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PPT와 절기의 지혜

한로와 상강

by JF SAGE 정프세이지


이번 주 데이케어센터에서 24 절기 중 한로(寒露)상강(霜降)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한로와 상강이라는 절기를 처음 접했다.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이 시점은,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고 느끼기에 참 좋은 때다.



우리들 이야기 팀 3명 중 내가 처음으로 이 주제를 맡아 수업을 하게 되어 긴장도 컸다. 수업을 하고 나서 단톡방에 결과들을 공유하며 더 알찬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이 많은 주제도 아니고, 재미로 이끌기 쉽지도 않았다.
한 마디라도 더 이야기 나누고, 한 번이라도 웃게 해 드리는 걸 목표로 하고 진행했다.



한로(寒露): 차가운 이슬, 가을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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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는 10월 8일경으로, ‘차가운 이슬’이라는 뜻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 차가 커지면서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고, 풀잎과 나뭇가지에 맺힌 이슬이 차갑게 식는다.
이 시기에는 벼의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농가에는 가을의 바쁜 기운이 감돈다.


또한 일교차가 커져 감기나 호흡기 질환이 생기기 쉬운 만큼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상강(霜降): 첫서리, 겨울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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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은 양력 10월 23일경으로 , ‘서리가 내린다’는 뜻이다.

기온이 더욱 내려가며 첫서리가 내리고, 나뭇잎은 붉게 물들어 가을의 절정을 알린다.


이 시기에는 수확이 마무리되고, 겨울 농작물의 준비가 시작된다.
또 난방을 시작해야 하므로 에너지 절약과 안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절기와 일기예보 — 자연의 리듬과 현대의 과학


24 절기는 고대 중국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 오랜 세월 전해져 내려왔다.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한 ‘양력 절기’이며, 예로부터 농사와 생활의 기준이 되어왔다.


10월의 한로와 상강은 수확의 시기이자 계절의 분기점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상학의 발전으로 날씨를 예측하지만, 절기는 여전히 자연의 리듬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는 중요한 지표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절기는 삶의 기억과 자연의 지혜가 깃든 시간표와도 같다.



수업을 준비하며


‘처음 접하는 절기를 어르신들께 잘 전할 수 있을까?’
그 걱정으로 자료를 찾고, 영상을 준비하고, 질문 힌트를 빼곡히 써두었다.


어르신들의 기억 속 한로와 상강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하며, 수업을 준비했다.

영상으로 절기를 소개하고, 그 시절에는 무엇을 먹고 어떤 일을 했는지 함께 이야기했다.


된서리가 두 번 지나야 감의 떫은맛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에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런데 한창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 갑자기 PPT가 멈춰버렸다.


복지사 선생님이 여러 번 시도했지만 끝내 작동하지 않았다.
당황했지만, 내 핸드폰에 저장된 자료로 이어가며 절기 초성게임으로 마무리했다.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에 긴장이 풀렸고, 수업이 끝난 뒤에야 땀이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수업 후의 성찰

수업 전날까지 자료를 다듬으며 완벽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사는 언제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준비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것.


수업의 내용이 깊지는 않았지만,
어르신들께 즐거움을 드리고, 옛날을 회상하게 해 드리는 일이 얼마나 큰 일인지 새삼 느꼈다.
대화 속에서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지혜

한로와 상강은 가을의 끝과 겨울의 시작을 잇는 다리다.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추위를 준비하는 지혜가 담긴 절기다.


이번 수업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시간을 가지셨기를 바란다.
절기 속에 깃든 기억과 감각이, 인지활동으로 이어지고 마음의 온기로 남았기를.
나 역시 이 수업을 통해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예기치 못한 순간에서 배우는 기쁨을 다시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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