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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필우입니다 Sep 04. 2023

봄하늘 별자리 여행 3

천칭자리와 바다뱀자리

작가 kjpargeter / 출처 Freepik

<ahref="https://kr.freepik.com/free-photo/3d-abstract-space-sky-with-stars-and-nebula_2673266.htm#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7&from_view=keyword&track=sph">작가 kjpargeter</a> 출처 Freepik





* 정의의 저울 - 천칭자리                   


천칭天秤(balance)은 지레의 균형원리를 이용해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의 일종으로, 쉽게 말해 저울입니다. 이 천칭자리는 앞의 처녀자리 말미에 짧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이아가, 인간들에게 실망해 하늘로 올라가버린 다른 신들과 달리 끝까지 인간들을 믿으면서 남아있을 때, 갈등이 생길 적마다 이 저울에 사람들을 올려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곤 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죄가 무거운 쪽이 내려가면서 결국 재판이 끝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아스트라이아도 결국에는 인간들의 음모와 욕망에 실망한 나머지 하늘로 가버렸습니다. 


천칭자리는 바로 이 정의의 여신인 아스트라이아의 저울입니다. 인간들을 위해 헌신한 아스트라이아의 저울을 기념하려고 하늘에 올려둔 것입니다. 이 별자리는 처녀자리와 전갈자리 사이에서 반짝이는 7개의 별을 이릅니다.     


천칭자리(일러스트 서경덕)



요즘도 이런 저울이 하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권력이나 시류에 휘둘리지 않고, 정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대법원 대법정 출입문에 저울을 든 여인도 이 아스트리아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칼을 든 대신 법전을 들고 있어 영토 확장에 하루를 났던 서구의 이미지와 오로지 평화를 추구하려 했던 우리나라 정의의 심성을 고스란히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저울과 함께 칼을 들고 눈을 가린 여신상도 등장합니다. 시각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개입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이성이 개입되면서 신성성이 옅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신이라면 구태여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신’으로서 인간의 사회를 바로 보고 정의를 찾기 위해서는 차라리 눈을 번쩍 뜨고 있는 편이 이치에 맞다 라며 인터넷 ‘대법원영블로거위원회’ 내용에 등장합니다. 그런 블러거위원회가 있는 줄도 몰랐지만, 이 글을 쓰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답니다.


처녀자리 / 아스트라이아. 요하네스 헤벨리우스 1690. 作. 독일의 천문학자. 달의 표면을 상세히 관측하여 세계 최초로 《월면도(月面圖)》를 발간하였다.(두산백과)





히드라를 물리친 헤라클레스 - 바다뱀자리     

                   

헤라클레스는 테베에 사는 알크메네와 신들의 제왕 제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어머니 알크메네는 미케네 출신 암피트리온의 아내였습니다. 하지만 기간테스들과의 전쟁을 앞두고 자신을 도와줄 힘센 영웅이 필요했던 제우스는 남편 암피트리온이 전쟁에 나간 사이 그의 모습으로 변장해 알크메네와 동침하여 헤라클레스를 낳은 것입니다. 이때 영웅을 낳기 위해 제우스는 밤의 길이를 세 배로 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케이론 등 여러 스승으로부터 무예와 음악까지 배우면서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이자 가정의 여신인 헤라의 미움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바다뱀자리 / 일러스트 서경덕


헤라클레스는 테베의 왕 크레온을 위해, 해마다 공물을 상납해야 했던 이웃나라 오르코메노스의 왕을 죽였습니다. 그러자 크레온은 고마움에 헤라클레스를 자신의 딸 메가라와 결혼시켜 사위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행복한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여신 헤라가 헤라클레스에게 저주의 주문을 걸어 정신 착란을 유도해 그로 하여금 아내 메가라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을 모두 죽여 버리게 한 것입니다. 


정신을 차린 헤라클레스는 엄청난 일을 저지른 데 대한 죄책감으로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더는 테베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자신이 저지른 죄악을 씻기 위해 델포이로 가서 신탁을 청했습니다. 델포이는 그리스 사람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곳이자, 태양의 신 아폴론의 신전인 동시에 신의 계시를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신탁은 헤라클레스에게 당장 티린스로 가 그곳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를 12년 동안 섬기면 영원히 죽지 않는 불사不死의 몸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역시 헤라가 꾸민 계책이었습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식인사자를 잡는 일이었습니다.


헤라클레스가 식인사자를 물리치고 돌아오자 아르고스의 왕 에우리스테우스는 또 다른 문제를 내놓았습니다. 바로 ‘레르네 늪’에 사는 무시무시한 물뱀 히드라를 죽이라는 명이었습니다. 히드라는 머리가 100개여서, 자는 동안에도 무시무시한 독을 내품어 보통사람들은 근처에만 가도 죽게 된다고 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히드라는 머리를 하나 자르면 그곳에서 두 개의 머리가 다시 생겨났습니다.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 에르콜 에 리드라(이태리) 1475. 作(우피치 갤러리)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찾아가 싸움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없앤 머리에서 두 개의 머리가 생겨나오니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었습니다. 결국 허탕을 치고 돌아온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조카이자 부하인 이오라오스를 데리고 다시 히드라를 찾았습니다. 이오라오스에게 횃불을 들고 있다가 자신이 히드라의 머리를 베면 잘린 그곳을 불로 태워버리도록 한 것입니다. 그랬더니 히드라의 잘린 목에서 다시는 머리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 남은 황금머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칼로 베어지지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목을 땅 속 깊숙한 곳에 묻고 그 위에 아주 큰 바위를 올려 영원히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후에야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여신의 저주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헤라의 질투가 엄청난 희생을 낳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무 관련도 없는 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상상의 이야기라도 그 지역의 인심과 삶의 방식에 따라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는 듯합니다. 만약 우리라면 어떤 이야기를 입힐지 스스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시기 바랍니다.              



  


까르페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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