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힘
만나면 늘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질문은 언제나 자기에게 필요한 방향으로 향한다. 성의껏 답을 해주고 나면 보답을 기대한 것도 아닌데, 어딘가 마음이 비어 있는 느낌이 남는다. 그제야 슬며시 실망이라는 감정이 도착한다.
반면, 만나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묻는다.
“그 자격증을 따면, 뭐 하고 싶어요?”
나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대충 답했다. 그런데 차를 마시는 내내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이 질문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알게 됐다. 결국 다시 말을 꺼냈다.
“아까 그 질문이요. 대화하는 동안 계속 생각했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건요….”
말을 하며 생각이 정리되고, 정리되며 마음이 채워졌다. 그 사람은 나를 채워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채워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내 차례가 온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의 기표보다, 그 안에 담긴 기의가 얼굴의 표정으로 먼저 읽혔다.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소리보다 의미를 따라가는 이 노력이 즐거웠다. 그 안에는 감사와 보답의 감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음 안에서는 이미 우리 사이의 거리가 꽤 가까워져 있었다.
존재에 관심을 갖는 일은 원리만 놓고 보면 참 단순하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는 그것을 ‘고성능 다정함’이라고 부르고 싶다.
— 동기 모임에서 오랜만에 만난 다정한 영숙 쌤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오늘은 심리치료 석사 동기 모임이 있었다. 다섯 명이 만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밋밋한 만남이다. 그럼에도 이 시간이 유독 소중한 이유는 서로의 실존과 존재의 안부를 묻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충분한 따뜻함을 나누고 각자의 성장을 확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자라고 조금 더 살찐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