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을 멈추지 않는 일상

정상이라는 이름의 마비

by 강정민

“승리의 상태, 정상의 상태, 평화로운 상태에서 우리의 눈은 멀기 시작한다. 외면적 정상성보다 더 교활한 것은 없다.” 파졸리니의 이 말처럼, 승리와 정상화, 평화는 오히려 감각을 마비시켜 보이지 않는 악을 키운다. 일상에 뿌리내리지 못한 민주주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잠시 등장했다 사라지는 ‘팝업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2026년에도 이어질 꾸역꾸역 포복하는 삶(김영민, 시사IN 2026. 1. 6.)> 이 글은 한국 사회를 민주화와 경제성장이라는 승리 서사로만 설명하는 관점이, 반복되어온 좌절과 고통을 가린다고 비판한다.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 사회는 정상화되었다는 환상에 도취되고, 그 아래에서 구조적 악과 약자의 고통은 더욱 교묘해진다. 저자는 화끈한 승리나 완전한 패배 대신, 의심을 멈추지 않은 채 꾸역꾸역 버티며 살아가는 삶이 2026년에도 이어질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은 섣부른 승리에 안도하기보다,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불편과 침묵을 끈질기게 의심하는 태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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