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의 변화 I'll Be There

그런데 이제 선재(변우석)를 곁들인...

by You need me


요즘 서재 방에 자주 들어온다.

브런치에 글을 써 내려갈 때도 있고 핸드폰을 켜고 갑자기 장보기나 쇼핑앱에 열중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겠다고 일단 이 방에 들어온다.

이사 후 이방을 꾸리고는 2년 동안 한 번도 앉아본 적 없었는데 말이다.


요즘 SNS를 보다 보면 연말 시상식 쇼츠가 자주 뜨고 '선재 업고 튀어'에 변우석이 간간이 보이는 바람에 이클립스에 또 빠져버렸다. 입원 중에 이 음악들 덕분에 저녁마다 산책하며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잠재울 수 있었다.

주말 아침 눈을 뜨자마자 이런저런 영상을 줄지어 보다가 '유퀴즈'에 나온 변우석을 보게 되었는데, 이런 게 대운인가 싶었다.

최선을 다하는 날들이 거듭될수록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쌓여가는데 어떤 상황도 내편이 되어주지 않고, 결국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스스로에게마저 싸늘히 등을 돌릴 때, 서러움 꾹꾹 눌러 담아서 바닥에 나뒹구는 자존감 손에 꽉 쥐고 다시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래도 저는 더욱 이겨내려고 했어요"라는 배우의 멘트가 나오자 나도 모르게 "그래 너는 젊잖아.."라고 내뱉고는 황당함에 웃음이 나와버렸다. 누가 보면 팔순 넘은 노인인 줄- 내 마음은 정말 한참 멀리가 있구나.


(극심한 사춘기였던 건가) 나는 고등학교 때 학교를 잘 안 가고 그냥 집에 있었다. 학교라는 상자 속에 규격화된 물건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는 게 싫었다. 이미 중학교 3년으로 학교라는 게 어떤 건지 충분히 경험했고, 고등학교는 더 엄격하다는 말에 흥미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쉬는 게 그냥 좋았다.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회사를 다니고부터도 곧 방학이 정해져 있는 학생처럼 지금 잠깐만 참는 거야 라는 마음으로 20년 가까이 다녔다. 그렇게 매일 잠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이직할 곳이 정해지지 않으면 늘 불안했다.

정해진 규칙이나 틀에서 생활하는걸 극도로 힘들어했던 내가 왜 이렇게 오랫동안 직장만 바라보고 산 걸까.


내가 하고 싶었던 것.

나는 그냥 사람들 중심에서 항상 멋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회사에서도 내 일을 인정받으며 신이 났었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던 일들을 생각을 해보면..

그래, 너무 많았다. 20대에 나는 취미 부자였다.

그래도 결국 가장 깊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건 나의 일에서이다.

일이 꼭 회사라는 뜻은 아닐 텐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서재로 들어오는가 보다.

나에 대해서 글을 써 내려가고, 궁금한 건 닥치는 대로 탐구하다가 새로운 호기심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이 시간이 좋아서.


나는 나를 다시 찾기로 했다.

꾸준히 나를 괴롭혀온 불안감과 불행함은 나 스스로 구겨져 들어가려고 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래 구부린 무릎을 펴는 것은 쉽지 않겠지.

어이구 소리가 절로 나겠지.

그래도 힘주어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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