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으면 책이 완성된다

12시간 젅자책 쓰기 북커톤

by JF SAGE 정프세이지


"12시간만에 전자책을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 아닌가?"


오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콩닥콩닥했다.


그동안 전자책 쓰기 시도만 몇 차례 했다. 숙제를 못한 것 같은 찝찝함이 항상 남아 있다.


"12시간 함께 앉아 전자책 완성하기" 북커톤에 대한 공지를 듣자마자 이번에는 반드시 완성하고 만다는 각오로 신청했다.


AI 실용서를 쓰고자 캄파로드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상세페이지까지 다 만들었지만 완성하지 못했다.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이 많아 두렵고, 자신감이 없어서 써내려가기 어려웠다.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진행은 쉽지 않았다.


이번엔 달랐다. 따라쟁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보였다.

시간의 제약이 오히려 집중을 도왔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써내려가게 만들었다.


나이가 많다는 생각


체인지그라운드에서 대교와 함께 하는 빡독(빡세게 독서하자)이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하루 종일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참여하고 싶은 의지는 있었으나, 나이가 많다는 생각에 시도조차 안 했다. 젊은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빡독에 대한 미련이 남아 북커톤은 무조건 신청했다.


5월 30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줌을 켜놓고 강의와 실습 순으로 진행한다. 혼자서 12시간 동안 하나의 일을 계속하는 건 힘들지만, 함께 하니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함께의 힘!


전날부터 긴장되고 설레었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어 기뻤다.


이미 정한 주제


주제는 이미 정해놓고 시작했다.


'가족을 개인 대 개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처음엔 자녀들과의 거리두기를 생각했다. 그녀와 그를 바라보며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기까지의 경험담을 쓰려고 했었다.


그런데 STP 분석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제가 변했다. 목차가 달라졌다. 돌고 돌아 결국 아버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ChatGPT는 내 마음의 변화를 알고 있었나?


내 삶의 마무리를 잘하자는 생각에 생전정리지도사 공부를 시작했다. 공간의 정리와 인생정리를 도와 행복한 삶을 살게 하는 일이라고 배웠다.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 삶을 한 번 돌아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는 그런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


48시간의 몰입


5분 전 입장, 주제 정하는 방법을 듣고 바로 실습, 독자 대상(STP 분석) 정하고, 목차와 초고까지 쓰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바로 미리캔버스, 캔바와 목업 세 곳을 왔다 갔다 하며 북커버를 만들었다.


뭔가 부족하다. ChatGPT에게 내가 만든 북커버를 보여주고 어떠냐고 물으니 수정할 내용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초고 수정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1차 수정본을 워드에 옮기면서 편집까지 하려니 이 또한 만만치 않다. 사람들마다 역량의 차이가 있어 속도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편집과 삽화까지 넣는 방법을 듣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밥을 먹지만 머릿속은 바쁘다. 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미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편집을 하면서 2차 수정에 들어갔다.


"오늘 마무리는 힘들겠구나. 강의 내용을 숙지해 혼자서 마무리하자."


이렇게 생각하니 졸렸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9시부터 작가와 ISBN 신청 및 대형 서점 유통 신청 강의를 들었다. 어느새 잠이 들었는지 눈을 뜨니 모두들 사라졌다. 큰일이다. 교안을 보고 하면 된다고 하기는 했는데.


다음 날은 일요일. 하고자 하는 맘이 큰 건가? 완성 못한 부담감이 큰 건지 눈이 빨리 떠졌다. 원고 수정과 북커버 수정, 다시 편집하고 또 원고 수정. 어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완성해보겠다는 생각 하나로 달렸다. 12시간 넘게 매달렸지만 아직도 멀었다.


다행인가, 내겐 선거날 하루가 더 있다. 월요일 저녁 밤샘을 했다. 이게 가능한가? 꼬질꼬질한 상태로 모자를 쓰고 투표하러 갔다. 투표장에 도착한 시간이 6시 8분, 사람들이 꽤 있다.


4차 수정까지 마무리하니 이젠 잠을 자도 되겠다. 점심 먹고 또다시 원고 수정에 들어갔다.


48시간 정도를 투자해 '나는 아버지를 다시 배우는 중입니다'라는 책을 완성했다.


완성 후의 감정들


종이로 출력해 아버지에게 드리면 반응이 어떨지? 내가 정말 드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든다. 멀기만 했던 아버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작가와 회원가입, 계좌 인증은 하루가 지나니 가능했다. 북커버와 원고 업로드, 작가 소개, 책 소개까지 휘리릭 하고 유통 대기 중.


《일요일의 순례식탁》이 나온 후 지인이 네이버 인물등록을 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작가라는 말이 어색해 "전자책 한 권 쓴 다음에 할래," 미루었다. 이젠 해야지.


1년 후의 나


"1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완성하고 나니 "다음 달 북커톤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담달엔 몇시간이 걸릴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한 달에 한 권씩만 써도 1년에 12권. 그렇게 조금씩 내 책장을 채워나가는 작가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


"나도 언젠가 전자책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라면, 나이도, 경험도 상관없다. 그냥 따라쟁이처럼 시작하면 된다.


진짜 앉아 있으면 책이 완성된다. 이 경험은 정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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