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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모으면 안 되는 이유

적립식 투자의 진실

by 김영찬

최근 몇 년 만에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엄청나게 뜨거워졌습니다. 거기에 비트코인 신고가, 나스닥과 S&P500 신고가, 금 가격 신고가 등 호재로 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죠.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생기죠. 그렇게 어떤 종목을 사야 할지, 어떤 상품을 사야 할지 검색하기 시작합니다. 코스피 3,300p에서 2,150p까지 약 35% 하락을 경험한 국내 투자자들은 하락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있습니다. 좀 더 안전한 투자 방법을 찾기 원하죠. 그렇게 '적립식 투자'라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보통은 한 달의 한 번씩 주기적으로 어떤 종목이나 상품을 매수해 모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월급날에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종목을 매 월 사모으죠. 상당히 안정적이고 좋은 수익률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간편합니다. 공부도 필요 없고, 어플을 다운로드하여 계좌 개설을 하고 매월 하루 몇 분만 투자하면 된다도 어디서 봤습니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바쁘신 분들은 글 맨 아래 영상만이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1. 변수, 기간

적립식 투자, 주식 모아가기로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장기적 우상향이 가능해야 합니다. 보통 장기적 우상향이라고 하면 "몇 년 뒤면 오르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장기적 우상향을 하는 상품들이 있습니다. 나스닥, 금, S&P500 등을 꼽을 수 있겠네요. 실제로 몇십 년의 기간 동안 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럼 단순하게 꾸준히 사면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으로 수익을 기대하려면, 내가 투자하는 기간 동안 가격은 반드시 상승해야 합니다. 주기적으로 산다는 건 내가 매수한 상품의 평균 가격대(평단가)의 변동이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결론적으로 평단가가 좋지 못해 적은 수익으로 매매 수수료 정도만 내고 끝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물가상승률과 기타 세금까지 고려한다면 손해입니다.


적립식 투자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살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다들 간과하는 것이 있습니다. 떨어졌을 때 매수하려면 뭐가 필요하죠? 통장에 돈이 있어야 합니다. 수십 년간 매 월 내 통장에 일정 금액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내 수입이 꾸준히 상승해야 합니다. 목돈도 나가면 안 됩니다. 아파도 안 됩니다. 추가 지출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삶의 변수들이 생기면 안 됩니다. 다니는 회사가 절대 안 망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그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라도 나면 보증금과 월세, 생활비, 기타 경비 등 추가 지출이 발생합니다. 그럼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하는 것이 어려워지겠죠. 적립식 투자로 수익을 보기 위해서는 내가 모아가겠다고 생각한 기간 동안 변수가 하나도 생겨서는 안 됩니다. 매번 매수할 금액만큼의 준비는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직장이란 건 없습니다.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또 한 가지가 있죠. 바로 기간입니다. 이 부분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내가 주식을 모아가겠다고 마음먹은 기간이 있을 겁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저는 최소 10년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상향 속에서도 반드시 하락(조정)이란 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나스닥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2021년 11월 나스닥은 고점을 경신했습니다. 그다음 해 나스닥은 약 30% 하락을 맞았죠. 투자 공부는 하기 싫고, 어렵고, 귀찮고, 돈을 벌고 싶은 데 쉬운 투자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아내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 과연 30% 하락을 견딜 수 있을까요? 더 떨어질 것 같은데 하락장에 추가 매수가 가능할까요? 좋습니다. 다 견뎌냈다고 해봅시다. 20~21년 상승장에서 1년, 21~22년 하락장에 1년 동안 모아가서 내 평단가는 약 12,000p정도 될 겁니다. 3년 동안 고통받았는데 이제 평단가 부근입니다. 이 기간 동안 위에서 말씀드린 삶의 변수가 없어야 가능합니다. 그렇게 기대 수익 구간이던 30%까지 갈 때까지 약 1년이 더 소요됩니다. 적립식 투자건 주식을 모아가건 우리가 투자를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3년 동안 맘고생하고 수익률 30%입니다. 거기에 주식 매수•매도 수수료, 기타 세금을 아직 지불하지도 않았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2. 수익률

제가 적립식 투자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겁니다. 잘못된 시기에 매수를 시작하면 최소 10년은 고생합니다. 그다음 이유가 바로 수익률입니다. 적립식 투자의 매력 중 하나는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매수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내 평단가는 낮아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기대하는 평단가 낮추기, 물타기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전에 아래서부터 가격이 오르면서 꾸준히 샀기 때문에 내가 수익 중일 때도 샀죠. 그만큼 비싸게 샀으니 내 평단가도 올라가는 동시에 그 부근에서 많은 주식을 매수하게 됩니다. 이미 비싼 금액에 매수했기 때문에 매 월 매수하던 금액으로 이제 평단가에 변화가 작아집니다. 그럼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익률이 낮아지고 심지어 손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죠. 수익률이 작아진다는 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손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자세히 보겠습니다.

2020~2023 나스닥 차트

보통 적립식 투자는 장기적 우상향 상품을 매수하니, 나스닥을 기준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년 초부터 21년 말까지 나스닥은 약 144%가 상승했습니다. 20년 1월부터 매월 같은 시간에 매수했다면 21년 말 평단가는 약 11,541p입니다. 그럼 21년 말 내 수익률은 40%가 넘습니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이기 때문에 추가 매수를 합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하락이 시작됩니다. 이미 상승으로 내 평단가보다 현재 가격이 높기 때문에 하락장임에도 내 평단가는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다 가격과 내 평단가가 똑같은 구간까지 옵니다. 그렇게 추가 하락이 있어 이제 평단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매수한 물량이 커 매 월 정해둔 매수 금액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그럼 약 11,904p정도 나오네요. 22년 말 나스닥 저점은 약 10,100p입니다. 약 15% 손실입니다.


최종 약 15% 손실을 볼 동안 약 35회 정도 매수했습니다. 100만 원씩 모아갔다면 총 3,500만 원정도 됩니다. 500만 원이 넘는 손해를 봤네요. 월급 300만 원에서 아끼고 아껴 매 월 100만 원씩 샀는데 -500만 원이라니. 5개월의 시간을 손해 본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3,500만 원을 한 번에 사뒀다면 수익률은 100%가 훨씬 넘었을 겁니다. 목 돈이 없다고요? 신용대출을 받았다고 해봅시다. 총기간은 3년, 연 이자 7%라고 가정했을 때, 월리금균등상환인 경우 월 약 108만 원씩 내야 합니다. 총이자는 약 390만 원이고, 수익률을 보수적으로 100%로 잡았을 때, 이자를 제외한 3년 후 수익은 2,110만 원입니다. 목돈이 있었다면 더 큰 수익이었겠네요. 수익의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보통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장기적 우상향 하는 상품인데 떨어져도 그냥 사면되는 거 아닌가요?' 떨어지면 싸게 더 매수한 거니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절대 아닙니다. 그 말이 성립되려면 매번 훨씬 많은 수량을 매수해야 합니다. 매수 횟수가 많아질수록 매수한 총량은 늘어나게 됩니다. 한 달에 100만 원씩 매수하다 보니 3년이 지나 약 3,600만 원이 되었네요. 그다음 달부터 하락이 시작됩니다. 이미 3,600만 원이나 매수했기 때문에 100만 원치 더 산다고 평단가의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그렇게 내 평단가까지 오게 됩니다. 손실 시작입니다. 평단가 아래로 떨어지면 일명 물타기를 시작합니다. 평단가가 낮춰질 것 같지만, 한 달에 100만 원으로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게 손실을 온몸으로 받게 됩니다. 심리적 불안이 시작됩니다.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불안감도 내 인생에서의 손해로 봐야 합니다. 마이너스 수익률이 찍혀있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힙니다. 안 그러던 사람도 예민해지고, 다른 것이 집중하지 못합니다. 그럼 생활에 지장이 생기며, 원래 하던 것들도 잘 안 됩니다. 분명 안정적이고 쉽고, 편안하게 수익을 가져와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정반대의 결과네요.


3. 매도 타이밍 계산 불가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적립식 투자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보통 투자 공부를 하기 싫어합니다. 이게 적립식 투자를 하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돈을 너무 쉽게 벌려고 합니다. 단순하게 정해진 일자에 정해진 금액을 적금 넣듯이 하면서 큰 수익률을 기대 합니다. 투자 공부는 힘들고 귀찮고 시간도 없다고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결과는 위에서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수익률이 현저히 작거나 손실이 납니다. 아니면 그걸 복구하기에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여기서 이 고통과 세월을 견뎌내면 참 다행입니다. 장기적 우상향을 예상하는 상품을 샀다면요. 처음 적립식 투자를 시작한 이유가 공부하기 싫고, 주식에 큰 신경을 쓰기 싫어서 아닌가요? 그런데 역으로 더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하고, 손실이 눈앞에서 불어나기 시작합니다. 내 하루, 일주일 급여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전혀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투자에 공짜란 없다고 하는 겁니다. 절대 쉬운 건 없습니다. 안정적인 투자는 없습니다. 그냥 어떤 사람이 전문가인 것처럼 보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죠. 여기서 고통이 늘어날 부분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바로 매도 타이밍입니다. 공부하기 싫고, 바쁘고, 귀찮아서 모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10~15년 뒤 수익이 나고 있습니다. 큰 수익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공부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언제 팔아야 할지 기준이 없습니다.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현재 100% 수익률이 보이더라도 110%가 될 것 같아 매도하지 못합니다. -30% 손실 중이어도 언젠가 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이란 그런 동물이니까요. 하지만 +100%에서 부근에서 하락장이 시작되고, -30% 손실이 복구될 때쯤 다시 하락이 시작됩니다. 시장이란 그렇더라고요. 어떤 투자건 수익을 보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인간 심리라는 게 참 내 마음대로 안 됩니다. 그래서 공부가 필요한 거고요.


인생에 공짜는 없습니다. 특히 투자 시장은 훨씬 더 냉정합니다. 저보다 훨씬 더 지식이 많으신 분도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주식은 모아가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주식이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투자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건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렇지 않을 거면 내가 공부하고 노력해서 그에 맞는 투자를 해야 하죠. 그게 싫으면 적립식 투자하지 말고 차라리 내 몸 값을 올리는 자기 계발•개발에 투자하세요. 아니면 전문가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수익률을 작게 가져가세요. 그게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일 겁니다.


그럼에도 적립식 투자가 나에게 맞다면 해야죠. 대신 제가 말씀드린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투자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합니다. 반드시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수익을 볼 겁니다. 적립식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분야에서든 우상향 할 겁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적립식 투자를 하는 사람도 매일매일 투자공부를 합니다. 공부합시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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