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공동 설화
하늘에 얽힌 전설 중에서 우리에게 견우직녀만큼 친숙한 이야기는 없을 것입니다. 일 년에 고작 단 하루밖에는 만날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동양에서의 견우牽牛별은 ‘우리 별자리 28수’ 중 하짓夏至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에 떠오르는 두수斗宿(여덟째 별자리의 별들)를 시작으로, 뒤이어 차례로 떠오르는 북방7수 7개의 성수 가운데 우수牛宿에 속하는 별입니다. 서양에서는 염소자리 중에서 β별인 다비흐(Dabih)를 그렇게 부릅니다.
그리고 직녀織女별은 여름밤부터 가을밤 사이, 길게 늘어선 은하수 서쪽에서 눈에 아주 잘 띄는 청백색의 1등성으로, 서양에서는 거문고자리 α인 베가를 가리킵니다. 그런데 이 두 별은 해마다 7월 7일이 되면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아주 가까워집니다. 이것을 본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애절한 전설을 만들어냈던 것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사연은 이렇습니다. 직녀는 옥황상제의 외동딸이었습니다. 이름처럼 그녀는 베를 아주 잘 짰을 뿐 아니라 미모 또한 하늘나라에서 으뜸이었습니다. 특히 그녀가 짠 옷감은 형형색색의 구름으로 짠 면이라 하여 아주 화려했습니다. 심지어 눈비에 젖지도 않았으며, 겨울에는 솜을 누빈 양 더없이 따뜻했고, 여름에는 마치 모시인 듯 시원했습니다. 구름 옷감을 열심히 짜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야말로 선녀가 따로 없었습니다. 옥황상제는 그런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어서 배필을 구해 혼인을 시켜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가 은하수 강가를 거닐고 있을 때였습니다. 강 위쪽에서 한 젊은이가 황소를 탄 늠름한 모습으로 피리를 불며 다가왔습니다. 바로 목동 견우였습니다. 평소 견우가 예사롭지 않은 젊은이라는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던 옥황상제는 그것이 정말인지를 시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살짝 찔렀습니다. 놀란 황소가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견우는 매우 침착하게 소의 머리를 쓰다듬어 진정시키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피리를 불면서 멀어져갔습니다. 그런 견우의 모습에 감동한 옥황상제는 그를 직녀의 배필로 정했습니다.
견우와 직녀는 선녀선남들의 축복 속에 혼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둘은 서로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신혼재미에도 푹 빠졌습니다. 날이 갈수록 두 사람은 변해 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소를 치고 베를 짜던 예전의 견우와 직녀가 아니었습니다. 일은 모두 잊어버린 채 그저 놀며 즐길 뿐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이를 지켜보다 화를 참지 못한 옥황상제는 결국 직녀를 궁으로 데려와 견우와 떨어지게 했습니다.
갑작스런 이별에 직녀는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울기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하루 야위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딸을 안타깝게 생각한 옥황상제는 결국 일 년에 단 한 번, 견우와 만날 수 있도록 허락했습니다. 대신 예전처럼 견우는 성실하게 소를 키우고, 직녀는 베를 짜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그 단 하루를 위해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드디어 둘의 만남이 허락된 7월 7일, 즉 칠월칠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둘은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까마귀 떼가 날아와 서로의 몸을 연결해 다리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은 까마귀 다리를 밟고 해후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다리를 까마귀 떼가 놓았다고 해서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작교라 합니다. 그리고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를 일러 둘이 기뻐서 흘리는 눈물이라는 의미의 칠석비七夕雨라고 합니다. 한편 그 다음날 내리는 비를 두고는 두 사람이 헤어짐을 슬퍼하여 흘리는 눈물이라고 여겼습니다.
이는 원래 중국에서 전해진 이야기인데, 중국의 것은 ‘우랑직녀牛郞織女’라고 하며, 특히 설화의 앞부분은 ‘나무꾼과 선녀’가 결합되어 더 복잡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견우직녀 설화와 관련된 문헌을 발견하지 못한 대신, 고구려 무덤인 강서 덕흥리 고구려 고분벽화(408년)에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은하수 사이에서 개를 데리고 있는 견우와 직녀의 그림이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견우직녀설화'는 예부터 이인로, 이제현 등 문인들 시문 주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춘향전'이나, '농가월령가', 정철의 '사미인곡'과 같은 가사 혹은 시조나 민요에도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견우직녀’ 설화는 칠월칠석의 민속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정서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게 놀고 즐기는 것이 삶의 중요한 요소라면 그러기 위해선 더욱 성실히 일해야 한다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