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쓰기로 했습니다. 함께 걷는 18개월
우리는 결국 한 자리에 앉았습니다.
아이의 진로를,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하기하는 자리가 되었지요. 이제까지는 비슷했습니다.
좋다는 이야기, 대부분 가는 길
막연한 기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어요.
그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각자 생각한 것들을 꺼내놓고, 서로에게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일을 나눠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세상에 있는 일을 단순하게라도 구분해보면
아이에게 조금 더 분명하게 보일 것 같았습니다.
물론 실제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큰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단순화는 필요할 것 같았어요.
모든 고민은 두 달 전, 아이가 다녀온 한 행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아이는
자신의 적성의 실제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조업 분야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다루기보다는
실제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것을 다루는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적성은 하나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설계와 운영, 두 영역 사이 어딘가에 아이가 서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어렵더군요.
어느 쪽도 틀린 선택이 아니었고,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세 가지 길을 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Level C로서 마이스터고와 항공과학고, Level A로서 4년제 공대였습니다.
마이스터고와 항공과학고는 졸업 이후 바로 사회로 나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전혀 달랐습니다.
한쪽은 산업 현장으로, 다른 한쪽은 군이라는 조직에 편입됩니다.
4년제 공대를 이야기할 때는 결국 하나의 단어로 모였습니다. 수학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겠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은 호불호가 매우 분명합니다. 그리고 수학에 흥미를 느끼는 아이는 많지 않지요. 이것은 수학 점수와는 별개의 문제로 이해합니다. 평생을 가야 할 직업에 단지 의무로 수학을 공부한 아이와 그것이 재미있어서 공부해 온 아이와는 살아가는 모습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만약 저희 아이와 같이 적성이 애매하게 걸쳐 있는 경우, 수학에 대한 흥미도와 성적을 우선 순위로 고려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전반적인 교과성적을 기본 결정요소로 두고 진로를 고민하는 것도 추천해 드릴만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꽤 오래 이야기했습니다.
중간중간 말이 끊기기도 했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가능성을 말하려 했습니다.
그 사이에서 저는 계속 생각했습니다.
이 선택이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덜 불안해지기 위한 선택일까.
결국 우리는 하나의 결론에 도착했습니다.
"선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당장 하나를 정하는 대신, 시간을 두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1년 6개월. 아이와 함께
세 가지 길을 모두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학교 설명회를 찾아가고,
수학을 실제로 공부해보고,
각각의 길에 더 가까이 가보기로 했습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그 끝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대신,
함께 알아보고, 연구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어쩌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 혼자 서 있게 두지 않는 것.
같이 고민해주는 것.
그래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부모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