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
여행과 쉼을 함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여행'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낭만에 취했었나 보다. 본격적인 유럽여행의 시작은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유럽의 물가를 생각할 때 여유를 갖고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일정에 쫓기다 보니 몸에 탈이 났고, 일정을 조정해 틈틈이 쉬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기자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어느 도시를 가든 모든 골목이 광장으로 이어졌다. 어느 골목을 지나가든 결국 종착지는 광장이었다. 처음에는 '길이 왜 이렇게 미로 같지?', '돌바닥 길에 골목은 너무 많고 목적지까지 돌아가야 되니 참 비효율적이야'라는 생각들이 가득했다. 그런데 막상 광장에 도착하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해방감과 동시에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꼈다. 항상 그곳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쉬거나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고 있었다. 저녁이 되면 자유롭게 버스킹을 하고, 주말에는 작은 마켓이 열리기도 했다. 광장은 누구에게든 열린 공간이었다. 사방으로 연결된 골목길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갔다.
크고 작은 이벤트를 즐기며,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와 위로가 되는 곳. 여행 중 지쳤던 나는 그렇게 광장에서 에너지를 받았다. 누군가의 연주로, 귀여운 강아지들의 몸짓으로, 사람들의 미소로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에게도 이런 해방감을 느낄 수 있고,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어쩌면 일상에 지친 우리 모두에게 진짜 필요한 쉼의 공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주고받고, 감정을 쏟아내고, 제대로 숨 쉬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공간. 나에게 이탈리아의 광장은 진짜 쉼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