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피셔맨스 워프, 금문교, 나파밸리·소노마밸리 와이너리 투어
8월의 마지막 날, 결혼식을 마쳤다. 미국과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몇 주간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했던 탓에 배가 무척 고팠다. 공항에서 떡볶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은 무척 더운 날씨였지만, 샌프란시스코는 비교적 선선했다. 숙소는 피셔맨스 워프에 위치한 킴튼 알튼 피셔맨스 워프 호텔(Kimpton Alton Fisherman's Wharf)이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우버 택시로 약 30분 정도 걸렸고, 객실은 깔끔하고 만족스러웠다.
짐을 풀고 호텔 근처를 둘러보던 중, 캘리포니아의 유명 햄버거 체인인 인앤아웃(In-N-Out)을 발견했다.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시차 때문인지 별로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줄을 보니 괜히 궁금해져 먹어보기로 했다. 주문도 쉽지 않았고, 자리를 잡는 건 더 어려웠다. 겨우 자리를 잡고 햄버거를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햄버거보다 다소 퍽퍽한 느낌이었고, 감자튀김은 조금 짠 편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피셔맨스 워프(Fisherman's Wharf)를 걸어 구경했다. ‘어부의 선착장’이라는 뜻으로, 과거 고기잡이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명소는 39번 부두(Pier 39)였다. 피어 39에서 다양한 테마 상점과 레스토랑을 둘러보고, 무심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바다사자들도 구경했다.
이후 우버를 타고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명소인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로 이동했다. 고도가 상당히 높은 곳이라 찬 바람이 강하게 불었지만, 금문교는 물론 앨커트래즈섬(Alcatraz Island)과 샌프란시스코 시내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해가 바다 쪽으로 지고 있었는데, 석양을 등지고 한참 동안 금문교의 풍경을 감상했다.
다음으로는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로 향했다. 러시안 힐에 위치한 일방통행 도로는 급경사가 여덟 번이나 반복되며 ‘세계에서 가장 꼬불꼬불한 길’로 알려져 있다. 경사로 주변에는 아름다운 식물들이 가득했고, 언덕 위에서는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이 인상적으로 펼쳐졌다.
저녁은 호텔 1층에 위치한 아바카(Abaca) 레스토랑에서 여유롭게 즐겼다. 저녁 시간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로 붐빌 정도로 인기 있는 곳이었다. 오징어요리(Squid Relleno)와 닭 간 무스(Chicken Liver Mousse)를 주문하여 맥주와 함께 맛보았는데,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맛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둘째 날은 나파밸리(Napa Valley)와 소노마밸리(Sonoma Valley)로 와이너리 투어를 떠나는 날이었다. 아침은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부댕(Boudin)에서 빵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투어 버스에 탑승해 빵을 먹으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파밸리로 향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마돈나 이스테이트(Madonna Estate)였다. 와인을 시음한 후, 오크통으로 가득 찬 저장 창고를 견학하며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마돈나 이스테이트는 현지에서만 판매되고 수출은 하지 않는 와이너리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통 방식으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와인 테이스팅과 관련해 잔을 흔들면 향이 깊어진다는 말에, 직원은 “Why not swirl, when it's free?(공짜인데 왜 안 흔들어요?)”라는 유쾌한 농담으로 답해주었다.
점심은 소노마밸리에서 먹었다. 전반적으로 동네는 한적했고, 점심시간임에도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았다. 근처 카페에 들러 미국식 샌드위치와 파니니를 시켰는데, 한국에서보다 빵이 훨씬 두툼해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좋아 야외 테이블에 앉아 한참을 이야기 나누며 여유를 즐겼다.
두 번째로 방문한 와이너리는 루반고(Ru Vango)였다. 포도 농장 한가운데 자리한 멋진 별장 같은 건물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부유한 사람이 취미로 운영하는 와이너리 같은 느낌이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테라스에서 와인을 맛보며 빈야드(vineyard)를 내려다보았다. 직접 포도밭을 거닐며 나파밸리의 기운을 온몸으로 느꼈다. 날씨까지 완벽해, 정말 최고의 와이너리 투어였다.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클라인(Cline) 와이너리였다. 행정구역상 소노마밸리에 위치해 있었고, 이곳 역시 운영자가 상당히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인상을 주었다. 와이너리를 둘러보며, 언젠가는 나도 부자가 되어 이런 와이너리를 하나쯤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친 후 다시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돌아왔다.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그레이스 대성당(Grace Cathedral), 유니언 스퀘어(Union Square), 페리 빌딩(Ferry Building) 등을 둘러보았다. 도로에서는 무인 자율주행 택시인 웨이모(Waymo)가 운행 중이었는데, 미국 내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한참을 걸은 뒤, 저녁에도 샌프란시스코의 명물인 부댕 베이커리(Boudin Bakery)를 다시 찾았다. 비교적 늦은 시각임에도 손님들이 많아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식전빵으로는 부댕의 대표 메뉴인 사워도우(Sourdough) 빵이 제공되었다. 클램 차우더 수프, 페퍼로니 피자, 해산물 파스타를 맥주와 함께 맛보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 종일 풍성한 경험과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했던, 기억에 오래 남을 하루였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날, 시내 관광을 마무리하고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오전에는 호텔에서 체크아웃한 후, 홉온홉오프 시티 투어 버스(Hop-on Hop-off bus)를 타고 차이나타운, 시청(City Hall), 앨러모 스퀘어(Alamo Square) 등을 둘러보았다. 우연히도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는 동안 매일 금문교(Golden Gate Bridge)를 건넜는데, 마지막 날에는 천장이 없는 2층 투어 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마리나 지역에 위치한 팰리스 오브 파인 아트(Palace of Fine Arts)에서 하차했다. 이 건축물은 1915년 파나마-태평양 국제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것으로, 현재의 모습은 1967년에 재건된 것이라고 한다. 주변에는 고급 주택들이 즐비해 있었고, 단번에 부유한 동네라는 인상을 받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아고넛 호텔(Argonaut Hotel)에 위치한 블루 머메이드(Blue Mermaid)에 들러 클램차우더를 맛보았고, 근처의 기라델리(Ghirardelli) 매장에도 들러 초콜릿 아이스크림으로 달콤한 여운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알차게 즐겼고, 호텔에서 짐을 챙긴 뒤 공항으로 향했다. 열심히 모아둔 아시아나 마일리지 덕분에,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 제휴 항공사인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의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다. 유나이티드 라운지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점심을 해결했고, 맛있는 커피도 함께 즐겼다.
마침내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보다 훨씬 따뜻한 날씨가 반갑게 느껴졌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Trump International Hotel)로 이동했다. 호텔은 더 스트립(The Strip)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시설은 매우 훌륭하고 만족스러웠다. 새벽 자정부터 그랜드캐니언 투어 일정이 있었기에, 호텔에서 최대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비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