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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을 사는 이유

돈 자랑이다?

by 김영찬

얼마 전에 백화점에 들렀습니다. 어느 매장을 가던 대기줄이 엄청나더라고요. 1시간은 기본이고, 어떤 매장은 이미 대기가 마감되었더라고요. 그러면서 생각해 봤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걸 사고 싶어 하는 걸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각자의 경제 상황이 다르고, 주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이유들이 있을 겁니다.


평소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제가 명품을 사는 이유에 대한 주제를 다루다니. 저는 경제와 심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이와 관련된 저의 생각을 써 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지위재

많은 사람들이 이 이유 때문에 구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번 주제인 ‘자기만족’이 1순위로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보통은 지위재의 역할이 가장 큰 이유일걸요?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눕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생리적 문제와 외부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확보되면 인간은 자아실현의 영역을 추구하면 산다는 이론입니다. 요즘은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으로 안전의 욕구는 거의 해소됩니다. 그래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사람들은 자아실현 영역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합니다. 원활한 대인관계, 사회적 인정 등으로 시작해 명예, 존중, 자기 만족감 등 최종 욕구 단계를 향해 나아가죠. 안타깝게도 평생 최종 욕구 단계까지 가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녀도 키워야 하고, 돈도 많이 필요하니 진정한 나의 행복을 찾지 못하게 됩니다. 예전과는 달리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고 있죠. 그럴수록 욕구에 대한 갈망을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하는 것들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적 인정, 우월감과 같은 상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주로 명품을 이용하곤 합니다. 왜 그럴까요? 내가 능력이 있고, 재력이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다는 것을 남들이 인정해 줘야 욕구가 충족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작하기 귀찮고, 어려워 보여 못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실제로 능력, 재력, 지위 모두 갖지 못했죠. 그런데 그 정도 살면 명품 하나 정도는 살 재력은 됩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다면 어느 정도 월급을 올랐을 테니까요. 그럼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오른 월급으로 능력을 키울 생각을 할까요? 아니죠. 능력과 재력이 있는 분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합니다. 그럼 나도 능력과 재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명품 매장으로 달려갑니다. 몇 백만 원으로 능력이 있어 보이고, 그걸 또 사회는 인정해 주기 때문이죠. 정확하게는 인정해 주는 척이지만요. 얼마나 쉬운 가요. 노력 없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니. 간단하고 편하죠.


2. 자기만족

위에서 말씀드린 지위재로써의 명품 소비는 최상위 욕구 단계에는 속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 상품이 비싸서, 남들이 좋아해서, 유명해서, 멋져 보여서 등등. 이런 이유에서의 소비는 단순히 3단계 욕구인 사회적 인정 정도에 그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자기만족이 들어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적 인정보다 높은 단계인 자기만족, 자아실현의 영역을 위해 명품 소비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이유’인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있어 보이려고, 일시적이고 가벼운 잠깐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몇 백, 몇 천만 원을 지불하는 것 말고, 그 단계를 넘어서 내 꿈, 내 목표, 내 미래에 맞는 소비를 할 때의 소비는 자아실현의 영역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는 차가 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었죠. 그 친구가 어른이 되어 성공해 그 차를 산다면 이게 자기만족 아니겠습니까. 좀 더 가볍게 보자면, 1억 원이라는 큰 돈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나는 위한 선물을 줄 수 있죠. 이거 또 다음 목표를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죠.


이런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 제품의 가격, 로고나 가성비를 따지기 전에, 브랜드의 역사, 사용 시 만족감 등을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의 소비는 오히려 더 성장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제가 그렇습니다. 지금은 다른 목표가 생겨 멈췄지만, 전에는 목돈이 모일 때마다 그 돈의 10%에 해당하는 선물을 저에게 했습니다. 그러니 다음번 목표는 훨씬 수월하고, 목표도 커지게 되더라고요.


브랜드의 역사, 어떤 목표를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은 보통 열심히 삽니다. 성실하고 최선을 다랍니다. 그렇게 살다보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더 큰 다음 목표를 이뤄낼 겁니다. 그렇게 시간적,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게 되죠. 그렇게 다음 주제에 대한 소비로 넘어가게 됩니다.


3. 가치

욕구와는 다른 방향의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그거 아시나요? 1~2년을 동안 시계를 차고 다녔는데 팔 때 가격이 그대로인 제품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신가요? 맞습니다. 가치가 올라가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제품들을 예물로 많이 하시더라고요. 어떤 제품은 아버지가 예물시계로 받았던 시계를 아들에게 물려줬는데 그때 가격보다 오른 것들도 있죠. SNS에서 부자들의 시계 자랑을 본적 있으시죠? 몇 천만 원, 심지어 몇 억 원짜리 시계가 많죠. 재력을 과시하는 용도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가치에 투자하는 겁니다.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희 월급은 물가상승률을 따라가기 힘들죠. 쉽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이자를 3% 지급하는 적금에 가입했습니다. 그 이자에 약 15% 정도 소득세를 차감하고 입금되니 약 2% 중후반 정도 되겠네요. 그 사이에 물가는 상승합니다. 내 돈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물가는 연평균 2~3% 상승했네요. 실질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물가상승률은 4%가 넘을 겁니다. 그럼 결국 죽어라 고생해서 몇 년 동안 저금해 이자를 받아도 손해입니다.


더 쉽게 보겠습니다. 이자 3%짜리 적금에 총 100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만기 시 이자는 3만 원, 소득세 15%로 가정하면 4,500원이고, 최종 수익은 25,500원입니다. 수익률 3%가 아니라 실제로는 2.55%죠. 100만원짜리 냉장고를 장만하려고 모은 돈입니다. 그 사이에 물가 상승, 유가상승, 유통 단가 상승, 최저시급 인상 등 다 올랐네요. 그렇게 이 모든 인상분이 반영되어 냉장고 가격은 110만 원이 되었습니다. 그럼 결론적으로 1년 뒤 냉장고를 사면 74,500원만큼 더 일하거나 손해 봐야 합니다. 연 3% 적금을 들어서 25,500원 수익이 났음에도 손해입니다. 그냥 통장에 넣어뒀다면 10만원 손해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도 볼까요?


위에서 시계를 예로 들었지만, 자동차가 될 수도 있고, 명품 가방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핫한 샤넬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브랜드의 제품 특정 라인들은 가치가 저장되더라고요. 브랜드측에서 수요와 공급, 마케팅을 참 잘 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명품 브랜드들 가격 추이를 보니 평균 10% 정도 인상했네요. 내가 1년 전에 1,000만 원 주고 산 가방이 최근 다시 보니 1,100원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 돈으로 적금에 넣었으면 이자로 745,000원을 벌었겠네요. 가방을 사서 1년동안 잘 사용했을 뿐인데 100만 원을 벌었습니다. 샤넬백이 없었으면 대체재를 샀어야 했으니 100만 원 이상 이득입니다. 생각보다 이런 제품들이 많습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1~2시간씩 기다리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해가 되시나요? 여러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명품을 구매하시나요? 저는 처음에는 자기만족이었습니다. 명품들의 디테일과 마감 하나하나가 좋았고, 그 브랜드의 역사를 소비한다는 느낌이 신선했습니다. 이제는 그것을 넘어 가치의 영역으로 온 것 같습니다. 각자 서로 다른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명품은 돈자랑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라면 생각이 약간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 다르죠. 그러니 너무 한쪽에 치우치고, 이분법적인 그런 생각 말고, "내 생각과 다른 이런 관점도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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