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움츠려지는 마음
코로나 이후, 많은 것이 달라지는 중이다.
2000년대를 기점으로 꾸준히 호황을 누리던 많은 비니지스들이 맥없이 쓰러지기도 하고, 대부분의 기업에서 정리해고나 인력 조정을 시작했다.
우리 회사도 예외 없이 그런 분위기이다.
작년부터 조금씩 사업을 정리하고 사람을 정리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팀을 통폐합하거나 희망퇴직을 권고했다. 가장 핵심적인 것들 기준으로 계속해서 정리할 것들을 분류하고 있는 있는 느낌이다.
내가 하는 일 역시 지원조직에 속하고 있기 때문에 핵심 비즈니스와 거리다 멀다. 불안정한 시기에 기업에서 가장 먼저 정리하려 드는 것은 돈을 벌어오지 않는 기능의 팀이다. 꽤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고 여러 회사를 거쳐오면서, 회사의 움직임을 보면 안 좋은 신호를 느끼게 되는 촉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분명히 이제 곧 새로운 무언가가 상용화되어 현실적인 변화로 다가올 것이고 멍하니 표류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이 생태계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5차 산업혁명의 명명이 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마음이 조급하다.
변화의 시점이 눈에 보이기 전에, 어수선한 틈을 타 빨리 이것저것 준비하고 배워놓아야 한다 싶은 마음에 팀 내에게서도 분주하다.
단순히 이런 내 느낌만으로 다른 사람까지 동기부여할 수는 없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다들 속으로는 거참.. 피곤하다, 왜 저러지, 본인이 모르겠으면 혼자 공부하지 왜 우리까지....라고 욕할 것 같은 자격지심이 파도처럼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잔잔하게 도닥여 한구석에 놓아두고, 주말에 책상에 앉아 책을 뒤적이며 블로그에 필기를 두서없이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회사에서 떠밀리는 40대, 앞당겨진 은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 이런 글들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건가.
아직 조금 더 젊고 건강한 후배님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서 그냥 물살이 이끄는 데로 흘러가고 싶은 걸까.
다 같이 성장해야 나도 계속 발전한다고 믿는 집단지성의 외침이 괜히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르자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이제는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만으로 스스로 자립할지 소속되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없게 되었다.
밖에서는 기민하게 트렌드를 읽으며 시대 흐름에 탑승하는 것에 생존의 여부가 달려있다.
나의 길을 내가 선택할 수 없고, 어떻게든 안전한 울타리에 머물기 위한 노력만 남은 것인가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움츠려든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자립에 성공하거나 조직에서 승리의 깃발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노력하기 나름이라고 이성적으로 채찍질해 보지만, 그건 단순히 나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너무나 명확히 보고 듣지 않았던가. 쉽사리 자신감이 붙지 않는다.
(이래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에 '명상'이 꼭 들어가는 건가)
그냥 월요일 출근하면 우리 스터디는 이제 그만두고 각자 일에 집중하자는 메일을 써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다.
쫄아든 내 마음을 들키지 않고 어떻게 하면 가장 자연스럽게 보일지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오늘은 그냥 오징어게임이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