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을 미루었는데도, 마음은 편해지지 않았습니다.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세 시간째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표정에는 피곤함은 없고
진지하고 오히려 즐거움도 있더군요.
실은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장시간
상의했던 것이 진로였습니다.
그동안 제가 조사하고 연구했던 내용을
아이와 함께 들여다보면서
이야기했습니다.
4년제 공과대학,
마이스터고등학교,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
우리는 세 가지 길을 놓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느 것도 쉽게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모든 것에 가능성을 열어놓고
그것에 맞추어 활동하기로 했거든요.
그 시간은 아이에게 큰 동기부여를
준 것 같았습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과학 동아리를 가입했고,
봉사활동 계획을 세우더군요.
그리고 모은 용돈으로 레고를 구매하여
저리 열심히 조립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매우 긍정적인 것 같아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마음은 편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방향이 맞는 것일까.
별것 아닌 대화 속에서도
진로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는 않았는데
이미 늦은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안할 것일까요.
아니면 결정을 해도 불안할까요.
혹시, 문제는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제가 불안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요.
어쩌면 제 마음을 정리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에게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저는 그 시간을 그저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고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그 무언가를 놓칠 것 같습니다.
저는 왜 불안한 것일까요?
이것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