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by 박광우

​장 봐다 놓은 걸 지근거리에 있는 가게에서 들고 와야 했는데, 내가 오늘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 마음이 급했던 게지. 그래서 말만 듣고 갔는데,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아주머니는 모르더라고. 전달이 안 된 건지, 그래서 다시 빠르게 갔던 발걸음을 되돌려 다시 집으로 가면서 불만을 토로했거든.
​그래서 집에 가서 계산한 품목을 알아야 준다고 하니, "말을 안 해서 헛걸음한 거에 미안해하셔서" 어차피 나도 안 물어봤으니 그러려니 한다고 말하고.
​들은 건 토마토 한 상자, 상추, 두부를 언급하시고, 아저씨한테 가서 물어보라고 하셔서, 다시 잰걸음으로 가게에 가서 들은 바를 전해드리고 검은색 비닐봉지 두 장에 한가득 담긴 걸 들고 오는데, 화가 나더라고. 그런데 그 찰나에 바람이 불더라. 그러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네.
​"화를 낸다고 화가 가시는 게 아니니 그냥 이 바람에 흘려보내자고." 하하하.
​알아도 사람이라는 게 아니 뭐 사람 핑계 대기보단 나란 사람은 익히 알고 있어도, 긍정보단 부정을 택하는 게 손쉽잖아. 그래서인지 화를 먼저 내게 되더라고.
​그래서 "화를 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하며 이 시원한 바람에 날려버리자 하고 마음을 다스리면서 집으로 왔는데.
​마음이 급해서, 심적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타고난 성향이 그런 것인지, 부탁을 받아서 내가 처리할 수 있는 걸 하거나 전달을 하거나 일 처리를 할 때 한 번 말할 거 두 번 말하는 거 싫어하고, 한 번에 할 수 있는 거 두 번에 하는 거 정말 싫어하거든.
​물론 군대에선 정말 멍청한 짓거리를 한 번, 두 번, 세 번 시키면서 인내심 테스트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건 그때고.
​사람의 생활 패턴과 생각은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는 그 당연한 고정불변의 진리도 오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네.
​"화낸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소? 그저 바람에 날려 보내시오. 그러면 마음이 평안해질 거요." 라며 마음을 다독여 본다.


© 2025 에리기. 마음속 생각을 담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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