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을 때 설계도가 필요하듯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생애주기에 따라 내 삶도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
설계라고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계획한다. 매년, 매달, 매일이 시작될 때 시간의 길이나 내용은 다르지만 플랜을 짠다. 일을 할 때도 목표를 세우거나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커다란 변화가 생길 때 목표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내가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 바로 인생설계를 해야 하는 것이다.
나이의 첫 글자가 4에서 5로 넘어갈 때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실제로 49살의 마지막 날과 50살의 첫 날은 이어져 있음에도 단절된 느낌이었다.
나이 들었다는 느낌보다는 ‘이제는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더 크게 다가오면서, 문득 삶을 정리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뭔가를 시도하는 게 아니라 정리해야 하는 때라고 여겼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차이가 없음에도 다 늙어버린 노인이 된 느낌. 내가 설 자리가 없을 거라고 미리 단정했다.
해놓은 것도 없는데 정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나 뭐 하고 산 거지?' 라는 자책을 하며 우울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가 그동안 받았던 교육의 효과였다. 수명이 길어졌음에도 부모 세대의 삶을 그대로 답습하려고 했던 것이다. 변화가 많아진 이 시대에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50대가 된다는 건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고 남은 삶을 새로이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제2의 일을 갖기 위한 시간이기도 하다. 대대적인 인생설계가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12시간 만에 전자책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인 북커톤에 참석했다. 4번째 책의 주제로 뭘 할까 고민이 되었다.
생전정리지도사 공부를 하면서 인생설계 워크북을 만들어보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클로드와 퍼플렉시티를 이용해 내 생각을 정리했다. 대화를 통해 구성안을 만들어 차례대로 목표와 초고를 받았다.
클로드는 일정 시간 사용하면 5시간 이상 휴식을 해야 한다. 이게 일률적이지는 않다.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중간에 끊길 수 있으니 부지런하게 초고를 받았다. 중간에 이상한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를 받는 게 중요하다. 내용이 많아지면 새 창을 열어야 하는데 그 전 내용을 기억 못 하니까.
새 창으로 바꿔야 할 때 전체 목차와 챕터 목차를 주면 내용이나 구성이 많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프롬프트를 더 친절하게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생설계에 관한 워크북을 만들어보자고 으쌰으쌰 시작했다. 휴식시간이 임박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내용이 너무 기니 새로운 창에서 작업하라고 하는 알림이 떳다. 마음이 급해졌다. 초고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멈췄다.
다음 달이 되면 퇴직을 할 남편을 위해 잘 쓰고 싶었다.
목차만 보고 반복된 주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산으로 가는 기분이 들었다. 페이지 수는300페이지가 넘어갈 것 같고, 내용이 길어지니 반복이 있을 수밖에. '이건 아니지' 싶어서 애초 계획을 다 엎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충실하게 워크시트 위주로, 맥락에 어긋난 내용은 빼고 반복된 내용은 최소로 했다.
클로드가 멈춰있는 동안 난 초고를 계속 살펴보며 반복되는 내용을 빼고 내 어투로, 내 의도대로 수정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북커버를 만들고 있고, 북커버에 대한 아이디어가 하나도 없는데도 여유로운 날 발견.
북커버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ChatGPT가 잘 주었는데... 일단 책 완성을 먼저 해야지. 끝까지 가보면 생각이 나겠지. 다른 사람들과 속도가 달라도 4번째 참석하는 거라 여유가 있다.
초고 작성도 덜 했고 북커버제작도 못했는데 북커톤의 12시간은 마무리가 됐다.
괜찮다. 나머지는 내가 다 해야 하는 거고 필요할 때 녹본을 찾아보면 되니까.
그러다 유튜브 썸네일에서 냅킨AI를 보았다. 이게 뭐지? 텍스트를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이미지를 준다고. 잠을 자려고 노트북을 껐는데 다시 켰다. 재미있다.
진짜 내용에 맞는 이미지를 그려준다. 이런 게 있다고 신이 나니 잠이 달아났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글을 쓰는 중에 클로드가 멋진 그림을 보여줬다. 아티팩티와의 대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클로드를 계속 사용하면서도 아티팩트를 전혀 알지 못했다.
클로드와 냅킨 덕분에 전자책을 쓰면서 흥미가 배가 되었다. 표 작성은 클로드에게, 텍스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각적인 자료는 냅킨에게. 이젠 어떤 AI를 잘 선택해 사용하는 것도 재능이 되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준다. 내용에 딱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니 신기할 따름이다. 긴 설명글보다는 한 장의 그림이 훨씬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준다. 파워포인트 제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줄 것 같고, 현재는 베타 버전으로 무료다. PNG, SVG, PDF 등 다양한 형식으로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클로드 안에서 문서를 체계적으로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다. 표나 차트 작성이 특히 편하고, 긴 문서의 구조를 잡을 때 유용하다. 내용을 수정하거나 보완하면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전자책 같은 큰 프로젝트에 사용하면 편리하다.
인생설계라는 주제로 시작한 전자책이 냅킨과 클로드 아티팩트를 만나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작업이 되었다. 5일 동안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새로운 도구들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작가와에 유통신청 버튼을 누르는 순간, 뿌듯하고 후련했다. 책 한 권을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다른 때보다 강했고,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창작 방식도 마음에 든다.
퇴직을 앞둔 남편을 위해 시작한 작업이었지만 결국 나 자신이 더 많은 것을 얻었다. 50대에 접어들며 느꼈던 막막함과 자책감이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
AI 시대에는 도구를 잘 선택하고 조합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각각의 AI가 가진 고유한 강점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때 혼자서는 불가능했을 일들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새로운 창작의 시대다.
4번째 전자책 <50대 인생설계 바이블>을 쓰며 깨달은 건, AI는 나의 창작의 파트너라는 것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새로운 도전은 언제든 가능하다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