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의 미국 칸쿤 신혼여행 4~5일 차

그랜드캐년의 거대한 침묵과 라스베이거스의 눈부신 화려함

by 토빈한

그랜드캐년 당일치기 투어는 자정을 갓 넘긴 오전 12시 50분, 깊은 밤의 어둠을 뚫고 시작되었다. 미국 시차에 간신히 적응했을 무렵, 다시 한 번 밤을 새우는 이동이 시작되었다. 한국인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량에 몸을 실은 우리는 사막의 깊은 밤길을 달려갔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차량이 잠시 멈췄고, 가이드는 “별구경 시간입니다”라고 말했다. 차량에서 내려 눈을 들어 올려다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도시의 불빛에 가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진짜 밤하늘이 펼쳐졌다. 수천, 수만 개의 별이 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간간이 별똥별이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


다시 3~4시간의 달려 새벽 6시 무렵 간단히 아침을 먹기 위해 맥도널드에 들렀다. 이른 아침의 공기 속에서 맥모닝과 커피를 한 모금 마시니, 피로가 조금은 가시는 듯했다. 그렇게 또 2시간을 달려, 드디어 그랜드캐년에 도착했다.

첫 번째로 도착한 곳은 사우스림의 야바파이 포인트(Yavapai Point)였다.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왜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가야 할 곳"이라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광활함, 시야 끝까지 이어지는 붉은 협곡과 깎아지른 절벽, 수백만 년의 세월을 견뎌낸 자연의 침묵, 사진으로 봤던 그랜드캐년은 실제의 1%도 되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그 경이로움 앞에 우리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다음으로 향한 이스트림의 나바호 포인트(Navajo Point)에서는 저 멀리 콜로라도 강이 조그맣게 보였다. 거대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강줄기는 마치 시간을 가르며 흘러가는 듯했다. 거센 자연의 흔적과 그 속에서 여전히 흐르는 생명의 물줄기가 대조적이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후 방문한 호스슈 벤드(Horseshoe Bend)는 그 이름처럼 말발굽 모양으로 휘어진 강의 곡선이 인상적이었다. 붉은 바위 절벽 사이로 깊고 검푸른 강물이 U자형으로 흐르는 풍경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자연의 예술품 같았다. 안전펜스도 없는 절벽 끝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다리가 살짝 떨릴 정도였다. 동시에 자연의 깊이에 마음이 깊이 빠져들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로어 앤털로프 캐년(Lower Antelope Canyon)이었다. 좁은 바위 틈 사이를 걷는 그 길은 마치 지구의 속살을 통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바위틈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오묘한 색감을 만들어냈고, 물결치듯 굽은 암석들 사이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졌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고, 그 무엇도 반복되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미국식 중식을 먹었는데, 평범한 맛이었다. 아내는 예전에 이민 생활을 했는데, 그 시절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종종 미국식 중식당을 찾곤 했다고 한다. 오늘 먹은 음식이 바로 그 시절의 맛과 똑같다고 했다.


그랜드캐년은 단지 ‘풍경 좋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구의 역사였고, 시간의 흐름이었으며,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일개워 주는 거대한 교과서였다. 이번 여행을 통해 자연은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임을 깨닫기도 하였다.



라스베가스로 돌아왔을 때는 무척 피곤했지만, 그대로 호텔에 머물 수는 없었다. 결국 밖으로 나와 라스베가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벨라지오 호텔에 들렀고, 라스베가스를 대표하는 ‘오 쇼(O Show)’를 보기로 했다. 공연을 예약한 뒤, 호텔 내 레스토랑 라고(Lago)에서 파스타와 피자로 저녁 식사를 했다.


자유분방한 벨라지오 카지노의 풍경을 바라보며 이탈리안 요리와 맥주를 곁들였는데, 그 맛은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훌륭했다. 마치 <흑백 요리사> 프로그램에서 보던 셰프들의 요리를 직접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랜드캐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진짜 ‘맛있는 음식’을 드디어 만난 것 같아, 그 순간이 황홀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오 쇼(O Show)’를 감상했다. 수중 무대를 중심으로, 서커스 단원들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펼치는 아찔한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어진 여정 탓인지, 감동과는 별개로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결국 공연의 절반쯤은 졸았던 것 같다. 그 사실이 아쉽고도 미안할 만큼, 공연은 정말 인상 깊고 대단했다.

공연이 끝난 뒤 호텔로 돌아와, 컵라면에 맥주 한 캔을 곁들여 소박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라스베가스의 눈부신 화려함보다 오히려 더 깊은 위로가 뜨거운 컵라면 한입에 담겨 있는 듯했다. 거대한 그랜드캐니언의 감동과 찬란했던 라스베가스의 밤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막을 내렸다.





그랜드캐년 당일치기 투어는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다음 날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겨우 눈을 떴다. 신혼여행의 하루가 이렇게 금세 지나가버린 것이 아쉬웠지만, 어차피 라스베이거스는 밤의 도시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가장 먼저 트럼프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긴 뒤, 라스베가스의 상징인 'Welcome to Fabulous Las Vegas' 사인을 보러 갔다.

웰컴 사인에서부터 더 스트립(The Strip)을 따라 걸으며 도시를 탐방하기 시작했다. 맨덜레이 베이(Mandalay Bay), 룩소(Luxor), 엑스칼리버(Excalibur) 등 개성 있는 외형의 호텔들을 지나며 감탄했고, 뉴욕뉴욕(New York New York)에서는 아찔한 롤러코스터 'The Big Apple Coaster'도 타보았다. 건물 사이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누비는 열차는 오래된 듯하면서도 짜릿한 재미가 있었다.


길 건너 코카콜라 스토어(Coca-Cola Store)도 들렀고, 패리스(Paris)에서는 에펠탑과 개선문도 마주했다. 프렌치 레스토랑 창가 자리에서 저녁을 먹으며 벨라지오 분수(Bellagio Fountain)를 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직접 분수 앞으로 걸어갔다. 밤 9시, 명곡 "Time to Say Goodbye"에 맞춰 펼쳐진 분수쇼는 물줄기가 강렬하게, 또 섬세하게 음악과 함께 움직이며 황홀한 광경을 만들어냈다.


분수쇼를 본 뒤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에 위치한 고든 램지 헬스 키친(Gordon Ramsay Hell’s Kitchen)에 갔다. 주문한 요리는 스테이크 타르타르, 비프 웰링턴, 랍스터 리조또, 그리고 프렌치 어니언 수프였다. 오픈 키친에서는 빨간 팀과 파란 팀이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고, 웨이터는 "오늘은 아피타이저는 레드팀, 메인 요리는 블루팀이 담당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미국에 와서 한식이 먹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맛있는 음식을 원했던 것이었다.

모든 음식들은 간이 딱 좋았고, 풍미는 깊었으며, 특히 비프 웰링턴은 굽기까지 완벽했다. ‘괜히 고든 램지 레스토랑이 유명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저트로는 고든 램지의 어머니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은 스티키 토피 푸딩(Sticky Toffee Pudding)과 코코넛 쓰리 웨이즈(Coconut 3-Ways)가 나왔다. 코코넛 디저트를 주문하면 푸딩은 서비스로 제공된다며 웃던 웨이터의 여유 있는 설명도 인상 깊었다. 디저트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엔 플라밍고(Flamingo)에서 잠자는 플라밍고를 구경하고, 더 링크 프라머네이드(The Linq Promenade)와 베네시안(The Venetian), 그리고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피어(The Sphere)까지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프리몬트 스트리트 익스피어리언스(Fremont Street Experience)에 들러 천장을 가득 채운 화려한 조명쇼를 감상했고, 골든 너겟 호텔(Golden Nugget Hotel)에서는 세계 최대 크기의 금덩어리도 눈에 담았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동안, 영원을 마주한 여행이었다. 그랜드캐년의 거대한 침묵과 라스베이거스의 눈부신 화려함은 대조적이면서도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렸다. 이 날의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깊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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