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나의 엑시트(EXIT)

계속 이렇게 살 것인가

by You need me



이상한 날이다.

아니 이상한 해이다.


2024년 1월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고, 대부분 모든 사회 활동이 원상복구를 선언했지만, 난 여전히 출근 외에는 칩거 생활에 빠져 있었다. 이제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고 24년 계획에 '매주 토요일 집에 있지 않기'를 적었다. 그렇게 나는 매주 전시회를 보고 연극을 보고 여행을 다니며 정말로 한주도 빠짐없이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렸다.


2024년 7월

잘 놀고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워서 주말에 더 이상 나갈 수 없게 되자 멘탈에 이상이 왔다. 심리상담을 받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와 같은 불안감이 아주 높은 상태라고 했다. 그동안의 주말 놀이는 불안감 탈출을 위한 나의 광기였던 것이다.


2024년 10월

추석 연휴를 쪼개 부산 여행을 다녀왔는데 여행 첫날부터 컨디션이 안 좋았다.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누울 수가 없이 앉아서 잠을 자고 병원을 갔는데 자꾸 검사를 추가해서 병원비만 70만 원이 들었다. 별것도 아닌 걸로 검사만 잔뜩 하고 종합병원까지 괜히 왔다고 속으로 엄청 후회했는데, 오늘 당장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폐혈관에 문제가 왔고 아마 뇌와 심장 혈관 문제로 나타났으면 난 벌써 죽었을 거라고 했다.


2024년 12월

갑자기 영화나 교과서에서나 보던 비상계엄?이라는 게 선언되었다. 10시쯤 잠깐 잠들었는데 잠자리가 어수선해 깨어보니 이런 일이 벌어져 있었다. 뉴스를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어서 ‘에이 설마’를 중얼거렸다. 국회의원들이 쑈 하시는 건 줄 알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는 그 패기에 놀랐고, 평소 정치에 관심 없어서 아무나 되어도 다 똑같지 했던 멍청한 생각을 바로 고쳐먹게 된 경험이었다. 아무나 뽑으면 이렇게까지 되는 거구나- 앞으로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리라.


2024년 12월

새해를 이틀 앞두고, 제주항공 비행기가 추락하고 폭발했다. 너무나 멀쩡하던 비행기는 착륙 직전 순식간에 추락해 버렸다. 꼬리 쪽 탑승한 승무원 2분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망하였다.

그 상황에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던 기장님은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까. 이제 나 죽는 건가 준비할 겨를도 없이 사고를 당하신 탑승객들은 또 얼마나 황망한가. 우리는 삶의 시작과 끝에 선택권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삶과 죽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한 해였다.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아프며 참으며 고독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

내 마음도 몸도 더 이상은 못 버티겠다고 계속해서 메이데이를 외쳤던 건데.. 관재탑 듣고 있나?


이 지겨움을 그만두어야겠다.

난 언제든지 또 죽을 수 있는 지병도 생겼잖아.


가장 두려운 건 결국 이 생활을 계속 유지하며 시간을 벌게 될 비겁한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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