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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안 되는 이유

인생은 요약되지 않는다.

by 김영찬

학창 시절 우리는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높은 내신과 수능 점수를 위해 공부합니다. 아침 7시만 되면 눈을 떠 오후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공부하다 집으로 돌아오죠. 학원이나 인터넷에서는 더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요약집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그게 무슨 서울대를 가는 만능열쇠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높은 점수를 위해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인생에서는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왜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약본이 왜 있을까? 왜 사람들은 그렇게도 글 전체를 읽기 싫어하는 걸까? 제가 내린 결론은 “시간이 없어서”입니다. 학창 시절부터 대학생활에서 까지 요약본, 족보의 인기는 상당합니다. 그동안 공부를 안 하다가 시험 며칠 전에 급하게 하려니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핵심만 정리된 파일이 필요합니다. 그거라도 외워야 그나마 좋은 점수를 받죠. 안타깝게도 미리 하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점수를 받게 됩니다.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걸 알았죠. 그러기 위해 대학시절 중간고사 한참 전부터 도서관에 갔습니다. 총 400석이 넘었는데 딱 10명 있더라고요. 그중 저와 제 친구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8명은 지역 주민이었습니다. 그 결과 친구와 저는 나란히 1, 2등을 했습니다. 친구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요약본을 볼 시간에 요약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다들 배우는 시간에 저희는 알려줬습니다. 미리 했고, 그만큼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시험 직전에 하루 12시간씩 공부하는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리, 오래, 길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안타깝게도 인생은 요약이 되지 않습니다. 약간 다르게 말하자면 요약본을 외워도 소용없습니다. 삶은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방법에 대한 책이 수 백 권이 넘지만, 읽더라도 전과 비슷하죠. 그 이유는 우리는 지금까지 배움, 학습이라기보다는 시험과 점수를 위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해하고 받아들여 내 것으로 만드는 학습의 과정을 생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그럴 시간이 없었으니까요.


과거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던 시절, 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쏟아 학습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의사, 기술자 등 하루라도 빨리 전문가들을 배출해 경제를 일으키고 위기를 극복해야 했죠. 그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는 적용되지 않은 수 있습니다. 그때보다 지금은 훨씬 풍족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때와는 다릅니다.


요즘은 인생을 노력 없이 쉽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입니다. 요약된 것, 좋은 것만 보고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현실을 그렇게 않죠. 저도 그랬던 한 사람으로서 그동안 잘못된 생각이었구나 반성합니다. 요약본을 보는 사람이 아닌 요약본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죽어라 노력 중입니다.


유재석 님은 평소 행실이 바르고 선한 영향력을 주며, 주옥같은 명언들을 남겼습니다. 그런 엄청난 인생 요약집 같은 명언이 만들어지기까지 몇 년의 세월을 쏟았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유명해지기 전까지 무명시절만 10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들도 다 겪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고통스럽게요.


조는 저에게 그런 꿀팁들은 말해주는 지인들이 있다면 너무 고맙습니다. 할 수 있는 최고의 감사의 표시를 하려 노력합니다. 30~40년 인생을 살면서 꿀팁을 알려주다니 행복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날 나는 남들보다 몇 년을 빨리 갈 수 있는 지금 길을 알아낸 겁니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너무 빨리 가려하지 마라.“ 빨리 달려가다가 넘어집니다. 그리고 그 길에 잘못된 길이었다면 다시 돌아오기 늦었을지 모릅니다.


약간 다르게 생각해 봤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빨리 달려도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거나, 달리지 않으면 됩니다. 보통을 후자를 선택합니다. 그게 쉽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반드시 달려야 할 때 요약집을 찾게 됩니다. 근육을 어떻게 사용하고 넘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적혀있습니다. 그걸 해보지 않고 외운다고 빨리 달려갈 수 있을까요? 넘어지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지금부터 시간에 쫓겨 요약집을 구매하지 말고, 이 구조를 알고 있는 우리는 좀 더 천천히 경험하며 배워가는 건 어떨까요? 요약집을 보지 말고, 그 요약집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요? 얼마나 멋진 삶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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