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필우입니다 Oct 17. 2023

여름하늘 별자리 여행 5-2

황금사과 용자리와 천공을 떠받드는 아틀라스

V. 그림 : 작가 pikisuperstar</a> 출처 Freepik <a href="https://kr.freepik.com/free-vector/realistic-galaxy-background_4665545.htm#page=2&query=%EB%B0%A4%ED%95%98%EB%8A%98&position=1&from_view=keyword&track=sph">





용은 서양과 동양을 아울러 사람이 만들어 낸 상상의 동물 중 최고의 힘을 가진 신성한 존재입니다. 특히 동양에서는 임금의 상징으로써, 임금이 입는 옷을 용포, 앉는 자리를 용상이라고 했습니다. 또 과거 급제를 용문에 오른다 하여 등용문이라 일렀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사에 꼭 필요한 물을 관장하기도 하지만 불을 내품기도 하는 무서운 동물로 여겼습니다. 불교에서는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동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처럼 용은 비록 상상의 동물이기는 해도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만은 틀림이 없는 존재입니다.     


황금사과를 지키는 용



늦은 봄부터 초여름까지, 북극성 근처에도 용이 나타납니다. 신화에 의하면 이 용은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를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는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노니는 정원에 심어져 있는데, 제우스와 여신 헤라가 결혼식을 올릴 때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가 신부인 헤라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사람이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고 도리어 젊어지는 신비로운 열매여서, 헤라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다는 님프 헤스페리데스의 세 자매에게 이 나무를 보호하고 가꾸도록 했고, 바로 용이 이 사과나무를 지켰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헤라클레스가 등장합니다. 앞서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헤라클레스가 인간에게 천상의 불을 가져다준 죄로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형제 아틀라스의 도움을 받으면 황금사과를 쉽게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틀라스가 황금사과나무를 가꾸는 헤스페리데스 세 자매의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틀라스에게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티탄신족神族인 그의 일족이 제우스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 하늘의 질서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제우스로부터 영원히 하늘(천공天空)을 떠받들고 있으라는 벌을 받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틀라스는 티탄 중에서 가장 힘이 세고 마지막까지 제우스에게 저항한 티탄이라 제우스가 가장 경계하였습니다. 일설에는 힘에서는 제우스에 뒤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쨌든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를 찾아가 당신이 딸들에게 말하여 황금사과를 구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습니다. 평생 하늘을 이고 있어야 하는 아틀라스로서는 자유의 몸으로 돌아갈 다시없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럼 내가 황금사과를 가져오는 동안 나 대신에 하늘을 떠받치고 있게.”


헤라클레스는 흔쾌히 수락하고는 튼튼한 어깨로 하늘을 받쳤습니다. 사연은 각설하고 이후 딸들에게 부탁하여 황금사과를 구해 돌아온 아틀라스는 자유의 몸을 간절히 원하였습니다. 아틀라스는 한 가지 꾀를 냈습니다. 그가 황금사과를 들어 보이며 말했습니다.



아틀라스(위키백과)

“자, 헤라클레스여! 그대가 원하는 황금사과가 여기에 있소.”

아틀라스가 황금사과를 들어 보이며 말을 이었습니다.


“내 그대의 부탁을 들어주었으니 그대도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오. 이 사과를 가져오도록 명령한 에우리스테우스를 내 잠시 만나고 돌아올 터이니 그때까지 잠시만 하늘을 떠받치며 있어주시오.”





이 말을 들은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의 속셈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아틀라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그렇게 되면 결국 자신이 평생 무거운 하늘을 떠받치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헤라클레스는 속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신화에서 힘만 센 가장 마초적인 캐릭터 헤라클레스지만 이때만큼은 달랐습니다. 


“아, 그렇게 하시오. 그렇지만 내 어깨가 아프니 그 위에 천을 댈 동안만 이 하늘을 잠시 들고 있어 주시오.”


라고 헤라클레스가 대답하자, 속으로 쾌재를 부른 아틀라스는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하고는 들고 온 황금사과를 땅에 내려놓고 헤라클레스에게서 다시 하늘을 받아들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땅에 놓인 황금사과를 가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로 떠나버렸습니다. 


헤라클레스에게 속은 아틀라스의 표정을 여러분 나름대로 상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자신의 연기부족을 자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우리나라 고전 ‘수궁가’, 혹은 ‘토생전’ ‘별주부전’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백약이 무효, 어디가 아픈 것인지 두무지 알 수 없는 용왕님 병의 특효약이 결국 물속에서는 구할 수 없는 토끼 간이었습니다. 별주부에게 속아 용왕으로 간 토끼가 간을 집에 두고 왔다며 별주부와 함께 육지로 올라섬과 동시에 욕설을 퍼부으며 도망쳐버립니다. 토끼에게 속은 별주부의 표정 또한 어떠했을까요?      




영원히 하늘을 떠받들고 있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아틀라스에 대해서는 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잠시 소개하자면, 영웅 페르세우스가 머리카락이 수백 개의 뱀으로 된 고르곤 세 자매 중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고 돌아오는 길에 천공을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를 만나 하룻밤 묵을 것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아틀라스가 거절하고 말았습니다. 이에 화가 난 페르세우스가 보자기에 싼 메두사의 머리를 보여주었고, 아틀라스는 그만 돌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페르세우스에 의해 아예 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런데 가계도를 따지고 보면 헤라클레스가 페르세우스의 증손자 격입니다. 헤라클레스가 아틀라스에게 도움을 청할 때는 이미 산으로 변한 이후라는 뜻입니다. 신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바보는 없겠지만, 연표로 따져서도 오류투성일 때가 있습니다. 이는 신화가 꼬리를 물고 지방과 지역을 이동하면서 하나로 묶는 과정에 생기는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지 사연과 신화가 주는 교훈으로만 받아들여도 좋을 듯합니다,     




아틀라스의 이름 ‘tla’는 ‘견디다. 버티다’란 어원이 들어 있답니다. 숙명적으로 태생적 불합리한 조건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행을 반복해 기억하면서 좌절의 늪에서 허우적대지 말아야 합니다. 용기와 지혜가 우리에겐 덤으로 주어져 있음을 알고 내 앞에 펼쳐진 장애물을 헤쳐나 갈 때 우리는 흐르는 자, 산자가 가지는 진정한 가치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틀라스 신화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불교에서 인생은 괴로움이 끝없는 ‘고해苦海의 바다’라고 하였습니다. 업보業報라는 말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쩌면 가지지 못한,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겐 삶이란 그저 견뎌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 불교의 자비로움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세상은 더불어 살아가야 아름다운 법이랍니다. 영원히 천공을 떠받들고 있어야 하는 비운의 아틀라스, 우리 인간사회도 타인의 고통을 그저 남의 일인 양 외면한다면 이 세상은 팍팍하기 그지없는 메마른 사회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진정 종교보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을 위해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우리네 인생을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봄하늘 별자리 여행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