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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빈한 Sep 15. 2022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할까?

차용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1. 최근 차용사기 관련 법적 분쟁이 크게 증가하고 있음


최근 빌린 돈을 갚지 아니하여 수사기관에 사기죄로 고소하는 사건(차용사기) 관한 법률상담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접촉 기회가 줄어들어 폭행 등 일반 형사사건이 현저히 줄어든 반면, 영업중단이나 경기침체 등으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돈을 빌린 후 원금과 이자를 약정 시기(변제기)에 상환하는 계약을 '금전소비대차 계약'이라고 한다(민법 제598조). 이때 당사자 일방이 변제기가 지났음에도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 민법 제390조에 따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다만,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은 상대방의 자력이 없거나 재산을 빼돌린 경우에는 판결절차에서 승소하더라도 집행하기 곤란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만약 당사자 일방이 돈을 빌릴 때부터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는 경우라면, 형법 제347조 제1조 또는 제2조에 따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 기망행위와 편취 의사로 돈을 빌리는 사기 범행 '차용사기'라고 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는 것과 별도로, 수사기관을 통해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구할 수 있다. 다만, 사기죄는 성립요건이 복잡하고 이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수사절차에서 무혐의종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채무불이행 사건들을 다소 무분별하게 사기혐의로 고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차용사기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의 수사의지가 다소 미약하다고 느껴지는 측면도 없지 않다. 더구나 차용사기의 경우 다른 강력범죄 사건과는 달리 수사기관이 신속한 압수수색 절차를 통해 관련 증거를 확보해 주는 경우도 드물다. 따라서 차용사기와 관련해서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부터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며, 절차상으로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2. 차용사기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347조)


형법 제347조 소정의 사기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1) 기망행위, 2) 착오로 인한 처분행위, 3) 손해의 발생, 4) 인과관계, 5) 편취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한 구체적 사안에서 차용사기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1) 차용 당시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어야 하고, 2) 이에 속은 상대방이 돈을 빌려주는 등의 처분행위를 하여야 하며, 3)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야 하고, 4) 기망행위와 착오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5) 차용사기 과정에서 편취의 고의 및 불법영득의사도 인정되어야 한다.

 




사례 1)


A는 B에게 '사업상 자금사정으로 3,000만 원이 급하게 필요한데, 다음 달에 물품대금이 들어오면 곧바로 갚겠다'라고 말했다. B는 A의 말을 믿고서 A에게 3,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실제로 A는 제대로 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 A에게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 위 사안에서 A는 사업체를 제대로 운영하지 아니함에도 B에게 사업상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이러한 A의 언동은 사기죄의 '기망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또한 B는 A의 기망행위에 속아 A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는 처분행위를 하였으며, 결국 3,000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으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처분행위' 및 '인과관계'의 요건도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A는 B에게 돈을 빌릴 의도로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편취의 고의' '불법영득의사' 등 주관적 구성요건도 인정된다. 따라서 A에 대하여는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하게 된다.


사례 2)


사례 1)의 사실관계를 전제로, A와 B가 오랜 연인 사이(또는 가족이나 친척관계)인데, A가 B에게 사업상 급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하여 3,000만 원을 빌렸다면, A에 대하여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까?


-> 위 사안에서 A와 B가 오랜 연인(또는 가족이나 친척관계)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면, 수사기관으로서는 A가 B에게 사업체 관련 거짓말이 거래관계에서 중요 부분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되는지 보다 엄격하게 검토하게 된다. 예컨대, A가 B에게 사업상 거짓말을 한 부분이 있더라도, B가 3,000만 원을 빌려준 주된 이유가 가족이나 연인으로서 신뢰나 믿음에 따른 것일 수 있고, 이전에도 금전적인 거래가 있다거나, 서로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사기죄의 성립요건 중 '기망행위'나 '인과관계'의 요건이 충족되지 아니하여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는 A가 거래관계의 중요 부분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또는 A의 기망행위와 B의 착오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치열하게 다투어지게 된다.


사례 3)


위 사례 1), 사례 2)의 사실관계를 전제로, A가 오랜 연인(또는 가족이나 친척) B에게 사업상 급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거짓말을 하여 3억 원을 빌렸다면, A에 대하여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까?


-> 오랜 연인이나 가족 사이에서 상황에 따라 3,000만 원을 빌려주는 경우를 생각할 수는 있다. 사회생활에서 3,000만 원이라는 돈이 급하게 필요한 경우가 충분히 , 수개월간 열심히 일한다면 빌린 돈 3,000만 원을 변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다소 불분명한 상태에서 상대방으로부터 '3억 원이라는 거액'을 빌린 경우라면 상황이 전혀 다를 수 있다. 아무리 친하고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3억 원을 변제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감수하고 수억 원을 빌려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발생하는 재산상 손해도 막대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으로서도 사기죄의 성립 여부를 보다 엄격한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수억 원의 편취액이나 이득액만으로도 거래관계에서 중요 부분 대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아 사기죄의 요건이 모두 충족되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또한 사기 범행으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력범죄 수준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나아가 실무에서는 사기죄의 편취금액이 수억 원에 이르는 경우 실형이 선고될 뿐만 아니라, 수사과정에서부터 도망이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어 구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3. 결어


이상과 같이, 민사상 채무불이행을 넘어 형사상 차용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 당사자들의 관계, 금전거래에 이르게 된 경위, 기망행위의 수단이나 방법, 피해의 정도 등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개별적, 구체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얼핏 보면 비슷한 사건처럼 보이더라도, 사건 경위나 피해 정도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기죄로 형사고소를 진행할 경우 사기죄의 성립 여부에 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하고, 고소장을 제출하기 이전부터 사기 범행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면밀히 준비해야 다. 사기죄로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의 절차와 사기죄의 처벌수위에 관하여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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