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1

폭우

by 장현수

태풍에 오는 비는 이름이나 있건만 장마인 듯 아닌 듯 때늦은 비는 이름도 없으면서 일주일 내내 쏟아붓는다. 한마디 하고 싶어도 나와있는 이름이 없으니 누구라고 원망한단 말인가.


일주일이상 거의 10여 일 동안 볼모가 되었다. 어떤 일에 있어서는 나 조차도 하나의 톱니바퀴여서 빠질 수가 없다. 톱니바퀴 노릇하느라 시골일을 잠시 미루었다.

그런데 이어서 이번엔 폭우가 불쑥 등장했다.

가물었던 시기여서 와주는 비가 야속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새 정도를 지나쳤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가뭄해소를 넘어 피해를 주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는 곧 돌아가야 할 길을 막았다. 열차운행이 기어이 중단되었다. 하루도 아니고 며칠씩이나.


시골에서 자라고 있는 농작물을 생각하며 애를 태웠다. KTX를 원망하는 내게 하나님께서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KTX를 타고 가다 사고 나면 너는 죽어. 그러니 가만히 있는 게 좋아. 조금만 기다려.'

그래서 하나님을 의지하기로 했다. 내 걱정을 하나님께 맡겼다.


몇 분이 전화와 문자로 비 피해를 물으며 걱정해 주었다. 그들은 시골에 머물고 있을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들과 똑같이 서울에 버젓이 남아 있는터라 얼마나 피해가 왔는지 답하기가 곤란했다.


비가 그치고 다시 무더위가 되었다.

열차운행이 재개되자마자 며칠째 싸두고 있었던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그리고 KTX열차에 올랐다.


시골 내려가면 뭐부터 해야 하나. 취약한 축축한 습기와 씨름하고 있을 300그루 사과나무들. 일일이 살펴보아야 한다. 여러 날 폭우 후 바로 이어지는 36도 이상 무더위는 나무를 번아웃 하게 한다. 약해진 나무를 향해 숨어 있던 병충해들은 '이때다'하고 여기저기서 한꺼번에 몰려온다. 중공군의 인해전술 이상이다. 사과 열매의 50%가 이때 피해를 입는다. 남은 30%가량은 태풍이 멀찍이 모습을 감춘채 숨어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시골 도착하는 즉시로 창궐하는 병충해부터 막아야 한다. 방제약 살포가 무엇보다 우선이다.


조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도연명을 만나 본다. 그가 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이제 가서 모두 떠난 고향 서쪽밭의 갈이를 또다시 시작할 것이다. 산과 들 동네를 거닐며 밭의 풀을 뽑아야지.


고향 시골 내려가는 열차 안에서 그의 歸去來辭를 잠잠히 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