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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Aug 28. 2023

우리 별자리 28수

별이 빛나는 밤 


시간은 공간과 달리 형체가 없습니다. 따라서 옛날에는 하루 24시간의 흐름을 정확하게 아는 것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등 동양에서의 시간이란 본래 왕이 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관상수시觀象授時’라 하여 옛날 제왕들에게는 하늘의 모양을 살펴 백성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임무 중의 하나였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조선의 세종대왕은 장영실과 김조에게 명해 시간을 자동적으로 알려주는 물시계 자격루를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자격루를 통해 시간을 재서는 종으로 쳐 백성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방식은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에 커다란 종루(현재 종각)를 짓고 그곳에 종을 매달아 하루에 두 번 종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인정人定과 파루罷漏(바라)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인정이란 저녁에 성문을 닫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8번의 종을 치는 것이었고, 파루는 새벽에 성문을 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33번의 종을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8번의 종소리는 밤하늘에 자리한 28개의 별자리에 알려 백성들로 하여금 편안한 밤을 맞이하라는 뜻이었으며, 33번은 불교의 33천天에 하루를 알리는 시작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재밋는 것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의 33천에 하루를 알리는 종을 쳤다니, 관료들과 달리 일반 백성은 여전히 기복신앙이나 종교에 의지하는 삶을 살았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시간을 끝없이 흐르면서도 한편으로는 끝없이 순환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까닭에 천체의 운동주기를 1년으로 하고,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를 한 달로 하였으며, 낮과 밤이 바뀌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하루로 삼은 것입니다.     


그런데 인정의 의미인 밤하늘의 28개 별자리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요? 달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약 27일 7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앞서 우리는 지구에서 관찰했을 때 태양이 황도12궁을 따라 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달도 별자리 위를 움직여갑니다


이 길을 일러 백도白道(복숭아 통조림이 아닙니다^^*..)라고 합니다. 달의 길인 백도와 태양의 길인 황도와의 차이는 약 5도 정도 작은 경사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달이 하늘의 백도를 따라 한 바퀴 도는 약 28일 동안에 달의 모양은 초승달, 반달, 보름달, 반달, 그믐달로 변합니다. 그래서 동양 사람들은 달이 가는 길을 28등분하여 이 시간을 한 달로 정했습니다. 더불어 달이 지나는 길의 28개 별자리를 28수라고 했습니다. 나아가 28수를 각각 7자리씩 묶은 다음 동서남북, 즉 동방칠수, 서방칠수, 남방칠수, 북방칠수 등 네 방위로 정했던 것입니다. 


상징적이긴 하지만 동서남북을 지키는 각각의 수호신을 정하고 그에 맞는 이름도 정했습니다. 고구려 무덤 벽화에도 등장하는 좌청룡(동), 우백호(서), 전주작(남), 북현무(북)가 바로 그것입니다. 동쪽에는 뿔이 달린 푸른 용, 서쪽에는 흰 털을 가진 백호(호랑이), 남쪽에는 빨간 수탉을 닮은 상상 속의 새 주작, 북쪽에는 거북이와 뱀이 결합한 모습의 현무라는 뜻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동방7수는 28수 중 춘분春分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각수角宿(첫째 별자리의 별들)를 시작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례로 떠올라오는 성수星宿(모든 별자리의 별들)를 말합니다. 서방7수는 28수 중 추분秋分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규수奎宿(열다섯째 별자리의 별들)를 시작으로, 뒤이어 떠올라오는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들을 이릅니다. 남방7수는 28수 중 동짓冬至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정수井宿(스물둘째 별자리의 별들)를 필두로,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7개의 수가 차지하는 성수들을 가리킵니다. 북방7수는 28수 중 하짓夏至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두수斗宿(여덟째 별자리의 별들)를 시작으로, 차례로 동쪽 지평선 위로 떠올라오는 7개의 성수들을 의미합니다.

28수를 동양에서만 구분했던 것은 아닙니다. 기원전 1900년경 바빌론에서도 28수로 나눴는데 점차 주변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참고로 해가 지면 곧바로 깜깜해지면서 별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햇빛의 반사로 하늘이 어둑어둑한 때가 있습니다. 이를 혼각昏刻이라 하며, 해가 뜨기 전에 하늘이 희끄무레해지면서 별이 보이지 않게 되는 때를 신각晨刻이라고 한답니다. 서양에서는 이 둘을 합쳐 ‘트와일라잇(twilight)’라 부르며, 동양에서는 박명薄明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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