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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Aug 25. 2023

천상열차분야지도

hubble_1481_pia22093-nasa

▲  사진출처 : hubble_1481_pia22093-nasa. 

▲ 배너 이미지 캡션 :  이 아티스트의 컨셉은 TRAPPIST-1 시스템의 지구 크기 행성 7개를 보여줍니다. 허블은 여러 행성의 대기를 연구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이 발견을 확인하려면 후속 관찰이 필요합니다. 출처: NASA/JPL-Caltech



‘돌로 만든 천문도가 옛날 고구려 평양성에 있었는데 전쟁으로 강물에 빠져버렸고, 세월이 흘러 남아 있던 인쇄본까지도 없어졌다. 우리 전하께서 즉위하시자 어떤 이가 한 본을 올리므로, 이를 귀중히 여기고 서운관에 명하여 돌에다 다시 새기게 하였다.’ 권근 『양촌선생문집』 <천문도지>

-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조선 건국과 천상열차분야지도 (장영실 테마관, 네이버) -     


현재 창경궁은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일제에 의해 각종 동물을 모아 사람들에게 구경시키는 동물원, ‘창경원’이었습니다. 이는 우리 조선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찬란한 문화를 격하시키려던 일본의 만행이었습니다. 그러나 광복을 맞이한 후에도 창경원은 한동안 창경궁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여전히 그곳으로 수학여행을 갔고, 사람들은 갖가지 진기한 동물들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그러던 1960년대 말, 동물원 창경원에서 놀라운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소풍을 왔던 학생들이 의자처럼 엉덩이를 깔고 앉아 있던 넓적한 돌에서 이상한 그림 조각이 발견된 것입니다. 마모가 많이 진행돼서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바로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하늘로부터 계시를 받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천상열차분야지도’였습니다. 500년 고려를 뒤엎고 새로운 나라를 세웠던 만큼, 가장 먼저 백성의 민심을 한 곳으로 모아야 했던 이성계가 하늘의 뜻이라는 천명론天命論의 전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명을 내려 만들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천상열차분야지도 목판본(선조 또는 영조대 제작품).











그렇게 드러난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로, 폭은 1미터에 높이는 2미터가 넘는 거대한 검은 돌판에 표면에는 무수한 홈이 파여 있습니다. 누군가 고구려에서 제작된 천문도를 탁본해둔 것을 바탕으로, 당시 천문학적 지식을 모두 총동원하여 14세기 조선의 하늘을 그려 넣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원래 평양성에 있던 고구려 천문도는 전쟁으로 대동강에 빠져 사라졌고, 다만 누군가 그 천문도를 탁본해 두었던 것이 대대로 내려왔던 것입니다. 참고로 이성계는 나라를 개국한 후에 가장 먼저 하늘을 관측하는 서운관을 세웠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이름은 하늘의 형상을 구역별로 나눠 순서대로 배열해 그린 그림, 즉 하늘의 모습을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 안의 ‘차’와, 하늘의 별자리를 열두 구역으로 나눠 땅의 해당지역과 연결시킨 것을 뜻하는 ‘분야’에 따라 펼쳐놓은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이 각석 위에는 태양과 그에 대한 설명이 달려있고, 또한 달에 대한 설명과 24절기, 그리고 동서남북 사방의 사신도 별자리의 합계가도 계산해 두었다고 합니다. 아래에는 제작 경위와 더불어 당시 천문학지식을 모두 새겨놓았습니다. 그리고 각석에는 하늘을 표현하는 커다란 원 안에 총 1,467개의 별을 담았고, 네 개의 동심원을 그려놓았습니다. 


또 북두칠성처럼 계절과 상관없이 항상 볼 수 있는 별자리 주극성 또한 그려져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하늘의 북극과 남극을 잇는 둥근 적도가 표시되어 있고, 태양이 하늘의 별자리 위를 이동하는 길인 황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태양이 이동하는 데 따라 음양의 교체와 추위더위가 생겨난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태양을 왕에 비유해 백성과의 긴밀한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당시 눈으로 볼 수 있는 북반구의 거의 모든 별자리와 은하수까지를 표시해 놓았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인의 과학적 창의성이 담겨 있는 과학문화유산인 이 각석은 동아시아 천문과학 발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워낙 오랜 세월 방치해왔던 터라 조선 제19대 왕 숙종 때 원형보존을 위해 탁본을 바탕으로 새로 복각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두 개의 각석을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전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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