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by 박광우

겨울이 다가오니 동면(hibernation) 준비를 하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올 한 해는 많은 시간을 침대 위에서 보내는데 (숙면과 원고 작업), 유독 잠을 많이 자는 것 같다. 물론 원인은 신경성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내가 내 입으로 차마 창작의 고통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하하하하.
​여행 에세이를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창작보다는 여행을 다녀와서 느낀 바를 기록해 두는 정도만의 꼼꼼함만 있으면 되니깐.
​그런데 이런 모습이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에너지 충전도 충전이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과거 내가 줄곧 바라왔던 일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어딘가에서 봤던 것 같은데?"Today is the day you desperately prayed for in the past"라고 말이다.
​그래서 심지어 남들이 군대 가서 적응한다고 걱정할 때 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잠을 적게 잔다"는 것을 걱정했었는데, 이런 나의 상상은 욕심이란 걸 자대에 가서 알았던 것 같다. 기면증이 있는 타 병과 선임이 있었기 때문인데, 게다가 최전방의 후방이라 훈련도 훈련이지만 경계 근무를 하루 두 번씩 나가서 거진 말뚝으로 서다 보니 잠이 항상 부족했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일찍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이 반복되다 보니, 물론 흔히 나같이 사대를 졸업한 사람들이 종종 듣는 말 중에 하나인 "너희는 방학도 있고, 퇴근도 4시 반이잖아"라는 조소 섞인 말을 종종 듣곤 했지만, 매뉴얼은 매뉴얼이고 현실은 말이 4시 반이지 교직 생활 30대 이상 호봉을 찬란하게 유지하시는 내일모레 집에 가는 선배들이 하는 것이지, 내 속도로는 항상 7시쯤에 퇴근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오늘 일을 내일로 살며시 밀어드리면 되지만, "오늘 하면 내일 신경 안 써도 된다"는 생각과 완벽주의 성향 때문인데, 뭐 결국 이런 일의 반복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렸고, 이는 결국 일과 사람의 스트레스가 누적이 된 것인지 (물론 일보다 사람 스트레스가 크고 무겁다는 건 팩트), 번아웃이 온 것에도 한몫했다. 물론 담임을 하고 나서부터 더 그랬던 것 같지만.
​그나저나 수면 부족과 과거에 그렇게 바라왔던 숙면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다가 이야기가 삼천포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하하하.
​여하튼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려왔던 나이고, 출근길 급행열차 안에서 콩나무 시루처럼 지내다 일터에선 좀비처럼 보내는 일을 반복했던 것 같다.
​특히 담임은 좀비가 맞다.
​그땐 정말이지 바라왔던 것이 숙면이었던 것 같은데, 하기사 그래서 커피를 달고 다녔지.
​비싼 커피를 마시며 "그래, 이 정도는 먹어주자"며 "이 정도는 너를 위해 지불하는 게 맞다"며
​그러기에 오늘의 내 모습은 지난날 내가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라는 것이기에, 그래서 잠시 눈을 감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많은 것들을 원했는데, 그래도 올 한 해는 잠이라도 충분히 자게 만들어 주시니 말이다.
​뭐 혹자는 슬프면 많이 잔다던데, 그것도 어느 정도 공감이 된다. 번아웃 이후에 책을 쓰고 여행 작가가 되겠다고 인생의 항로에 변화를 준 것이기에 어느 정도는 말이다.
​쓰다 보니 길어진 것 같다. 내일은 아마도 담임이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 싶다.
​물론 연재하기엔 분량이 적어서 느낀 바를 적을지도 모르겠다. 뭐 이랬다가 내일 아침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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