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어제 삶의 무게가 등 한가운데 뭉쳐 있다. 몸을 추스르며 기지개를 켜면 그제야 혈관을 따라 흐르는 기운이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 잠시의 시원함이 몸을 깨우고, 그 힘으로 벌떡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나면 눈 안에 모래처럼 까슬까슬하던 이물감도, 삶의 무게감도, 이불의 유혹도 물과 함께 흘러간다. 마지막에 약간 차가운 듯한 미지근한 물로 헹구면 정신이 번쩍 든다. 나는 이렇게 아침을 연다.
나만의 시간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길을 간다는 것. 그것은 ‘엄마는 이래야 해’, ‘상담사는 이래야 해’, ‘출판사는 이래야 해’, ‘작가는 이래야 해’라는 수많은 사회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기준들 속에서 마음껏 흔들리다가 다시 내 길로 돌아오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찾아오는 소중한 사람들은 늘 여러 조언을 건넨다. 그 마음이 따뜻하고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 속상하고 씁쓸한 마음이 동시에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들이 돌아가고 나면 내 마음은 다시 무거워진다. 마치 그들의 말을 잘 들어야만 좋은 사람인 것 같은 묘한 죄책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나만의 길을 간다는 건 세상과 맞서야 하기도 하고, 타협해야 하기도 하며, 때론 순응해야 하기도 하는 일이다. 나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마음이 약하고 거절을 잘 못 해서 늘 흔들리는 나는, 스스로 참 연약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지독한 ‘꼴통’일지도 모른다. 마음 깊은 곳에는 “그래, 이것만은 내 뜻대로 할 거야”라는 고집 하나가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만의 길을 간다. 그 길은 때로 위태로워 보이고 덜 믿음직스러워 보여서 곁을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안의 단단한 무언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도 있다. 이 길 위에서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어떤 믿음을 줄 수 있을지 늘 묻는다. 그래서 누구를 탓하거나, 특정인에게 더 마음을 주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도 인간이다. 결국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내 진심을 봐주고, 내 길을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지만, 글로 정리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말끔히 정리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막상 써보면 아주 조금은 정리가 된다. 무엇이든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이런 생각들은 거의 매일 아침, 내 마음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된다.
이 길을 가며 나는 어떤 기준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한 채 맞추려 애쓰고, 흔들리고, 또 돌아선다. 그래서 이 길은 늘 조심스럽고, 약하고, 초라해 보인다. 불안해 보여서 누구도 쉽게 응원해주지 않는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기준도 완전히 무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다시 나의 길을 찾아내는 이 반복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일지 모른다.
나는 나를 응원한다. 나에게 내가 그 시작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