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인간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어떤 경우에서도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고의 선택을 합니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호흡기 기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감기같은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인간은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해 나가고 있죠.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첫출근을 생각해 보세요. 떨림과 긴장감을 가지고 걸어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으로 들어서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일을 하다 보면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많죠.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도 잘 못하고,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하며 회의실로 들어갑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잦은 회의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죠. 이런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적응을 한 겁니다. 그런 환경에 적응한 겁니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환경에 쉽게 적응합니다. 좋은 쪽, 안 좋을 쪽 모두요.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나 봅니다.
경제 공부를 하다 보면 이런 말을 듣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부자랑 어울려라."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요? 환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경제 공부를 하며 새로 만나게 된 지인들이 있습니다. 다들 경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부자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생각은 일반인들과 다릅니다. 보통 친구나 지인들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하시나요? "oo 친구 결혼한대.", "연예인 oo 이번에 ooo 했대.", "팀장 마음에 안 들어." 이런 가벼운 이야기가 대부분일 겁니다. 하지만 그들은 다릅니다. "어제 나스닥지수가 500p 빠졌던데 이유가 뭘까?", "비트코인, 이더리움이 신고가 경신했던데 이유가 뭐야?", "사업 구상 하나 해봤는데, 네가 생각했을 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어 보여?" , "이번에 부모님 재산세가 0000만원 나왔는데, 절세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가요? 너무 다르지 않나요? 나이 차이가 나는 것 아니냐고요? 두 그룹 모두 2030입니다. 심지어 평균 연령은 후자가 더 낮습니다. 두 그룹의 주제는 확연히 다릅니다. 이 대화 몇 마디로 그들의 전부를 대변할 수 없지만, 보통은 그들의 평소 생각과 비슷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부자와 어울리라는 말이 이런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면 나도 모르게 그런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나스닥이 뭔지도 모르던 사람이 경제전문가 집단에 속하면 기업분석을 하고 있을 겁니다. 최소한 경제뉴스 정도는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겠다 생각한 한 친구가 사업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장 마인드가 되어 있을 겁니다. 이런 집단, 환경에 스며들게 됩니다.
제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과정에서 고민에 빠집니다. 부모님은 꼴지라도 좋은 A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바랐고, 저는 한 단계 낮은 B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상위권에 들어 수시로 대학교를 진학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강력한 의지에 못이겨 A고등학교에 꼴찌로 입학했습니다. 학교 자체가 공부하는 분위기였고, 친구들의 학구열도 강했죠. 그런 환경에 있으니 공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공부하는 방법을 깨닫고, 학습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결과는 중위권으로 졸업하고, 정시로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이 습관은 대학에서 큰 도움이 되었죠. 저는 당연하게 시험 한 달 전부터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도서관으로 행했습니다. 400석이 넘는 자리에 딱 12명 있더라고요. 그것도 외부인이 8명이었죠. 저희 과에서 저랑 친구 한 명만 그렇게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친구도 좋은 고등학교 출신이더라고요. 그렇게 친구와 저는 사이좋게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음악을 하고 싶어 하던 제가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억지로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배운 공부하는 습관 덕분에 돈 한 푼 안 내고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돈으로 계산해 보면 약 1,500만 원 정도 아꼈네요. 이래서 환경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환경의 영향은 좋은 쪽이 아닌, 좋지 않은 쪽으로 더 빨리, 더 쉽게 퍼져나간다는 거죠.
최근 이걸 가장 절실히 느끼는 곳이 바로 출퇴근길 대중교통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당연하게 새치기를 합니다. 급하게 뛰면서 가방으로 치고, 발을 밟고 가면서 사과도 안 합니다. 밀치는 건 이제는 당연한 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나는 걸까 생각해 봤습니다. 다들 머리로는 새치기를 하면 안 되고, 가방으로 치거나 발을 밞으면 사과해야 하고, 그러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사람들이 계속해서 존재하는 걸까요? 이런 상황은 대부분 출퇴근 시간대입니다. 지각하면 팀원분들에게 피해를 주고, 팀장님께 싫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니 지하철을 빨리 타기 위해 뛰기 시작합니다. 조금 빨리 출발하면 되지만, 전날 너무 열심히 일해서 피곤합니다. 이런 상황이니 주변을 볼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치고 갔는지, 내가 밟았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적응됩니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실수인가 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그러다 보니 출퇴근길에는 그런 잘못된 행동들이 익숙해지며 당연한 환경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라며 적반하장을 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마음으로 양보했지만, 이제는 그들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하고 있죠. 이래서 환경이 중요한 겁니다.
환경이 중요한 이유를 잘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또 있습니다. 바로 가정환경입니다. 영화 '친구'의 명대사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영화는 안 보셨어도 이 대사는 아실 겁니다. "느그 아버지 뭐하시노?" 이 말이 왜 나왔겠습니까. 예전에는 부모님의 직업, 집 위치 등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지금이야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여러 문화를 접하기 때문에 다양한 올바른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죠. 그 판단 기준으로 보통 집안을 봅니다. 재력이나 직업 등으로 그 집안이 어떻게 지내왔는지 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보통 부모님이 공부를 잘합니다. 그런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기 때문이죠. 재력이 뛰어난 집안의 자식은 돈에 대한 관념이 뚜렸습니다. 어떻게 벌어야 하고, 사용해야 하며,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이죠. 자식들의 성격이 좋으면 보통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반대로 어디 하나 이상하면 보통 부모 중 한 분이 그럴 확률이 큽니다. 어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정환경을 보는 겁니다. 당장을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 어떻게 그 좋지 않은 부분이 발현될지 모르니까요.
이렇게 환경이 중요합니다. 내가 속한 집단, 단체, 회사, 팀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일하는 부서가 돈을 쓰는 부서라면, 어떻게든 돈을 아끼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겁니다. 인원감축, 경비삭감, 복지축소가 당연합니다. 반대로 돈을 벌어오는 부서라면 어떻게 사업을 구상할지,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이들은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인원을 늘리고, 많은 돈을 투자합니다. 그 매출에 따라 돌아오는 인센티브가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만큼 어려울 테지만요. 그래서 사람들이 비전이 있고, 미래가 창창한 회사에 가고 싶어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퇴사하는 겁니다. 발전 없는 환경을 바꾸려 합니다. 같이 발전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그런 곳으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