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15

떨어진 사과를 줍는 농부의 마음

by 장현수

사과열매가 굵어지면 조금만 부딪혀도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진다. 사과농사하며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소리가 두가지 있다. 하나는 "툭" 다른 하나는 "똑"이라는 소리이다.

"툭"하는 소리는 사과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이고 "똑" 소리는 사과가 붙은 채로 가지가 꺾이는 소리이다.


9월 이맘때쯤 사과 열매가 많이 굵어져서 가지가 활처럼 휘어진다. 이때 가지가 사과열매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러질 수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받침목을 대서 받쳐준다. 이 작업을 하느라 모르고 몸이 닿으면 십중팔구 사과가 떨어져서 "툭" 혹은 "똑"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마는 것이다. 다 자란 사과가 수확시기를 얼마 남겨놓지 않고 이렇게 떨어져서 못쓰게 되면 얼마나 아까운지 모른다. 사과 열매에 닿은 내 신체 부위가 지독하게 원망되고 미울 지경이다.


간밤에 비가 많이 왔다. 바람도 불어 약하긴 해도 바람에 비가 몰아쳤다. 걱정이 되어 새벽에 일어나자 말자 밭으로 나가 보았다. 많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사과들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한 곳에 가보니 굵은 가지하나가 통째로 부러져 있었다. 작은 가지마다 주렁주렁 사과가 수십개나 달린 채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허탈함이 몰려왔다. 확인해보니 반쯤 썩어 있던 오래된 가지였다. '아이고 녀석아~ 몸도 약한데 무슨 사과를 이렇게나 많이 달고 있었느냐 열매를 달지 않아도 말할사람 아무도 없는데~'하는 말이 푸념처럼 새어 나왔다. 아직 맛이 들기도 전인데 너무도 안타깝고 아까운 마음에 이대로 버리지도 못하겠다. 하는 수없이 붙은 가지에서 하나하나 모두 땄다. 그리고 바구니에 담았다. 설익은 사과는 큰 바구니 두개가 흘러 넘치도록 담겼다. 이 많은 것을 다 어쩌나.


양손으로 대책없이 꾸역꾸역 무겁게 들고 오는 나를 보고 같이 사과농사짓는 우리밭 옆집 OOO대표가 말했다.


"아이고 행님~ 그거 못씸미더~ 앙이 맛이 안들었는데 우째 무울라꼬예. 다 버리야 됨미더"


OOO대표의 말을 듣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멈춰섰다. 안타까운 마음에 나는 그만 울상이 되었다.


일년 농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내 곁에 같이 있지 않고 먼저 떠나는 것이 왜 이리도 많은지~ 그 뜨겁고 무더웠던 여름 내내 고되게 약을치고 풀을 뽑으며 돌보아 왔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떨어져 버리고 말다니.


상념에 젖어 있는데 OOO대표가 또다시 일깨우듯 말해 주었다.


"행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됨미더. 그렇지만 떨어진 거보다 달린 사과가 아직 더 많다 아입니꺼. 달린 사과에 신경써야지 이왕 떨어져서 못쓰는 사과에 마할라꼬 신경쓴단 말입니꺼. 나중에 남은 사과 따보면 암미더. 좋은 사과만 있는 기 아이라니까예. 안좋은 사과 무울끼 얼마나 많은데예. 가가가 묵지도 몬하고 남주지도 몬할꺼 마 딱 이자뿌고 저짜 밭 구석에다 다 버리뿌소 마"


이해해주는 좋은 이웃이 있어 위로가 되고 힘이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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