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귀촌 농장체험실습교육
올사과(조생종) 수확을 앞두고 있던 차임에도 불구하고 귀농귀촌 교육 현장실습 5일간 다녀왔다. 사과 작목에 관한 실습이기를 원했지만 교육과정에서는 일괄적으로 단감농장으로 체험교육을 지정해 주었다. 같이 참여한 총 4명도 포도나 딸기 등 원하는 품목이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훌륭한 농업인이 체험농장 주인이었다. 단감에 대해서는 최상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과 인증서 심지어는 대통령 훈장까지도 받았다. 체험농장은 그 기술을 배우고자 많은 예비 농업인들이 거쳐가는 곳이었다. 주말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농장체험을 왔다.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수업을 별도로 빼서 농장에서 체험하도록 하고 있었다.
거기서 5일간 매일매일 꼬박 8시간씩 교육일 수를 채웠다. 농장에서는 연간 많은 수의 사람들을 챙기다 보니 우리 같은 4명(퇴직자인 나를 포함 30대 2명, 40대 1명)에 대해서는 정해진 프로그램이 따로 없었다.
9월이 되었지만 늦더위가 가시지 않아 날씨가 아직 후덥지근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금세 땀이 얼굴에 줄줄 흐르고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5일 중 첫날이 되었다. 딸기 하우스 내부 모종 심는 배양토 시설 바구니에 자란 풀들을 모두 뽑았다. 그리고 이랑마다 비닐을 모두 씌웠다.
둘째 날에 넓은 옥수수밭에 가서 풀을 뽑았다.
셋째 날에 비닐하우스 언저리 억센 잡초를 톱날 낫으로 제거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네쨋날에 멕시코 감자밭에 가서 무성한 잡초를 톱날 낫으로 제거했다. 그리고 들길 가 코스모스를 캐와서 옮겨심고 물을 흠뻑 주었다.
다섯째 날에 딸기 하우스 안 모종 심을 자리마다 일일이 비료포대를 한 개씩 옮겨다 놓았다. 하우스 천정에 매달아 놓았던 끈끈이도 발 딛고 올라서서 새로 달았다.
일하면서 틈틈이 쉬기도 했다. 사모님이 시원한 음료수를 가져오셨다. 젊을 때 은행에 근무하셨다고 한다. 충청도 청주출신인데 경상도 말과 섞인 억양이었다. 떨어져 있어도 목소리가 그 존재감을 드러내 주었다. 카랑카랑하고 보통사람보다는 적어도 다섯 옥타브 이상은 높았다. 이 널찍한 공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부부 중에 어느 한 명이 나머지 한 명을 먹여 살린다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다. 서울 우리 집 근처 크린토피아 세탁소 남자분이 그랬다. 그런데 여기서는 주인장은 주인장대로 사모님은 사모님대로 역할이 확실해서 서로 대등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부족함이 없는 부부였다.
같이 참여한 젊은 친구들이 나보다 훨씬 어린 탓에 나에게 말을 잘 걸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말을 주로 꺼내었다. 그렇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별 반응이 없었다. '안물안궁'(안 물었고 안 궁금하다)이었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 없이 8시간을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무슨 위대하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매일 이곳 농장에서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먼저 손 내밀고 악수했다.
내가 자꾸 말을 걸고 나서니 그들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지 조금씩 내 말에 공감하고 그들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4일 차에 이르니 내게 '형님~ 형님~' 하면서 말을 걸어왔다. 차를 타고 식사장소로 이동할 때도 운전석 옆 앞자리를 권하기도 했다.
5일 차 마지막 날 일이 조금 빨리 끝났다. 책상과 의자가 놓인 강의실 같은 곳에서 각자 휴식을 취했다. 양 옆 벽면으로 많은 농사교육 관련 자료들과 일반 도서들이 먼지에 쌓인 채로 서가에 꽂혀 있었다. 농장주가 연구발표한 단감 정지전정작업에 대해 관심이 갔다. 사과나무 관리에 참고가 될 것 같았다. 약간의 영미 단편 소설들도 읽었다. 비록 풀 뽑다가 체험실습을 마치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름대로 빈손은 아니라고 여긴다.
드디어 5일 차~ 마치는 시간 18시를 가리키는 벽시계 앞에 서서 함께 한 4명이 체험실습 플래카드를 나란히 들고 체험실습 종료 인증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바로 그 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그동안 짧고도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 이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더워서 하루 종일 땀인 채로 지내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내 평생에 교육 와서 이렇게 많은 풀을 뽑아 보기는 처음이었다.
종료 인증 사진을 찍고 플래카드를 접으며 모두와 악수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첫날 만나 악수할 때는 낯설어서 뻣뻣했었다. 그러나 마칠 때는 다정하고 따뜻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정이 쌓인 탓이다. 헤어지며 그들의 앞날을 위해 축복해 주었다. 그들의 미래가 기대와 희망으로 넘치기를 바란다.
나의 집 나의 일터로 되돌아오면서 오늘 저녁은 나를 위해서도 맛있고 배부른 음식으로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