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다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영장실질심사에 관한 보도가 나온다. 사람이 구속되면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사회적·경제적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되고, 본인이나 가족들의 삶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는 사건에서는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전후 이동하는 모습까지 언론에 보도되고, 일반 시민들도 개별 사건에서의 구속여부에 이런저런 의견을 개진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수사방향이나 수사 동력이 확연히 달리지는 경우가 많기에, 수사기관이든 피혐의자든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수사과정에서부터 구속을 당한 사람의 경우 구속사실 자체만으로 유죄의 인상을 심어주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된다. 구속된 피의자들은 외부와 단절되어 불안해하고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억울함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수감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래 생각하던 것과 달리 혐의사실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경우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한두 달의 구속만으로도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거나 학교에서 유급을 당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도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만큼 수사과정에서부터 사람을 구속하기 위해서는 형벌권을 실현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우리 형사소송법 제201조의2항은 ‘구속영장을 청구받은 판사는 지체 없이 피의자를 심문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심문기일에서는 수사기관과 변호인 사이에 범죄혐의 소명 여부와구속사유 인정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진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에 관하여 ➀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➁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➂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은 위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는 ㉠ 범죄의 중대성, ㉡ 재범의 위험성, ㉢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인으로서는 영장심문기일에서 혐의사실을 다툴만한 여지가 있다는 점과 피의자에게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여 구속수사의 부당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얼마 전 대형 해양사고 관련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기각시킨 사례가 있었다. 의뢰인은 여객선 선장으로 인천 부근을 운항하던 중 조업 중인 피해 어선이 전복되어 사상자가 발생하였다. 해양경찰은 여객선의 운항계획에서부터 구조작업까지 선장에게 광범위한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보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주말 내내 휴가를 반납하고 영장실질심사 심문준비를 했는데, 구속영장 심문기일에서는 사고 경위에 이례적인 부분이 있으며, 피해회복에 최선을 다하는 등 구속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다행히도 저녁 무렵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고 소식을 들었다.
수년 전에 담당했던 다른 사건에서 의뢰인은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갑작스럽게 체포되어 경남 거제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상태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의뢰인은 거주지로부터 400km 이상 떨어진 통영지청 및 통영지원에서 남은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는데, 거리상으로 가족들이 면회하는 것조차 어렵기에 의뢰인이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형사변호인으로서 주말 내내 서울과 거제도를 세 차례 이상 왕복하며 가족들과 소통하고 의뢰인을 접견하였다. 또한 영장실질심사 심문기일에서는 구속사유가 전혀 없고 의뢰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되는 점을 강조했다. 다행히도 저녁 무렵에 의뢰인과 가족들로부터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신을 구속하는 것은 막강한 힘이자 권력이다. 영장이 기각되는 사례들만 보면, 우리나라 법제도와 판사들이 범죄자들에게 지나치게 관대하다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수사 초반부터 사람을 구속하여 유죄의 확증을 갖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에 해당되는 만큼 신중하고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형사변호인으로서 영장실질심사를 준비할 때 느끼는 압박감과 긴장감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 줄기 희망의 끈을 잡고 있는 의뢰인과 그 가족들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형사전문변호사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