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지 않아도 경계선을 침범하는 말

by nemo


며칠 전,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평을 쓰고 있던 날이 있었다.
조용히 집중하고 싶어 일부러 찾은 공간이었다.


테이블마다 작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유난히 한 테이블에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여성이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 이야기에서부터 예물, 상대방 가족과의 돈 문제, 그리고 결혼할 사람에 대한 불만과 장점까지. 섞이고 뒤엉킨 사적인 이야기들이 카페 2층 전체로 퍼져 나갔다.


전혀 궁금하지 않은 타인의 사생활을 나는 의도치 않게 듣고 있었다. 그 자체로 이미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잠시 후, 그들의 목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려왔다.
디저트를 먹으며 “와, 진짜 존나 맛있다. 개맛있다.”라는 말이 이어졌을 때, 불쾌함은 더 커졌다. 그 말이 나를 향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공간 안에 있는 모두를 향해 던져진 말처럼 느껴졌다.

그 사람의 말은 소리를 넘어 공간을 차지했고, 타인의 시간을 침범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어떤 삶도, 그날의 기분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 사람을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말들이 남긴 태도만은 분명했다. 적어도 함께 머물고 싶은 사람의 말은 아니었다.


결국 나는 책과 필기 도구를 챙겨 자리를 옮겼다. 그 선택에는 불편함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실랑이로부터도, 침범당한 공간으로부터도 나를 지켜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컸다.

내 삶의 경계선을 침범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 탓이라고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그냥 분명했다.


우리는 마주하지 않아도 말로 타인의 경계선을 침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침범은 생각보다 자주, 아주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나 역시 어디선가 누군가의 삶을 침범하지는 않았는지,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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