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핫플
시골집 옥상 외벽에 밤에도 밝게 비치는 전자시계를 설치했는데 벌써 3년째이다. 우리집 뒷 길로는 통행량이 많은 편이다. 시계를 달기로 한 것은 지나 다니는 사람들, 동네 이웃들에게 크고 밝은 시계를 통해 희망을 나누고 싶어서였다. 늦게까지 들판에서 일하다 돌아오는 길에는 안도의 위안을 주고 싶었다.
어머니 세대의 이웃 할머니께서 어느날 내게 물었다. '시계 어데갔노? 치아뿟나?'
동네사람 누구도 이렇게 한번이라도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다. 사실 속으로는 마을 사람들, 특히 이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시계에 관심을 가질까 궁금하기는 했다.
할머니께서 이렇게 물으시는 이유가 있었다. 시계를 설치하고 한 두달 지나면서 장마철이 왔다. 장마철에 비가 너무 잦아 이대로 두면 안될 것 같아서 잠시 걷어 두었던 것이었다.
할머니께서 또 말씀하셨다. '시계 달머 우리야 오미가미 시계보고 좋지. 그런데 전기세 마이 안나오나?'
할머니 말씀을 듣고 그날 바로 시계를 다시 달았다. 비를 많이 맞아 만약 작동이 안되면 새로 사서라도 달아놓을 요량이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다시 희망과 위안이 흘러가도록 했다. 그리고 누가 우리집을 찾거나 지나갈 때 '시계있는 집'이 우리집이 되었다.
봄 기운을 품고 밭 두둑 언저리에 취나물이 하나 둘 올라오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오래전에 심으셨던 것이다. 해거름녘이었다. 옥상 시계가 주변을 훤히 비추기 시작했다. 바구니와 작은 칼을 들고 가서 나물을 채취했다. 이웃에서 사과 농사를 하고 있는 정사장이 나를 보고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형님은 어떤 생각이 있어서 옥상에 시계를 달게 되었나요?'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시계하나 있어서 나는 정말 좋습니다. 밭에서 일하다가도 볼 수있고 밤에도 잘 보인다 아입니까'라고 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보라고 옥상에 시계를 다는 것을 보고 처음에 누군지는 몰랐지만 보통사람이 아니구나'하고 느꼈다고도 했다.
옥상 시계 양 옆으로도 공간이 더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플래카드에 담아 펼쳐 보이고 있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알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여름철이면 옥상위에 올라가 깜짝 이벤트로 1km 서치라이트 공중 불빛조명도 시도해보고 있다. 우리 동네가 높은 지대여서 밤중 온 사방 동네에서도 눈에 띌 것이다. 동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아직 확인 한 바는 없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 밤 또하나의 색다른 흥미거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앞과 옆으로 이어진 긴 담벼락에는 통영의 동피랑 벽화마을처럼 예쁜 벽화를 그려 넣었으면 싶다.
이렇게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싶어서다.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평생을 떠나지 않고 살아오신 분들에게 새로운 관심과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드리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아래로는 작은 텃밭이 하나 있다. 밭에서 뭐가 자라고 있는지 잘못 가꾸고 있지는 않은지 사람들의 관심이 늘 쏠려 있다. 이 밭에 있으면 동네 사람 대부분을 만나게 된다. 인사는 물론이다. 차가 지나가면 차를 향해 일하다 말고 손을 흔들어 준다. 보이지는 않지만 거의 다 동네사람들이겠기에. 이 밭에 전구지와 시금치 상추는 이미 자라고 있고 최근에는 감자와 대파를 심었다. 밭 한켠에 포도나무도 하나 심었다. 포도나무는 담을 타고 길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가꿀 생각이다. 이제 곧 4월 중순이 되면 고추 토마토 가지 호박 오이 들깨를 심을 것이다.
이 밭에서 조차 뭔가 자라는 동안 동네사람들 사이에 또 많은 이야깃거리가 이어질 것이다. 집을 떠나 공부해서 서울 살다 내려 온
'능주댁 큰아들이 농사를 애북 지을 줄 아네'
하실 것이다.
시골 우리동네 사람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즐겁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