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單純)

황보름 작가 '단순 생활자'를 읽고 나서

by 구른다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단순의 사전적인 의미는 복잡하지 않고 간단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복잡하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일까. 단어의 뜻을 파고 또 파다 보면 단순이라는 한 글자를 파악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순함, 복잡하지 않은 것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상태에서 좌우된다. 내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은 상태,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복잡하지 않은 상태, 이것이 바로 단순함이다. 나에게 단순함은 바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다. 텅 빈 집안, 티브이와 스마트폰을 멀리한 체 키보드 소리만이 들리는 지금이 나에게는 단순한 상태이자 행복의 시간이다.


나에게 단순함은 집중과 의미가 같다. 나는 게으른 계획자다. 말 그대로 계획하고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동시에 귀찮음이 많다. 계획을 세우기까지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를 만날 때마다 귀차니즘의 대명사라고 놀리곤 한다. 그래도 친구들과 약속이 있거나 혹은 일을 할 때만큼은 철저하게 준비하고 일을 진행한다. 그렇게 진행된 일은 언제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다.


글을 쓰기 전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완연한 봄날씨를 느끼며 글을 쓰겠다는 각오로 밖으로 나가면 달큼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길을 걷다 보면 평소에는 생각나지 않던 물건이 생각나고 멀리 있는 1000원 상점에 나도 모르게 끌려간다. 그렇게 글을 쓰겠다는 각오는 사라지고 양손 가득 물건과 음식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고 나면 체력이 없어지니 당연히 한글을 킬 마음이 사라진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가짐이 휴식으로 바뀜과 동시에 글을 쓰겠다는 마음 사라진다.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아무 이유 없이 노트북을 켜고 글을 쓴 적도 많다. 지금 이 글이 쓰인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식곤증이 찾아오는 나른한 오후, 나는 머리가 깨질듯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글쓰기를 시작한다. 귀찮음은 사라지고 키보드 소리와 함께 글에 집중한다. 키보드 소리는 경쾌하고 내가 느낀 모든 것을 글에 쏟아낸다. 이렇게 글을 홀린 듯 쓰다 보면 맞춤법도 많이 틀린다. 심지어 문장이 어색하여 읽기 어려운 글이 완성된다. 나에게는 친절한 맞춤법 검사기도 있고 글을 검수할 시간도 있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글을 쓰고, 읽고, 고쳐가며 나의 단순한 생활을 영위하고자 한다.


※ 글을 쓰는 모든 이는 명량한 은둔자!

명량한 은둔자, 두 단어의 조합은 어색하다. 밝은 분위기의 명량함, 어두운 분위기의 은둔자. 작가는 자신을 명량한 은둔자로 표현한다. 내향적인 자기 자신을 은둔자로 표현하며 동시에 명량하게 글 쓰는 일을 진행한다. 글 쓰는 일이 행복하지만 동시에 혼자 있고 싶은 사람. 이렇게 작가라는 말을 표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커피 한잔을 들고 조금씩 글을 쓰기 시작하니 알게 되었다. 명량한 은둔자라는 말은 글을 쓰는 사람에게 딱 알맞은 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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