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라고 정말 오랜만에느꼈다. 한국에서 새벽에 일어나 13시간의 긴 비행을 마친 후호텔 주변을관광하다 보니 금방 저녁이 되었다. 이른 저녁부터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오랜 시간을 뒤척이며잠들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새벽 3시경 또 한 번 잠에서 깼는데 무척 피곤하여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한국 시각으로는 한창 일하던 시간이라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의도치 않게 '새벽형 뉴요커'가 되어 호텔방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았고, 새벽 6시경 날이 밝자 더 이상 잠자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새벽 산책을마음먹었다.
호텔에서 나와 뉴욕의 랜드마크인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 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어제는 날씨가 맑은 부활절 주말이라 골목마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월요일 새벽이라 전날과는 달리 거리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브루클린 브리지(Brooklyn Bridge)는 브루클린에서 맨해튼 내륙까지 잇는 현수교로,130년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 1883년 완공 당시에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이자,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고 한다.
브루클린 다리에는 복층 높이의 보행로가 있는 점이 가장큰 특징인데, 약 1.8km의 길이로 보행로를 따라 도보로 약 20분이면 건널 수 있었다. 오른편으로는 맨해튼 교(Manhattan Bridge)와 맨해튼 미드타운의 빌딩들이 보였고, 왼편으로는 맨해튼 금융지구(Financial District) 건물들과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고풍스러운 다리를 건너다보니,'밀집된 상업도시에서 무한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는 최초 설계자 존 로블링(John Roebling)의 예상이 적중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침 운동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씻은 후 호텔 1층에 있는 'The Osprey'라는 레스토랑에 갔다.호텔 레스토랑에서 조식으로 avocado Toast, osprey breakfast, 발효음료인 kombucha를 먹고마시며 뉴요커로서의 삶을 조금이나마느껴보았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원호텔 루프탑'에 올라갔다. 루프탑에서 내려다보이는 맨해튼과 이스트강은 환상적이었고, 해 질 녘 석양을 바라보며 술 한 잔 기울이면 최상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에는 Juliana's Pizza라는 피자 전문점에 방문했다. 그 전날이 일요일이어서 음식점마다 긴 대기줄이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긴 대기줄을 자랑하던 곳이 바로 Julinana's Pizza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브루클린에서 아주 유명한 피자전문집이었다).
월요일 점심부터 피자를 먹기 위해 줄을 설 정도였으니, 나로서는 뉴욕 현지 핫플레이스에서어떻게든 피자를 한 번 먹어보아야겠다는 심정으로 줄을 서서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담당직원으로부터 추천받은 마리게리타 피자와 화이트 피자를 반반씩 시켰다. 이탈리안 피자와 크게 다를 바는 없었지만, 레스토랑에서 풍기는 뉴욕 특유의 감성이 더해져 입맛을 더욱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점심식사 후택시를 타고 첼시 마켓(Chelsea Market)으로 이동했다. 첼시 마켓은 붉은 벽돌로 된 오래된건물이 특징인데, 위 건물은 1912년 완공되어 오레오 쿠기 공장으로 이용되다가, 1958년경 공장이 뉴저지로 이전하면서 공장 건물이 버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수십 년이 지난 1990년 초경 폐허가 된 공장 건물은 외형을유지하면서 내부 벽만 허무는 방법으로멋스러운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오늘날 첼시마켓에는 수십 개의 매장이 있는데,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함께 열리는 복합 문화공간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월요일 오후에도 첼시마켓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입맛 당기는 먹거리가 더해져마켓 특유의 밝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첼시마켓을 돌아본 후 바로옆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뉴욕(Starbucks Reserve Roastery New York)'에 방문했다. 전세계 스타벅스 중에서 커피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몇 개 없는 큰 규모의 매장이었는데, 월요일 오후 시간임에도 매장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의 경우, 일반적인 스타벅스 매장과 같이 대기줄을 통해 커피를 주문할 수도 있고, 별도 공간에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음식을 주문할 수도 있었으며, 매장 2층에는 술과 칵테일을 주문하는 별도의 바(bar)도 있었다.
오랜 시간 대기하여 자리에 앉아 담당직원을 통해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했는데, 해당직원은 'cornetto hazelnut bianco, gravitas plus, vanillasyrup plus'와 'oatmilk latte gravitas plus, vamnilla syrup plus'를 추천해 주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셔보니 담당직원의 말처럼'조금 달지만 그렇게 달지는 않고, 깊고 풍부하며 진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은 후, 하이라인 공원(High Line)으로 올라갔다. 하이라인은 1930년대부터 맨해튼 서쪽 공장지대에서 화물열차가 지나다니는 철로(West Side Elevated Line)였는데, 화물트럭이 대중화되어 1960년경부터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아니하여 버려졌다고 한다.
뉴욕 시민들은 오랜기간 방치된 하이라인을 흉물로 여겼지만, 비영리단체(Friends of the High Line)의 노력으로 하이라인의 외형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는 움직임이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경부터하이라인의 첫 번째 구간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하이라인에는 맨해튼의 고층빌딩 사이로 오래된 철로를 따라 수백여 종의 나무와 식물들이 자라났으며, 과거와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세계적인 예술과 공연이 함께 어우러져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이라인에 올라 첼시마켓에서부터 허드슨 야드까지 약 2km 정도를 산책했다. 하이라인을 따라서는 얼핏 보아도 고급스러운 빌딩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오래된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수백 년 동안 이어온 뉴욕만의 특유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이라인 근처에는 구글과 삼성 등 글로벌 기업 건물도 있어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서의 뉴욕의 저력도 느낄 수 있었다.
하이라인을 따라 걷다 보니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에 도착했다. 허드슨 야드에는 엣지 전망대(Edge), 베슬(Vessel), 쇼핑센터와 레스토랑(The Shops & Restaurants at Hudson Yards) 등이 위치해 있었다. 특히 베슬(Vessel)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뉴욕의 새로운 볼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리가 무척 아팠고,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해몹시 피곤했다. 곧바로 호텔로 돌아가 쉬고 싶었지만, 저녁이라도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초당골'이라는 한식당에 갔다.
뉴욕 한가운데서 한글로 된 간판이 매우 반가웠고, 현지 사람들끼리도 한식을 먹으러 오는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뉴욕에서 주로 피자와 햄버거만 먹다 보니, 한식당에서한국적인 맛을 느낄 수 있는부대찌개를 시켜먹었다. 한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와 2일차 일정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