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동체 안에서 같이 일하면서 그는 자주 눈에 띄었다. 여기저기에서 그는 팔방미인처럼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는 직장에서도 능력 있는 사람이다. 또한 외적으로도 세련되고 매너 있다. 그는 멋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선한 사람이었다. 남들이 하기 어려운 자리에 그는 와 있었다. 누군가를 돕는 자리에 그는 빠지지 않았다. 그는 누구보다 겸손했고 무엇보다 남을 위하여 땀 흘리기를 사양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그와 같이 함께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는 언제부터인가 내게 롤모델이 되었다.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살았던 서시 미인이 있었다. 그녀는 찡그리는 모습조차도 예뻤다. 그래서 이웃집 처자가 그녀를 따라 찡그리며 다녔다는 고사가 있다. 나도 그의 열정을 닮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쉽지 않았다.
기다림은 길었다. 그렇지만 때는 왔다. 예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 일을 도우러 왔다. 큰 행사를 앞두고 있었다. 주위에 나눌 많은 양의 감자를 골라 담는 일이었다. 그리고 삶아내기 위한 수많은 옥수수를 정리하는 일이었다. 그와는 처음 대면하게 되었다. 두근거릴 정도로 누구보다 반가웠다.
우연한 만남의 기회는 또 한 번 찾아왔다. 공동체 일을 맡아하는 부서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어떤 일을 팀별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면서 어느 한 팀에 갑자기 빈자리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내 이름을 넣어도 되겠느냐고 연락한 것이었다. 어느 팀인지도 모르고 수락했는데 알고 보니 그가 있는 팀이었다. 퍼즐 맞추듯이 그가 있는 팀으로 가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든 팀을 빠지게 된 사람에게도, 또 그 빈자리에 나를 끼워넣어 준 담당자에게도 감사했다. 이것은 원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계획해서 된 일도 아니다. 오직 어떤 분의 손길이 미쳤음이다.
팀을 이루어 함께 사역을 하면서 그가 얼마나 열정적이고 모범적인지 알 수 있었다. 일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눈부신 광채마저 느낄 지경이었다. 그는 무거운 짐을 계단아래에서 혼자 들고 오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함께 들어주었다. 그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한나절 내내 무거운 짐을 들고 내리고 또 나르고 하는 일이었지만 그와 함께 하는 동안 힘든 줄 몰랐다. 시간이 금방 갔다. 순식간에 끝난 일 같았다. 마치고 헤어지자니 무척 아쉬운 마음이었다.
어느 코미디 극에서 본 내용이다. 한 사람이 상대편에게 아버지 뭐 하시는 분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상대방이 "아버지께서는 '클럽' 운영하신다"라고 했다. 질문했던 사람이 자기도 클럽 나가는 것 좋아한다면서 언제 한번 나가서 뵐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상대방은 지금도 가면 뵐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어느 방송국 이름을 대면서 누구누구가 공연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바로 그 연예인 '팬 클럽' 운영하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 한창 그럴 때죠~" 하고 한마디 더 하고는 그들이 크게 웃었다. 이것은 웃자고 하는 코미디일 뿐이다. 그러나 내게는 공감 가는 내용이다. 그는 나에게 롤모델이자 나는 그의 팬이 되는 셈이다.
누군가 한 이야기가 있다. 좋은 여행이란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다. 누구와 가느냐에 달려 있다.
만나야 할 만남은 어떻게라도 반드시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그와도 어디서 출발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공동체에서 필연적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둘 다 모르고 있었지만 아내와 만남이 있기까지는 29년이 걸렸다. 또한 아내가 나를 만나기까지 26년의 세월이 흘렀다. 반드시 만나야 할 인연이었기에 때가 되어 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와 공동체 안에서 다시 같이 할 수 있는 때가 또 올 것이다. 그래서 기쁘게 기다릴 수 있다.
나중에 어떤 일을 상의하기 위해 그가 내게 직접 전화까지 해 온 것에 감사한다. 속한 부서는 각자 다르지만 공동체 안에서 지금도 가끔 그를 마주칠 때가 있다. 그때마다 기분이 매우 좋아진다. 더 정겹고 더 반갑게 인사하고 맞이해 준다.
그리고 그가 짓는 미소, 밝은 표정 그리고 또렷한 음성이 많은 이들에게 기쁨이 되고 도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음속으로 '질소 같은 사람'이냐 '산소 같은 사람'이냐를 자주 되뇌게 된다. 누가 산소 같은 사람이고 누가 질소 같은 사람인가. 내가 아는 그는 산소 같은 사람이 확실하다. 그를 닮아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