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14

고양이들이 온다

by 장현수

최근(한 달여 전)에 태어난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고개만 살짝살짝 내밀고 주위를 살핀다. 그러다가 나만 보면 번개같이 제 집으로 쏙 들어가 모습을 감춘다.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펴볼 수도 없다. 그러면 앞서 두 번의 경험이 말해주듯 더 멀리 도망가서 숨을 것이고 보금자리가 방해받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여기는 순간 어디론가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겨버릴 것이다.


우리 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는 최대 10 여마리 정도다. 누가 이들의 주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여기저기 먹이와 편한 쉴 자리를 찾아 옮겨 다닌다. 우리 집도 그들이 지나가는 한 곳일 뿐이다. 집을 지어 돌봐주고 싶지만 이들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범적으로 큰 종이박스를 꾸며 다니는 길목에 갖다 놓아 보았지만 박스를 피해서 지나다니기만 했다. 오히려 방해가 되는 모양새였다.


다만 주인없는 고양이들이 일 년 사계절 덥거나 춥거나 배는 곯지 않게 해 주기 위해 고양이 사료를 항상 준비해 둔다. 그리고 여유있게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두 개의 그릇에 나누어 담아 놓는다. 누가 먹고 누가 먹지 않는지 알 수는 없다. 바닥이 보이면 다시 사료를 부어 채워놓을 뿐이다.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면 그때는 그릇 그릇에 미리 가득 부어놓고 가는데 다시 내려와 보면 그릇이 깨끗하다. 몇 년째 습관처럼 하는 행동이라서 고양이들도 이젠 이 패턴을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내려와서 차를대고 있으면 내가 온 줄 알고 여기저기서 고양이들이 한 마리 두 마리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안녕~'하고 내가 먼저 반겨준다. 짐 내린 후에는 차문을 '쾅'하고 일부러 큰소리가 나도록 닫는다. 아직 모르고 있을 고양이들에게도 알려주기 위함이다.


이들을 보고 먼저 광으로 들어가 사료를 한 바가지씩 퍼 온다. 두 군데 그릇에 나누어 부어준다. 모여들어 일제히 먹기 시작한다. '많이 먹어~' 하고 소리를 내어 보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중에 몇 마리는 맛이 없다는 뜻인지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건지 그릇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들은 한참 먹고 있다가도 여전히 나를 피하는 반 야생의 고양이들이다. 때문에 이때는 근처를 마음대로 지나다닐 수가 없다. 그들은 먹다가도 후다닥 도망을 치고 숨기 바쁘다. '밥은 밥이고 너는 무섭다' 이런 태도다. '가까이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하는 무언의 표시라고 이해하기로 한다.


그런데 그들 중에 그래도 친숙함을 드러내는 고양이들이 두세 마리 정도는 있어 왔다. 새끼 때부터 그랬던 아들 고양이가 그랬다. 손길은 피하지만 늘 곁에서 머물기를 좋아했다. 엄마 고양이라고 불렀던 고양이와 두 마리였다. 만난지 7~8년이 되었는데 올해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어디 있든지 건강하게 잘 살아 있기를 바란다.


나갈때 현관문을 열 때는 살며시 밀어야 한다. 두세 마리 고양이들이 문 앞에 와 지키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한 마리는 그나마 아주잠시 꼬리 만지는 것까지는 허용한다. 나머지는 곁으로 오기는 하지만 손을 대는 것은 질겁이다. 이러고 보면 사과밭 옆집창고를 보금자리로 알고 엄마와 언니와 같이, 또 최근 3주 정도 전에 태어난 세 마리 아기 고양이와 사는 새끼 고양이는 얼마나 귀여운가. 다가와서 장난도 치고 안아주면 온전히 몸을 맡기기도 하고.


우리 집 드나드는 고양이들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는다.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독립심이 있어 돌보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겠기에 마음의 짐을 덜기도 하다.


현관문 앞까지 올라오는 고양이들은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달라고 오는 것은 아니다. 그릇에 사료가 아직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간식을 달라는 것일 수 있다. 이들은 그나마 가장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들이다.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고양이들인 것 같다. 옥상에 올라갈 때 따라오기도 한다. 가끔은 현관 문이 보이는 방 창문틀에 올라와 불 켜진 방안을 살피고 있기도 하다. 묘한 느낌을 주는 그들의 행동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고양이들은 그 눈빛을 볼 수 있다. 말을 걸어오듯이 '아웅 아웅' 거리며 눈길을 보낸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본다. 여전히 같은 소리를 내며 심지어는 내 종아리를 슬쩍 스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무언의 신호다. 마치 '다 알면서~'라고 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멸치를 꺼내와서 간식으로 몇 개씩 나누어 준다. 이들에게만 가끔씩 캔 간식을 따주기도 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보이지도 않던 다른 고양이들까지 기꺼이 합세한다.


오늘 우연히 거실 창가 문틈으로 살짝 살펴보니 새끼들이 보금자리 언저리로 나와서 고개를 파묻고 자고 있다. 탐론 600밀리 렌즈를 장착하여 그 모습들을 멀리서 찍었다. 이들은 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앙증맞고 귀여운 새끼들이다.


이들은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아기 고양이들이다. 더욱이 다른 고양이 들과는 달리 우리 집에서 태어난 특별한 고양이들이다. 광이 있는 뒤쪽 수더분한 곳에서 태어나서 지금 한창 커가고 있는 중이다. 밖으로 살짝 나왔을 때 눈은 마주친 적 있지만 자세히 보기는 어려웠다. 보기만 하면 먼저 숨기에 바쁘니까. 그 엄마 고양이가 자주 다가오는 고양이 중 하나인데 아마도 아기고양이 키우는 모성애 때문인 것 같다. 멸치 간식 한 마리를 입에 물고는 빠르게 아기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다. 특이한 소리를 내면서 간다. 약간 쉰 듯한 '그르렁그르렁' 하는 소리다. '엄마 왔다~' 하고 아기들을 부르는 중인 듯. 이들 가족에게 닭고기 참치 캔 간식을 놓아주고 싶지만 그들 집 가까이 다가가면 다들 도망칠 것 같고 그렇다고 멀찍이 두면 다른 고양이들 몫이 되어 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오늘 그래도 아기 고양이 두 마리 사진을 건졌다. 급하게 렌즈를 들이댔다. 멀찌감치 몸을 숨기고 부정확한 자세었다. 그렇게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도 공유했다. 모두 귀엽다고 난리다.


그런데 욕심부리다가 그만 딱 들키고 만 것이 있다. 거실창가 문틈을 통해서 그만 아기 고양이 노랑이와 눈을 마주치고 만 것이었다. 모른 척하고 먼저 피했지만 살짝 다시 가 곁눈질 해보니 벌써 숨어 버려 보이지 않았다.

'아~ 들키면 안 되는데~' 아기 고양이가 누워있던 빈자리를 보며 자책하며 아쉬워했다.

그렇지만 '좀 더 자라서 보자~ 그때 꼭 캔 간식 먹도록 하자~'하고 마주 할 날을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우리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모두 시골에서 내게 친구이고 좋은 이웃이다. 쓰고 있는 글들에 무보수로 등장해주는 주인공들이다.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시골에서 누리는 큰 복이다.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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