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작은별
문이 살짝 쿵! 닫히는 소리에 심장이 덜컹하며 눈이 떠졌다. 밤 11시였다.
아들이 자기 방을 청소하고 자겠다고 해 먼저 잠자리에 들었건만, 고요하지 않은 발걸음에 불편함이 묻어났다.
이불을 걷어내고 아이 방 쪽, 열린 문틈으로 조심스레 살펴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는 앞머리로 자신을 방어하듯 고개를 숙인다. 콧잔등에 드리운 머리카락 사이로 일그러진 표정이 투명하게 느껴진다. 알아서 하겠다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등을 돌려 나를 밀어낸다.
나도 상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문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해 달라고 말했다. 알았으니 나가라며 재촉하는 사이, 손에서 스마트폰이 떨어지며 또 쿵! 소리가 났다.
요즘 아빠가 통증이 심해 잠자리가 예민하다. 나도 이리저리 신경이 많이 쓰이는 나날이었다.
“아휴…”
내 한숨에 아이도 같이 한숨을 쉰다.
청소년기의 까칠함이 있다 해도 차분히 말하면 웬만큼 대화를 잘 해오던 아이인데, 오늘은 유난히 짜증이 많았다.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그렇게 말하고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무슨 일인지 묻는 것조차 싫어하는 시기라 궁금함을 참고 지내왔는데, 오늘따라 더욱 답답했다 . 그 동안 참아왔던 뭔가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묵직함에 쉽게 일어나지를 못했다
그 순간 아이의 눈이 순식간에 빨개지며 열이 오른다. 눈물이 차올라 찰박댄다. 울지도, 참지도 못하는 그 심정이 알 것도 같았다. 눈을 바라보며 기다리자 이내 눈물이 쏟아진다.
고3인 아들은 생활체육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발목 인대 부상이 오래가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꽤 받았지만 차도가 없고, 대입은 다가오고, 마음이 많이 불안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운동도 못 하니 근손실이 오고 점수도 떨어져 상심이 컸다고 했다.
나도 따라 가슴이 무너졌다.
‘그러게 진즉에 몸 관리를 잘했어야지…’
가슴에 맴돌던 말들은 이내 삼켜버렸다. 아무 소용 없는 말. 너도 나도 상처만 남길 말들은 저만치 밀어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무너진 사람은 당사자니까. 위로조차 무의미해 보였다.
불안 속에 있으면 하나의 사건이 세상 전부처럼 느껴진다는 걸 나는 안다.
아이가 얼마나 불안했을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나보다 두 배는 훨씬 큰 아들의 머리를 당겨 품에 안았다.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얼마나 불안할지 잘 안다고.
운동도 잘하고 싶고, 원하는 대학에도 가고 싶은 마음 이해한다고.
하지만 이 세상에서 너 자신보다 귀한 건 없다고.
부상은 운동을 못 하게 할 뿐이야.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야.
부상은 낫기만 하면 돼. 조금 늦을 뿐이야.
지금은 부상을 낫는 게 가장 빠른 길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긴 인생, 별거 아니야. 괜찮아.
그냥 부상이 생긴 거야. 치료하면 돼.
운동도, 대학도 다 그다음이야. 괜찮아. 걱정 마.
오늘은 방 청소 그만하고 일찍 자.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물이 쏙 들어간 아이는 잔다며 누웠다.
전같으면 상담사랍시고 그 마음을 더 깊이 공감하며 눈물을 충분히 흘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순간이 아니었다.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일어난 일을 인정해야 하는 때였다.
긴 인생, 별거 아니다.
그냥 발생한 일이다.
해결하면 된다.
해결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천만다행이다. 정말.
아이는 3년 전 정강이 골절로 철심을 넣고, 빼며 몇 달을 목발에 의지해 지낸 적이 있다. 그때에 비하면 이번은 천만다행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혼자 병원에 가 회복 과정에 대해 의사 선생님께 면밀히 묻고 상의하는 경험도 했다. 이렇게 아픔을 겪으며 한 발 성장하는 거겠지. 이렇게 덜컥이며 엄마로 살아가는 거겠지.
그나저나 우리 애들은 참 부럽다.
나 같은 엄마가 있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