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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비갱신

보험은 갱신

by 김영찬

'보험'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드나요? 대부분 부정적일 겁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그럼 도대체 왜 사람들을 보험을 부정적이라고 생각할까요? 동창회에 나오지 않던 친구가 갑자기 나옵니다. 나오자마자 본인 상황이 너무 힘들다며 보험 하나만 가입해 달라고 말합니다. 다들 어쩔 수 없이 한 두 개 가입했겠죠. 그렇게 매 달 돈만 빠져나가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건 냄비세트, 지퍼백, 수세미가 전부죠. 시간이 지나 정말 보장받아야 할 때 친구에게 전화하면 받지 않거나 그만뒀다고 하며 피하기 시작합니다. 보장도 못 받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이러니 인식이 안 좋은 건 당연하죠.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몰라서'입니다. 내가 알아야 가입을 하던, 청구를 하던, 보장을 받던 할 거 아닙니까. 설명 한 마디 없이 "이거 다 보장받을 수 있어. 그냥 서명해." 이러니 좋을 수가 있나요. 저는 이런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고, 올바른 설계를 도와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더라고요. 그러던 중 갱신형, 비갱신형에 대해 공부하게 됩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은 비갱신, 보험은 갱신.


갱신형은 2~30년 주기로 보험료가 변동되고, 비갱신형은 20년 동안 같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어떤 것이 좋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자세히는 둘을 적절히 섞는 겁니다.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설계를 해야 합니다.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보험료입니다. 나이가 60대쯤 되면 둘 차이는 비슷하지만, 2030의 경우 비갱신형 보험료가 보통 갱신형의 10배 정도 됩니다. 이걸 20년 낸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마어마합니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날까요? 비갱신형은 20년만 내는 대신, 갱신형으로 100세까지 납입했을 때 보험료의 총합을 20년으로 나눠서 내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인생은 비갱신, 보험은 갱신" 이 생각이 머리에 꽂혔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요? 제가 지금 비갱신형처럼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엄청난 양의 시간을 쏟아 공부하고, 연습하고, 도전하며 한 분야의 정상에 도달합니다. 이들이 투자한 시간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몇십 연차가 넘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 사람들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8시간 일한 후 퇴근합니다.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 쉬다가 잠에 들고 다시 출근준비를 합니다. 그럼 업무를 잘하기 위한 시간을 8시간 사용하네요. 정확하게는 그 8시간 중에도 제대로 한 시간은 4시간도 안 될 겁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성공했다고,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1~2시간 빨리 일어납니다. 그리고 빨리 출근해 최선을 다해 일합니다. 점심 먹으면서도 업무를 봅니다. 퇴근하며 자기계발을 위해 책을 봅니다. 집에 들어와 경제 공부를 하며 밥을 먹습니다. 자기 전 독서를 하고 다음날 일정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하루 최소 12시간 동안은 업무 생각을 합니다.


이 두 사람이 일에 집중하는 시간은 각각 4시간, 12시간. 하루 8시간이나 차이나네요. 한 달이면 240시간, 1년이면 2,880시간, 10년이면 28,800시간. 입사동기와 같은 10년을 보냈지만 누구는 팀장, 누구는 대리인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죠. 이걸 인생과 성공에 대입해 보세요. 남들 쉴 때, 여행 갈 때 그들은 성공을 위해 고생합니다. 남들 평범하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 때, 그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 합니다. 성공의 척도를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성공을 100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 평범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1년에 5씩 채워나갑니다. 그래야 힘들지 않고, 놀 거 다 놀면서 할 수 있거든요. 그럼 신기하게도 5가 아니라 4만큼만 채워집니다. 반대의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1년에 50씩 채우기 위해 죽어라 살아갑니다. 그렇게 해도 40이 될까 말까 합니다. 보통 25년씩 걸릴 걸 3~4년 안에 끝냅니다. 그리고 남은 인생을 누구보다 행복하고 편안하게 채워나갑니다.


인생은 비갱신과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만 빼고요. 보험에서 말하는 비갱신은 20년 동안 보험료를 전부 납입하면 20년 전에 증권에 표기된 보장만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20년 전 의료기술과 한도까지만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중입자치료나 표적항암제가 나왔지만, 20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겠죠. 지금은 암진단비 한도 5억까지 받을 수 있지만, 20년 전에는 1~2,000만 원 정도입니다. 시대흐름과 물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보험료로 2~3년 주기로 보험을 리모델링해야 하는 겁니다. 그 사이에 새로운 의료기술이 생길지, 법규가 개정될지 모르니까요. 맞춰나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인생은 다릅니다. 지식과 경험은 복리와 같이 작용합니다. 20년 전 지식과 경험에 머무르지 않고 최신으로 업데이트된다는 겁니다. 그 경험은 산 정상에서 굴린 눈덩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비갱신, 보험은 갱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고 계신가요? 내 보험은 갱신인지, 내 인생은 비갱신인지 확인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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