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괜찮아, 내 삶의 강사가 되기까지

내면에 귀 기울이고 소리내기

by JF SAGE 정프세이지


20년 전, 큰아이가 공문 한 장을 들고 왔다. 학생상담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담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원 과정을 찾아보니 학비가 비쌌다. 남편의 돈으로 공부할 수는 없었다. 남편이 말리지는 않았겠지만, 나 스스로 지레짐작으로 포기했던 상담 공부였다.


지원서를 냈다. 10일 동안 남산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교육을 받으라는 소식을 받았다. 같은 학교 학부모 2명과 함께 10일 동안 움직였다.


남산 교육정보원 강당 1, 2층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강단에 선 강사가 너무 멋있어 보였다. '나도 저기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정욕구가 강한 걸까? 옆에 같이 간 지연이가 말했다. "언니도 저 강사처럼 강의하면 잘 어울릴 것 같아." "내가 어떻게, 능력이 안 돼"라고 대답했지만, 솔직하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과외를 시작하면서 강사가 되겠다는 꿈은 사라진 듯했다. 그래도 끊임없이 뭔가를 배우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심지어 주일 미사 때 받는 주보에서 가장 먼저 보는 면이 교육 관련 소식과 구인란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길을 가다 보이는 여러 종류의 현수막 중에서도 교육 관련 내용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배워서라도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일을 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배운 건 많은데 남아있는 게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평생 배우기만 하는 것 같아서 내 모습이 점점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1년이면 AI 강사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배우는 속도가 느렸고, 아는 게 많지 않아 남 앞에 서는 게 자신이 없다. 공부는 하는데,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뒤돌아보니 그렇지 못했다. 이런 마음이 드니 제자리걸음이다. 이 상태로는 '나 강사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수가 없다.


"남들보다 6개월 먼저 배워서 그걸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돼요"라고 하지만... 유연성도 많이 부족하면서 완벽을 기대하는 건 과욕을 부리는 걸까. 그 이면에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고, 혹시라도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있다. 남들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내 그릇을 자꾸 줄여갔다.


AI 공부와 마케팅 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새로운 걸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내 자리는 없구나' 생각하며 자꾸만 뒤로 미뤄둔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책은 냈으면서 전자책은 계속 미루고 있다. 이유를 안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팔리는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그리고 나보다 전문가가 많다는 생각에 자신이 없다. 전자책 1권의 산만 넘어가 보자. 5월 31일 북커툰이 기다려진다.


삶의 정리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고민하는 중에 '생전정리지도사' 과정이 들어왔다. '이게 내 길인가' 싶어 시작했다. 공간 정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정리수납전문가 1, 2급 과정, 활동지도사 1급 과정은 실습과 시연, 테스트로 끝났고, 지금은 정리코칭과 전문강사 과정을 듣고 있다.


전문강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서도 안 할 이유만 찾고 있다. "공부 끝까지 해보고 그때 결정하지"라며 속과 다른 말을 내뱉고 있다. 강사를 하고 싶으면서도 지금 잘할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니 미리 포기하려고 한다.


그만하자. 속내를 드러내놓고 남들 앞에서 서보자. 좀 망가지면 어때. 거기서 배우면 되잖아.


꿈을 꿔본다. 내 삶을 잘 정리하고픈 마음이 있으니 이제는 그 생각을 귀히 여겨 인생설계도 해보고, 50년 이상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며 나를 찾아보자. 책 읽어주고 독후활동은 할 수 있으니 이걸 가지고 가보자. 삶을 글로 정리하고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연결 지어도 좋을 것 같다. AI 달인은 아니지만 사용할 수 있고 사용법을 도움 줄 수 있으니 이것도 알려주자.


단 한 번도 내 삶을 마케팅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지만, 배워보니 필요한 일이었다. 그동안의 배움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 같다. '이러려고 배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크고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나랑 어울리는 작지만 색이 아름다운 꽃은 피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하얀 목련이 생각난다고 했는데. ㅎㅎㅎㅎ



망설임과 두려움, 배움과 도전, 그리고 나만의 작은 꽃을 피우기까지.
이 길 위에서 오늘도 한 걸음 내딛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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