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세요
갑돌 씨는 참 낭만적인 사람이다. 착한 사람이다. 그는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긍정적인 마인드의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준다. 다른 사람들이 걱정하거나 힘들어할 때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본인보다 남을 더 챙기는 사람이다. 그것을 즐기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세상 말로는 '호구'일까, 아니면 '오지랖'일까마는.
오늘 그분한테서 연락이 왔다. 그분은 오래전부터 회사일로 잘 알던 분이다. 이제는 그분도 갑돌 씨처럼 예전의 그 일은 하지 않는다. 새로운 일을 하면서 바뀔 때마다 갑돌 씨한테 연락을 하고 있다.
최근에 바뀐 일은 부동산 투자 관련 일이다. 새로운 투자처가 생기면 어김없이 갑돌 씨한테 연락을 해온다. 이곳저곳 개발 예정지를 법인에서 미리 계약하거나 낙찰을 받아 이를 다시 고객들한테 평방미터 단위로 지분을 쪼개 분양을 하는 사업이다. 그분은 새 직장에 들어간 이후로도 갑돌 씨가 원치 않는 부동산 투자 설명을 줄곧 해왔고 갑돌 씨는 거듭되는 부탁에 얼떨결에 계약을 해주고 말았다. 다만 집구석 망하지는 않을 만큼의 범위 내에서.
이런 방식으로 분양받아 자산가치를 높인 인사들이 최근 청문회에서도 여러 명 나타나서 여론에 다소 회자된 바 있다.
그런데 오늘 그분한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지난번에 투자 계약했던 곳 등기가 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등기권리증을 찾으러 오도록 했다. 찍어서 보낸 권리증표지에 권리자 '김갑돌' 이름이 정확히 나와 있었다.
부동산 소재지 서울특별시 은평구 OO동 00번지는 계약서대로였다. 좀 더 들어가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정도다. 왜냐하면 그 해당 지번은 도로상에 있는 지번이기 때문이다. 도로를 사고파는 것이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긴가 싶었다. 처음에는.
갑돌 씨가 그분에게 다소 싱겁게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경험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 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평생에 아파트나 토지 매매는 해보기도 하고 많이 봐왔지만 세상에~ 차들이 다니는 멀쩡한 도로를 사다니~ 느낌이 경이로울 지경이에요~"
그분이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흔치 않죠. 아무나 해볼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에요~"
갑돌 씨가 다소 억울한 듯한 음성을 넣어 다시 말했다.
"그 도로 제 지분만큼 내일부터 막고 통행료나 받아내야겠어요."
그러나 사실상 그것은 어려운 법적제동이 걸려 있었다. 단독 매수가 아니고 지분으로 공동 구매를 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분참여로는 내 소유 구역을 특정 지을 수 없다.
갑돌 씨는 그분에게 아쉬운 듯 덧붙이며 말했다.
"O사장님 이왕에 도로를 한번 사보았으니 다음번엔 몽골 초원이나 시베리아 한 번도 녹지 않은 언 땅도 부탁해요. 아이슬란드 불꽃튀며 폭발하는 분화구도 좋아요. 남극이나 북극땅도 괜찮아요."
쏟아지는 갑돌 씨 부탁에 그분이 감당을 못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원칙을 지키는 분이었다.
"서울시 개발에만 참여하는 것이고 먼 곳이나 개발이 어려운 곳 물건은 취급할 수 없답니다"
"아깝다. 화성이나 달 표면에도 몇 평방미터 정도는 투자할 수 있었는데~"
하고 김갑돌 씨는 끝까지 그분을 물고 늘어졌다. 그분이 아마도 속으로 "니는 재미 좋나? 나는 재미 하나도 없데이~"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갑돌 씨에게 독산동일대 개발 예정지를 보여주며 평방미터당 250만 원 투자를 권유하는 문자를 떡하니 새로 보내 주었다. 더 이상 Shut your mouth의 의미인지도~
도로를 지분으로 매입하게 되는 것은 도로 그 자체 즉 현재 가치에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다. 개발 예정지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개발과정에서 일반토지와 가치가 같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개발대상 도로부지 매입은 요즘 색다른 부동산 투자방법 중 하나이다. 투자 후 1~2년 내에 개발이 시작되기에 그때 매도를 함으로써 차액을 실현하는 구조이다.
갑돌씨가 그분에게 여전히 우호적인 음성으로 마무리 멘트를 넣어 주었다.
"네 독산동 도로~ 널리 알려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