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들
떠날 예정이 내일인데 갑자기 문자가 온다.
'모레 점심 약속 잡아 놓았으니 그때 뵙겠습니다' 하고. 제일 좋아하는 P 대기업 오상무 님 문자다. 지난번에 같이 하지 못한 분이 있어 새로 약속시간을 조율한 모양이다.
오상무 님은 참 좋은 사람이다. 항상 사람냄새가 난다. 사소한 감정 따위는 저리 가라다. 상대방을 향한 균형 잡힌 배려가 언제나 한결같다. 오상무 님 연락이면 무조건이다. 다음에 하면 안 될까요 이럴 수 없다. 그는 현직 대기업 임원이고 나는 퇴직한 상태다. 누가 더 바쁜가. 당연히 그다. 그에게 그리고 P 대기업에 나는 항상 빚져있고 항상 감사함이 내 안에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처음 만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항상 오상무 님과 P 대기업 그리고 그 직원들 모두를 위해 무릎 꿇고 하나님께 기도한다.
오상무 님의 문자를 받고 곧바로 KTX 열차표를 반환하고 약속시간 이후로 표를 미루었다.
그리고 오늘 당일이 되었다. 오랜만에 식사모임을 하고도 열차시간까지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 한주일 내내 비가 내린 탓이었다. 땅이 짓물러 지반침하현상이 일어났나 보다. 열차운행 중단이라는 통보가 먼저 왔다.
P 대기업 내 입점한 사무소에서 근무한 그리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후임 사무소장님들과 약속한 장소에서 식사모임을 가졌다. 능력 있고 훌륭한 사무소장님들이었다. 내게 전임자 대우하느라 없는 시간 할애해서 챙겨주고 함께 해주어서 고맙고 감사했다. 소소한 선물까지 준비해 왔다. 오다가 지하철에서 깜박하고 두고 내린 우산을 대신해서 인접 사무실에 수배해서 새 우산까지 챙겨 주었다. 그들은 아직 조직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할 기회가 많이 남아있다. 그들의 앞길에 열정과 보람이 항상 함께 하기를 바란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모임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이 있어 중간에서 내렸다. 오목교역 인근 자주 가던 스벅에 들렀다. 아이스 밀크카라멜 라떼를 그란데 사이즈로 주문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꺼내 들었다. 시골 사과밭 이웃 손대표한테 전화를 걸었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어 탄저병과 점무늬낙엽병 등 병충해가 창궐하지 않을까 하루하루 노심초사 걱정되었다. 괜찮은가 하고 묻는 물음에 손대표의 음성은 밝았다. 비는 많이 오고 있지만 걱정할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대답이었다. 이웃이 있어서 좋다. 내일 가서 살펴보기로 했다.
집 뒤 밭 호박넝쿨과 오이와 가지, 토마토, 고추는 일주일이나 가보지 않은 동안 어떻게 되어 있을까. 지난주 올라올 때 딸 때가 된 것들은 다 따서 가져왔는데 자고 나면 새로 열려있고 쑥쑥 자라 익고 있는 그들이다. 주인님 오실 때까지 안 달릴게요. 익지 않고 그대로 기다릴게요하고 말해주면 좋은데... 그들은 항상 입이 무겁다. 걱정과 궁금증으로 조바심이 난다. 내일 토요일은 주말이라 오전에는 열차표가 벌써 매진이다. 오후 차로 겨우 예매를 해놓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쉽지 않다. 앱을 수시로 확인해서 그 이전이라도 반환표가 나오면 바로 낚아챌 생각이다.
아내한테 전화를 걸었다. 내일 내려가면 시골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는데 오랜만에 빈손으로 갈 수가 없어서다. 몇 안되지만 성도들에게 인사라도 할 겸 간식을 챙겨갔으면 좋겠다. 하나님께서도 기뻐하실 것 같다. 쿠팡으로 주문하면 주일 안으로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시골교회 성도들을 만나면 성경공부 진행하는 것도 의논해 볼 수 있겠다.
우리 시골은 하나님 믿는 사람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시골 머물며 사는 동안 장로로서 마을 어르신들과 소통도 하면서 예수님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바란다. 세상에~ 서울사람만 교회다니란 법은 없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평생 제대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복음이다. 더 보람되고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선한 삶으로 구원받는 인생 살아갈 자격이 이들에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하나님 앞에 섰을때 하나님께서 "너는 뭐하다가 왔느냐"하고 물으시면 "예 저는 평생 새빠지게 일만하다 왔습니다"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은 천국의 열쇠다. 이들에게 그 권리를 찾아줄 수 있는 장로님이 되면 좋겠다.
이제 비는 거의 그쳐가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