다)

하지만 그런 시도도 없이 상대방이 나에게 무슨 공격을 할지 무서워서 스스로 꼬리 내리고 회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팀원 : "이런 이유로 A라고 생각해서 AB를 만들었습니다."

팀장 : "저는 A라는 전제가 납득되지 않는데요, 저는 이런 이유로 전제는 C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A인 경우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떠신가요?

팀원 : "저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이유로 A라고 생각을 했고.... C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타사도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에 A가 맞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를 무서워하는, 팀장이 그렇다는데 더 이상 내가 뭐라고 해라며 문을 나서는 팀원들의 말하는 방식이다. 과연 논리적으로 스스로의 의견을 완성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말해도 결국 자기 맘대로 할 텐데라고 생각한다면, 내 입장을 말해주고 싶다.

팀장은 대외적으로 팀의 산출물을 대변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밖에서 공격받을 상황은 없을지 스스로 시뮬레이션하며 대비하는 이유도 있고, 또 하나는 담당자가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그 산출물에 파고들었는지를 이해하고 싶기 위함이다.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은, 확신에 찬 사람이 두렵다.


2.

이전의 직장에서 모두가 대화하기를 무서워하는 아주 악명 높은 팀장이 있었다.

어느 날 나를 본인 자리로 불러서는 엄청나게 공격적으로 쏘아붙이면서 몰아세운 적이 있었다.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려는데 상황을 잘못 알고 계신 것도 모자라 자꾸 언성을 높이시길래 순간 맘 속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그냥 할 말 다하고 퇴사한다는 마음으로 팔 걷어붙이고 엄청난 언쟁을 나눈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했을까

그 팀장은 전에 없던 쌍방 핏대 높이는 설전 끝에 결국 내 이야기를 이해했고, 그다음부터는 내가 그 직장을 나오는 순간까지 나의 의견을 매번 경청해 주셨고, 많은 순간에 지지자가 되어주셨다.


진짜 건강한 토론은 뒤끝이 없다.

실제로 지금 가장 친한 동료들은 나와 여러 차례 이견으로 언쟁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목소리가 커졌고 감정이 치솟았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 간의 일이니 당연한 과정이다.

회의실 밖을 나서는 순간 누구의 의견대로 가게 되었냐 와 상관없이 '좋은 싸움이었다'라는 모순적인 상쾌한 기분이 있다. 누군가는 상대방의 논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한 수 배웠고, 누군가는 나의 주장을 설득시킨 것이기에 성취감을 맛본다.


적당한 타협과 두루두루에게 좋은 평화로운 방향으로 순항하는 것도 좋은 직장생활일 수 있지만,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서부터 끌어올린 힘으로 내가 비트는 방향으로 항로를 만들고 리드하는 경험을 꼭 한번 경험해봤으면 한다.


당연히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상사이거나, 갑을관계에서는 의미 없는 행동이다.

나는 위와 같은 상황에 순응할 수 없는 성향인 것을 알기에 새로운 조직으로 이동을 하는 등 환경을 바꾸는 선택을 한다. 스스로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빠르게 깨닫고, 장점을 깎아서 다듬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무작정 참지 말고 계속해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찾고 만들어 내길 바란다.



To. 내가 상처받지 않게 좋은 말로 피드백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 주신 두 분의 팀원께^^

스스로 강해지세요. defence가 안되니까 상처가 되는 거예요.

라테는 하고 싶지 않지만 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했을 때가 언제였는지 더듬어보면,

가장 상처받았을 때였습니다.

막기를 터득했거든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6 신임 팀장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