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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Mar 15. 2022

[칼럼] 이른바 민식이법 관련 교통사건을 마치며

[형사전문변호사]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을 중심으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죄와 관련하여 그 위헌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차량운전자들로서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안전하도록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여야 함은 분명하다. 다만, 해당 법률규정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어린이 교통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차량운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과는 별개로 지나치게 높은 형벌을 예정하고 있어 사회적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른바 ‘민식이법’ 시행 이전에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이 없었다. 이에 ‘민식이법’의 제정계기가 된 어린이교통사고에서 해당차량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죄로 의율되어 금고형으로 처벌받았다. 이를 계기로 어린이 교통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었고, 정부는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수립하였다. 또한 국회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을 신설하여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구체적 사안에서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각별한 주의의무를 다하더라도 차량운전자로서는 도저히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로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어린이가 불법주차 된 차량 사이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거나, 어린이가 유아용자전거를 타고 무단으로 횡단하는 경우에도, ‘민식이법’에 의하면 어린이 피해자라는 이유만으로 강력범죄 수준의 형벌을 받게 된다. 이처럼 ‘민식이법’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그 행위태양이나 죄질이 경미한 경우에도, 차량운전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을 불문하고 과중한 형벌을 예정함에 따라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를 위반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얼마 전 필자가 직접 수행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어린이보호구역치사상) 사건이 있었다. 의뢰인은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이었다. 의뢰인은 평소 겁이 많은 성격으로 교통법규를 준수하며 매우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편이었고, 사고당일에는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퇴근길에 장을 보러 가던 중이었다. 당시 의뢰인은 평균시속 15km/h로 매우 조심스럽게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었는데, 때마침 어린이 피해자가 불법 주차된 차량 사이로 유아용 자전거를 이용하여 갑작스럽게 도로를 횡단하면서 의뢰인의 차량과 경미한 충돌이 있게 되었다.


  의뢰인은 너무나도 당황한 마음에 곧바로 신고하고 어린이 피해자가 응급실에서 필요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후에도 의뢰인은 매일같이 피해자의 상태를 물어보며 사죄하는 마음을 거듭 전달하였다. 원래 피해자 측에서는 아이의 잘못도 있다고 하고, 아이가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언급했지만, 해당 사고가 ‘민식이법’이 적용되는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태도가 완강해졌다. 교통사고를 당한 부모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당사자들 간에 원만한 대화의 여지는 전혀 없어보였다.


  의뢰인은 보험절차를 통하여 피해자 측에게 물적·인적 배상하는 것과 별개로, 강력범죄의 피의자·피고인 신분으로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의뢰인에게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제청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었지만, 의뢰인은 사건을 최대한 원만하고 신속하게 끝내기를 원하였다. 의뢰인은 공판과정에서 여러 정상참작사유가 받아들여져 최종적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지만, 평범한 주부이자 직장인이 한순간에 중범죄자들과 함께 수사와 재판을 받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몹시 괴로워하였다.  


  일각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일반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한다는 점을 들기도 한다. 그러나 범행의 죄질이나 행위태양 및 피해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에도 어린이 교통사고라는 이유만으로 그 법정형을 강력범죄 수준으로 예정한다면, 책임주의에 비추어 과도한 형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민식이법’은 고의로 인한 상해범죄보다 차량운전자의 과실로 어린이를 다치게 한 경우 더욱 중한 형벌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민식이법’은 고의범보다 과실범을 더 중하게 처벌한다는 형벌체계상의 문제점도 분명하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2회 이상 음주운전 시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법률규정에 대하여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었다는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근 음주사고로 인한 사회적 경각심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헌법재판소는 정책목적만으로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예정하는 것은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를 위반한다는 점을 분명히 설시하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는 ‘민식이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 교통범죄가 커다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어 이와 관련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린이 교통범죄를 엄하게 처벌함으로써 교통사고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고안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교통사건의 경우 일반국민의 생활전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형법의 기본가치, 입법목적과 관련정책, 일반 국민의 법 감정 사이의 갈등관계를 끊임없이 조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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