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 호캉스 - at Impression Moxché by Secrets
신혼여행 6일째는 라스베가스에서 칸쿤으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오전에야 칸쿤에서는 우버 택시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호텔과 제휴된 사설 교통편 암스타(Amstar)를 급히 예약했다. 원어민인 아내가 함께 있다는 건 마치 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든든했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체크아웃은 아침 일찍 진행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리조트 피(Resort Fee)가 청구되어 당황스러웠다. 단지 수영장 이용 가능하다는 이유였는데, 역시 미국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임을 다시금 실감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을 이용해 라스베가스에서 텍사스 휴스턴을 경유한 후 칸쿤으로 향했다. 스타얼라이언스 골드 회원 자격 덕분에 유나이티드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고, 달걀 요리와 커피, 주스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약 3시간 비행 후 휴스턴 공항에 도착해 다시 라운지에서 식사하며 환승을 기다렸다. 휴스턴 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의 경계가 모호해 별도의 출국 절차 없이 바로 옆 게이트에서 칸쿤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약 2시간의 비행 끝에 무사히 칸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시차로 인해 현지 시각은 저녁 7시가 넘어 있었다.
공항에서 우리가 예약한 호텔인 Impression Moxché by Secrets까지는 차량으로 약 40~50분이 걸렸다. 암스타 차량을 타고 호텔에 도착하자, 거대한 왕국의 입구를 통과하듯 삼엄한 경비 절차를 거쳤다. 호텔 도착과 동시에 웰컴 샴페인을 건네받고 객실을 안내받았다.
저녁은 임프레션 전용 해변가 레스토랑 씨사이드(Seaside)에서 즐겼다. 바닷가에서 즉석으로 구워주는 소고기, 연어, 새우 등 다양한 직화구이가 인상적이었다. 식사 후에는 라이브 공연을 들으며 리조트 주변을 산책했고, 극장에서 열린 마술쇼를 감상했으며, 일식 레스토랑 스키(Suki)에서 간단한 초밥도 맛보았다.
우리가 예약한 객실은 전용 수영장이 딸린 시그니처 트로피컬 뷰 스윔 아웃 스위트(Signature Tropical View Swim Out Suite)였다. 샴페인을 마시며 수영을 즐기던 중 화장실 배수 문제가 발생해 물이 방 안으로 넘쳤다. 아내는 호텔 측에 영어로 여러 차례 강하게 항의했고, 당직 책임자는 시설상의 결함임을 인정했다. 하룻밤에 100만 원이 넘는 숙박비를 지불했음에도 기본적인 시설에 문제가 있었고, 허니문 분위기까지 깨졌다는 생각에 강한 항의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호텔 측은 다음 날 총책임자가 직접 방문해 보상하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임시로 옆 객실로 이동했다. 이처럼 칸쿤에서의 첫날밤은 예상과 달리 다소 불편하고 어수선하게 마무리되었다.
신혼여행 7일째 오전, 우리는 약속된 시각에 맞춰 총책임자를 기다렸다. 그녀는 예정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하루 숙박 요금을 하얏트 포인트로 보상하고 남은 2박 3일은 파노라믹 오션프런트 스위트(Panoramic Oceanfront Suite)로 업그레이드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새로 배정된 객실은 바다와 리조트가 한눈에 들어오는 압도적인 전망을 자랑했고, 약 50평이 넘는 넓은 공간에 거실과 침실이 분리되어 있었으며, 두 개의 욕실과 큰 식탁까지 갖추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1박에 300만 원이 넘는 최고급 객실이었다. 결과적으로 영어에 능숙한 아내 덕분에 해외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올인클루시브 호텔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모든 레스토랑과 시설, 룸서비스를 경험해 보고 싶었다. 아침에는 마켓 코너(Market Corner)에서 뷔페를 즐겼고, 오전에는 임프레션 전용 수영장에서 모히또를 마시며 여유롭게 수영을 했다. 수영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직접 썬베드에 수건을 깔아주었고, 마음껏 음료를 주문할 수 있었다. 서양인들이 수영과 전망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우리도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들었다. 곧이어 인공 해변 형태의 수영장에서는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칵테일을 마시며 한층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고, 점심에는 수영장을 내려다보는 비건 아시안 레스토랑 밤부(Bambo)에서 깔끔한 채식 요리를 맛보았다.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1박에 300만 원이 넘는 파노라믹 오션프런트 스위트룸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 특히 날씨가 맑았던 오후, 테라스에서 바라본 해안가와 리조트의 전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탁 트인 파노라마 뷰를 배경으로 핫텁에 몸을 담그고 샴페인과 맥주를 마시며 유튜브로 ‘나는 솔로’를 감상했다. 또한 저녁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알로라(Allora)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즐기며 황제와도 같은 칸쿤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8일 차 아침, 하늘은 조금 흐렸다. 마켓 카페(Market Cafe)에서 뷔페로 하루를 시작했고, 흐린 날씨에도 임프레션 빌딩 루프탑 수영장에 올라 수영을 즐겼다. 전날 과음으로 술이 크게 당기진 않았지만, 기분 삼아 칵테일 한두 잔을 가볍게 마셨다. 이후 파노라믹 오션프런트 스위트룸 객실로 돌아와 파노라마 뷰가 펼쳐지는 테라스에서 핫텁을 즐겼고, 열대성 소나기가 쏟아지는 풍경을 방 안에서 여유롭게 감상했다. 룸서비스로 피자, 햄버거, 치킨, 연어 등을 주문해 넓은 식탁에서 느긋하게 식사하며 휴식을 취했다.
저녁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비쥬(Bisou)를 방문했다. 긴 바지와 칼라 셔츠를 갖춰 입고 식사했는데, 호텔 내 여러 식당 중에서도 이곳 음식이 단연 최고였다. 이후에는 멕시칸 레스토랑 도스 알마스(Dos Almas)로 자리를 옮겨 타코와 퀘사디아를 맛보았다.
밤에는 극장에서 열린 장기자랑 쇼 ‘시크릿 아이돌(Secrets Idol)’을 관람했는데,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노래와 춤으로 1등을 차지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공연 후에는 집시 클럽(Gypsy Club)에 들렀는데, 약국에서 암호를 말해야 비밀문이 열리며 입장할 수 있는 독특한 콘셉트가 흥미로웠다. 객실로 돌아와 넓은 거실에서 레드 와인을 곁들이며 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감상하며 칸쿤에서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인 9일 차에는 오브저버토리(Observatory)에서 환상적인 바다 전망을 감상하며 조식을 즐긴 뒤, 체크아웃을 마치고 칸쿤 공항으로 이동했다. 이후 LA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며 꿈같았던 칸쿤 허니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