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이와 나

시골집에서

by 장현수

서울에서의 남은 주요일정 이틀을 모두 포기하고 서둘러 밤 KTX를 탔다. 남편의 갑작스런 태도에 아내가 처음에는 펄쩍 뛰었다. 그러나 그도 동물을 사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못내 걱정하며 주섬주섬 배낭을 먹을 것으로 채워 주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마저 견딜 수 없을만치 추운 날씨였다. 바깥 찬바람은 인정사정 없었다. 불을 때는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며 추위를 견디던 노랑이가 떠올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오늘 밤 그리고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하니.


급히 일요일 전석 매진 열차표를 물색하여 한좌석을 겨우 찾았다. 누가 나처럼 일이 생겨 환불한 한 표일 것이다.


집을 비웠던 지난 연말연시 10여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노랑이는 온 입술이 심한 상처로 덮혀 있었고 먹이나 물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리고 다른 고양이들처럼 활발하지 못하고 햇빛을 찾아 옮겨다니며 느릿느릿 아픈 몸을 겨우겨우 추스리고 있었다.


온도가 떨어지고 찬 바람마저 불던 밤 이틀은 움츠리고 떨고있던 노랑이를 보다못해 안으로 데려왔다. 따뜻한 난로 앞에는 앉을 수 있도록 폭신한 방석을 놓아 두었다. 삶은 닭고기를 먹일려고 해 보았지만 도무지 입에 대지 않았다. 낯설어 계속 불안해 했다. 그리고 현관문 근처로 가서 이리저리 밖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았다. 끝내 여의치 못하자 무리들을 찾는지 소리내며 울기도 했다. 나중에는 아예 방에 들어와 담요 위에 엎드리고 잠들었다. 이불을 당겨 조심스레 덮어 주었다.


야생의 어린 고양이인 노랑이에게는 그동안 먹이를 주고 간식을 줘가며 조금씩 낯을 익혀왔다. 그 덕분에 살짝 닿여도 멀리 도망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주문들어 온 사과 택배보낼 준비 할때는 살며시 다가와 보고 가기도 했다. 그리고 창고 안에서 그보다 더 어린 동생 고양이 초롱이를 데리고 잘 놀아 주었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노랑이에 대한 걱정을 해보지 않았다. 마당가 놓인 큰 그릇에 사료만 넉넉히 부어주면 내가 할 일은 거기까지 끝~ 이었다. 머물 집도 하나 이미 마련해 주었었다.

얼음골해피사과연구소 마스코트 노랑이


그런데 지난 주 심하게 입은 상처와 초라한 몰골 거기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는 것(3일)을 보게 되자 더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 없었다. 근심어린 마음으로 줄곧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었다.


그날 일어난 내가 모르는 일로 공격당한 쪽은 노랑이 뿐만 아니었다. 같은 배로 태어난 흰둥이마저 양쪽 어깨부위가 군데군데 털이 파여 있고 피가 난 흔적이 역력했다. 무엇보다 페르시아의 다 큰 아들 고양이 브라운은 몸이 딱딱한채 죽은 채였다. 노랑이보다 한두달 먼저 태어났고 무리들과도 활발하게 어울려 다녔던 그였다. 서울 올라간 사이에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추위에 이대로 두면 몸이 약한 노랑이가 브라운과 같은 처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어제 오늘 강추위 속에서 온통 나를 휘감았다. 우리밭 이웃 0사장의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과 모 권사님의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것'이란 말에 공감할 수 없었다. 눈이 가지 않은 다른 고양이들을 포함한 자연계의 생명들에 대해서는 막연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 집을 맴돌며 살아가고 있는, 매일 보고 지낸 노랑이는 그와 같지 않다. 더구나 그는 공격받아 아프고 약해진 몸이다. 노랑이가 더 이상 남이 아니고 보살펴 주어야 하는 존재로 된 것이다.


이 밤에 이틀 일정을 앞당겨 급히 내려가서 할 일은 추위를 견디고 있을 노랑이의 안부를 먼저 살피는 것이다. 그리고 아궁이에 불을 활활 지펴 놓는 것이다. 그를 그의 집 가까이서 불을 쬐게 하는 것이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다면 지난 주에 했던 것처럼 또다시 집안으로 데려 올 수밖에 없다.


서둘렀건만 내려가는 열차 속도는 무척이나 더디게 여겨진다. 매번 그랬는데 KTX가 오늘만은 제발 연착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안내방송을 들으니 이제 겨우 대전을 지나는구나. 아직 온만큼 더 가야 하는거네.

아궁이 앞에서 불을 쬐는 상처입은 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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