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녹아서 마음 속에만 남고

호주 퍼스, 2022년 여름

by 연의 창가

퍼스 공항으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이제 더 이상 한국 기차 내부에서 간식차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뉴스를 봤다. 기분이 묘했다.


어릴 때 간식차에서 무언가를 사먹는 걸 정말 좋아했다. 아마 주로 아빠와 둘이 춘천 할머니 댁을 가는 길이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기차 안의 간식차에서 꼭 맛있는 걸 사주곤 했다. 그게 그렇게 행복했다. 간식차 때문에 기차 타는 게 좋았다. 어린 나는 평소에는 몸에 안 좋다고 원하는 만큼의 간식을 가질 수 없었고, 느리게 움직이는 열차칸 안에서 오징어 다리와 과자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꽉 차게 뿌듯했다. 그리고 언제나 따뜻한 눈으로 무엇을 먹고 싶냐고 묻던 젊은 아빠를 기억한다.


세상이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내가 좋아하던 것들로부터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먼 곳으로 멀어져간다.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열차 안의 간식 몇 가지만으로는 환하게 행복해질 수 없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 열차 안의 간식차는 아빠의 따뜻한 사랑을 꺼내볼 수 있는 책갈피 중 하나였다. 시간은 나를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고, 그 곳의 나는 또 새로운 소중함을 찾아갈 수 있으려나. 그 때가 되면 또 언젠가는 잃게 될 무언가를 적어내리며 미래에 다시 꺼낼 수 있게 되길 기도하겠지.


아빠 보고 싶다.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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