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콩밭

by 장현수

주일 오전 11시 반 7층 행복의 방에서 맡아 진행하는 '성숙한 교인되기'과정은 정말 은혜로운 시간이다. 예정된 한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가 버린다. 이 과정을 신청하고 들어온 성도들의 열정과 우리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오버한 듯.

과정진행하는 중에 여러 번 강사인 나와 듣고 있는 성도가 서로 말씀의 은혜를 입어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며 수업이 거의 마쳐갈 무렵이었다. 한 성도가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손을 들었다. 말씀에 집중하고 이에 잔뜩 몰입해 있던 나는 이 성도가 성경말씀을 궁금해해서 손을 번쩍 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순전한 나만의 착각이었다.

"장로님 저기 죄송한데요 누가 자꾸 전화가 와서요. 급하게 오다 보니 주차를 아무렇게나 하고 왔어요. 차를 빼달라는 전화 같아요. 전화 한번 받아도 될까요?"

하는 것이었다. 전화를 받아 본 결과 예상한 대로였다.


이 성도는 주차한 차 때문에 처음부터 줄곧 신경 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전화가 계속 오기 시작하자 견디지 못하고 드디어 사실을 밝혔다. 나는 이 사실을 수업 내내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말씀내용을 충실히 잘 따라오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마냥 혼자서 신나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성도의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는데 나는 눈치도 없이 혼자만의 깊은 착각 속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주께서 말씀하신다. '니만 묵지 말고 딴 사람캉도 나나무라 쫌'(너 혼자만 먹지 말고 다른 사람 하고도 나누어 먹어라 제발)

다음 시간부터라도 성도들의 표정이나 마음을 살펴가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하나님께 조금 덜 혼나는 일이겠다.


매주 월요일 시골에 내려가니 필요한 식료품을 사기 위해 고척동 코스트코에 들른다. 코스트코 가는 것을 아내는 무척 좋아한다.

오늘도 함께 차를 몰고 가는 내내 아내는 가서 장을 보고 올 생각보다 가서 먹을 것을 나열하며 신나 하고 있었다. 치즈피자 수박슬러시 또 뭐라나~ 속으로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주일날 한 성도가 겪었던 '마음은 콩밭'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내는 장볼생각보다 가서 오로지 먹고싶은 것에만 통 마음을 빼앗겨 있는 것이다. 코스트코 패스트푸드 코너가 눈앞에서 춤을 추며 아른아른거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웬걸. 코스트코 근처에 가까워질수록 느껴지는 이 쌔~함은. 평소 올 때보다 차들이 덜 보이고 무엇보다 입구에 서있던 줄이 보이지 않았다. 무심코 장 보거나 먹는 것만 머릿속에 그리느라 오늘이 매월 2, 4주 휴무라는 사실을 잊고 왔던 것이다. 언감생심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물부터 마신꼴이다.


되돌아갈 때의 마음은 올 때보다 퍽 조용해진 아내의 모습이었다. 아쉬움이 컸다. 다만 위안 삼아하는 말~ '오늘 장 보는 값 아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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